40년만에 공개되는 완벽한 라이브 앨범
퀸(Queen)의 새로운 라이브 앨범이 발매되었다. 1974년 런던 레인보우 극장 공연을 수록한 「Live At The Rainbow ‘74」는 무려 40년만에 처음 공개되는 진귀한 라이브 앨범이다. 대표 히트곡인 <Bohemian Rhapsody>, <We Will Rock You / We Are The Champions>는 빠졌지만, 2개의 커버곡을 포함한 17곡은 지금까지 발매된 공식 라이브 앨범에 단 한 번도 수록된 적이 없어 가치가 더 높다. 당시 앨범과 투어의 성공으로 의욕과 자신감이 넘쳤던 퀸이 완벽에 가까운 공연을 선사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CD 1 - Queen II Tour (1974년 3월 31일 공연)
퀸은 두 번째 앨범 「Queen II」를 발표할 무렵인 1974년 3월 1일부터 약 1개월간 영국 투어를 펼쳤다. 투어의 대미를 장식한 레인보우 극장 공연은 퀸을 풋내기 밴드로 여겼던 사람들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와 브라이언 메이(Brian May)는 공연 전 유치한 말다툼을 벌였는데, 분이 풀리지 않은 채로 무대에 오른 프레디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극찬을 받았다.
앨범은 「Queen II」의 인트로였던 <Procession>과 관객들의 환호가 섞인 오프닝부터 생생한 현장감을 전달한다. 이어지는 <Father To Son>은 자신감 넘치는 보컬과 강렬한 사운드로 분위기를 달군다. 드라마틱한 <Ogre Battle>은 프레디의 날카로운 보컬과 긴장감 넘치는 리프, 로저 테일러(Roger Taylor)의 현란한 연주가 균형을 이룬다. 초기 공연의 대표 레퍼토리인 <Son And Daughter>는 스튜디오 버전 못지않게 정교한 연주와 코러스를 선사한다. 로저의 소개로 시작되는 <White Queen (As It Began)>은 프레디의 컨디션이 최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섬세한 곡이다. 강렬한 하드록 넘버 <Great King Rat>은 초기 공연에서도 자주 연주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반갑다. 1984년 투어에서는 메들리로 짧게 연주한 이 곡을 풀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영국의 화가 리처드 대드 작품에서 제목을 가져온 <The Fairy Feller’s Master-Stroke>는 부틀렉을 찾아 듣던 열혈 팬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곡이다. 지금까지 공연에서 한 번도 연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곡을 라이브로 연주한 첫날이자 마지막 날이라는 사실이다. 자연스레 이 공연의 희소성도 높아졌다.
생동감 넘치는 <Keep Yourself Alive>에 이어 연주되는 <Seven Seas Of Rhye>는 투어의 흥행을 부추긴 히트곡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Modern Times Rock ’n’ Roll>은 로저가 보컬을 맡았던 곡이지만, 라이브에서는 프레디의 보컬을 들을 수 있다. <Jailhouse Rock>, <Stupid Cupid>, <Be Bop A Lula>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로큰롤 메들리에서는 이제 막 2장의 앨범을 발표한 밴드답지 않은 여유가 느껴진다. <See What A Fool I’ve Been>은 비사이드 트랙으로 초기 공연에서만 연주되었다. 프레디의 팔세토 창법을 만날 수 있는 스튜디오 버전과는 다른 박력 있는 사운드로 공연을 마무리한다. 이렇게 레인보우 극장에서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퀸은 이틀 뒤 버밍엄의 작은 클럽에서 뒤풀이처럼 유쾌한 무대를 선사하며 영국 투어의 성공을 자축했다.
당시 프로듀서였던 로이 토마스 베이커(Roy Thomas Baker)는 이 공연이 라이브 앨범으로 발매되길 원했다. 그는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의 「Live At The Apollo」(1963)나 더 후(The Who)의 「Live At Leeds」(1970)처럼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퀸의 본모습을 보여줄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많은 신곡을 만든 퀸은 세 번째 앨범 레코딩을 시작했고, 라이브 앨범은 40년이 지난 2014년에 빛을 보게 되었다.
CD 2 - Sheer Heart Attack Tour (1974년 11월 20일 공연)
세 번째 앨범 「Sheer Heart Attack」의 첫 싱글 <Killer Queen>은 영국 차트 23위로 데뷔하며 성공을 예감케 했고, 퀸은 10월 30일 맨체스터를 시작으로 긴 투어에 돌입했다. 이번 투어에서도 영국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장소는 레인보우 극장이었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11월 19일로 예정된 레인보우 공연 티켓이 이틀 만에 매진되어버린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멤버들은 다음날 레인보우 극장에서 한 번 더 공연하기로 했다. 이틀간의 공연은 프로모션용 영상 촬영과 녹음을 별도로 진행했지만, 정식 발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11월 20일 공연은 1992년 영국에서만 발매된 박스셋 「Box Of Tricks」에 포함된 52분짜리 비디오로 처음 공개되었다. 하지만 박스셋은 통신판매로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정식 발매로 보기 어려웠다. 또한, 라이브 앨범 발매는 멤버들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이번에 발매된 라이브 앨범이 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상과 달리 단 한 번의 공식 발매도 없었기 때문이다. 80분에 달하는 트랙리스트 중 1976년까지만 연주했던 <Flick Of The Wrist> 등 4개의 트랙은 영상으로도 공개된 적이 없다. 엉뚱한 곳에 배치되었던 <Father To Son>, <Stone Cold Crazy>는 제자리를 찾았다.
스튜디오 버전과 흡사하게 연주하는 오프닝 트랙 <Now I'm Here>는 「Live Killers」나 1980년대 공연에 비해 점잖은 편이지만, 좀 더 섬세한 보컬과 코러스를 만날 수 있다. 이 공연 영상은 2002년 발매된 「Greatest Video Hits 1」 DVD 보너스 디스크에 수록되기도 했다. 이어서 박력 있는 <Ogre Battle>, 지난 투어의 오프닝이었던 <Father To Son>을 차례로 연주하며 공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다. 영상을 보면서 들으면 더 아름다운 <White Queen (As It Began)>은 이 공연의 첫 번째 하이라이트다. 프레디의 섬세한 보컬과 한층 더 풍성해진 연주가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두 번째 하이라이트는 <In The Lap Of The Gods>, <Killer Queen>, <The March Of The Black Queen>, <Bring Back That Leroy Brown>까지 색깔 있는 곡들을 메들리로 엮은 중반부다. 지난 투어에서도 연주한 <Son And Daughter>는 브라이언의 솔로가 더 길어졌다. 연주와 코러스는 변함없이 정교하다. 데뷔 앨범 수록곡인 <Keep Yourself Alive>는 역시 활기가 넘친다. 퀸은 이 곡을 1981년까지 빼놓지 않고 연주했다. 기존 영상에도 수록되지 않았던 히트곡 <Seven Seas Of Rhye>는 1절만 들을 수 있던 1980년대 공연과 달리 풀 버전으로 연주한다. <Stone Cold Crazy>는 1989년 <The Miracle> 싱글에 수록되었다. 당시 퀸은 희귀 라이브 영상을 모은 「Rare Live」라는 비디오를 발매하면서 프로모션 용도로 공개했던 이 곡을 비사이드로 활용했다.
8분 넘게 연주하는 <Liar>는 이 공연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다. 완벽한 연주와 드라마틱한 전개로 관객을 압도하는 이 곡은 레인보우 공연을 “전설적인 라이브”로 회자하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이어지는 <In The Lap Of The Gods... Revisited>는 프레디의 안정적인 보컬이 돋보인다. 공연은 <Big Spender>, <Modern Times Rock ’n’ Roll>, <Jailhouse Rock>으로 이어지는 로큰롤 메들리로 뜨겁게 마무리된다.
퀸은 이 공연을 통해 큰 무대에서 더 강하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실력을 의심했던 사람들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퀸과 함께 청춘을 보낸 팬이라면, 이 앨범을 듣는 내내 감개무량한 표정을 짓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1970년대 공연 특유의 정제된 연주와 섬세한 보컬, 코러스는 거대하고 화려했던 1980년대 공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40년 전에 녹음되었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 정도로 음질도 뛰어난 완벽한 라이브 앨범이다.
월간 비굿 매거진 12호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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