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Bombs Away
02 Kinda Fuzzy
03 Accident Prone
04 Peach Blossom
05 On The Ropes
06 The Turnaround
07 New Alphabet
08 Stick Together
09 True Original
10 Open My Present
11 You're My Friend
12 I Am Building A Shrine
13 Wonderful, Glorious
Deluxe Edition
01 Hold On To Your Hat
02 Your Mama Warned You
03 I'm Your Brave Little Soldier
04 There's Something Strange
05 Happy Hour (We're Gonna Rock)
06 That's Not Really Funny (Live At KEXP Seattle/2011)
07 In My Dreams (Live At First Avenue Manhattan/2010)
08 Prizefighter (Live At First Avenue Manhattan/2010)
09 Looking Up (Live At Great American Music Hall, San Francisco/2011)
10 What I Have To Offer (Live At KEXP Seattle/2011)
11 I Like The Way This Is Going (Live At KEXP Seattle/2011)
12 Spectacular Girl (Live At KEXP Seattle/2011)
13 Summer In The City (Live At KEXP Seattle/2011)
어두운 겨울풍경 같은 음악
2009년부터 2010년까지 1년에 걸쳐 발표한 트릴로지 앨범 [Hombre Lobo], [End Times], [Tomorrow Morning] 이후 2년, 일스(Eels)는 2012년 10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013년 2월 5일에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인적으로 신작 소식이 더 반갑게 들렸던 이유는 겨울을 앞두고 마치 옷장에서 두꺼운 옷을 꺼내듯 본능적으로 일스 음악을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마크 올리버 에버렛(Mark Oliver Everett)의 일스와 겨울, 그리고 어둠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누구도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사운드에 고요할수록 더 듣기 좋은 음악들은 희미하면서도 빛을 잃지 않는다. 게다가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 참고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아침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웠다고 한다.
일스 특유의 정서를 유지하면서 변화된 사운드를 모색한 앨범
본격적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Beautiful Freak](1996) 이후 평균 2~3년 주기로 앨범을 발표했던 일스는 이번에도 그 간격을 유지하며 [Wonderful, Glorious]를 완성했다. 모든 곡들은 마크 올리버 에버렛의 홈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고, 작업은 순조로웠다. 지극히 개인적인 노랫말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마크 올리버 에버렛이 밴드 멤버들과 합작하여 곡을 완성한 것은 제법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특유의 폐쇄적 정서를 유지하며 ‘일상적 투쟁의 연대기’를 담담히 써내려 간다. 마크 올리버 에버렛이 겪은 비극적인 가족사(19살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와 1996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여동생,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까지)에 얽힌 상처의 더딘 회복도 여전히 깊은 연관성이 있을 터. 낮은 톤을 유지하며 느리게 나아가는 ‘Accident Prone’, 황량한 겨울의 BGM 같은 ‘True Original’은 누가 들어도 일스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는 슬픈 비망록이다. 역시나 자전적인 노랫말을 담아낸, 기타와 키보드 특유의 울림으로 오묘한 사운드스케이프를 완성한 발라드 ‘The Turnaround’ 또한 전형적인 일스의 감성이다.
한편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한 곡들은 확실히 변화가 느껴진다. 시네마틱하고 펑키한 드럼비트를 앞세운 ‘Peach Blossom’은 부드러운 키보드가 가세하면서 싸이키델릭한 느낌이 더욱 강조된다. 아주 늦은 새벽 도어즈(The Doors)의 ‘Light My Fire’를 듣던 때가 생각나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만큼 키보드 선율이 인상적인 것은 분명하다. 또한 밴드 멤버들과의 협력이 강조된 ‘New Alphabet’은 과거와 달리 매우 즉흥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사운드 또한 훨씬 역동적이다.
1970년대 느낌의 개러지 블루스 록을 선보이는 ‘Stick Together’, 제법 ‘낙관적인 사운드’로 아늑한 느낌을 선사하는 'I Am Building A Shrine',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 같은 담백한 창법과 부드러운 전개가 돋보이는 발라드 ‘On The Ropes’도 모두 사랑스럽다. 섬세하면서도 거친 일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톱 트랙 ‘Bombs Away’, 중독성 강한 리프와 비트를 선보이는 싸이키델릭 넘버 ‘Kinda Fuzzy’, 톰 웨이츠(Tom Waits)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은 ‘Open My Present’, 긍정적이고 팝적인 감각이 빼어난 ‘You're My Friend’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엔딩으로 자리한 ‘Wonderful, Glorious’는 펑키한 리듬과 비틀즈(The Beatles)처럼 아름다운 화음이 공존하는 이색적인 곡이다. 마치 일스 음악을 들으면서도 춤출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Wonderful, Glorious]는 빛과 어둠, 안락함과 쇼킹함, 거침과 부드러움 사이에서 훌륭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이중적인 앨범이다. 조금은 낯선 느낌도 있지만, 일스의 변화와 도전은 성공적이다. 사운드의 응집력 또한 변함없이 뛰어나다. 참고로 딜럭스 에디션에는 앨범 1장 분량의 많은 추가 곡들이 실려있어 거의 필수적인 선택 코스라 할 수 있다. 총 네 개의 추가곡과 아홉 개의 라이브 트랙을 만날 수 있기 때문. 개인적으로 특히 마지막 네 곡인 2011년 KEXP 세션이 마음에 든다.
입문용으로 적합한 일스의 컴필레이션 앨범
Meet The Eels: Essential Eels, Vol. 1 (1996–2006) (2008)
일스 최초의 베스트 컬렉션으로 [Beautiful Freak]부터 [Blinking Lights And Other Revelations]까지의 앨범에서 선곡한 24곡을 수록하고 있다. 일스의 대표곡으로 영국 차트 10위, 미국 모던록 차트 1위를 차지한 ‘Novocaine For The Soul’, 영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Susan's House’, 밝은 분위기의 ‘Last Stop: This Town’, 영롱한 실로폰 소리가 매력적인 동화 같은 곡 ‘Flyswatter’, 뉴욕 시티 타운 홀 라이브 버전이 수록된 ‘Dirty Girl’, 영화 ‘슈렉’과 광고에 삽입되어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높은 몽환적인 발라드 ‘I Need Some Sleep’ 등 입문용으로 아주 적합한 앨범이다. 그와 더불어 대표곡들의 뮤직비디오와 비하인드 씬, 코멘터리가 추가된 DVD까지 포함시킨 그야말로 완벽한 ‘팬 서비스 앨범’이다.
Useless Trinkets: B-Sides, Soundtracks, Rarities and Unreleased 1996–2006 (2008)
B-Side와 미발표곡을 50곡이나 수록한 방대하고 알찬 컴필레이션이다. 내레이션 버전이라 할 수 있는 ‘Novocaine For The Soul’, 테네시 라이브로 만날 수 있는 ‘My Beloved Monster’, BBC 라이브 버전으로 수록된 ‘Manchester Girl’, ‘Open The Door’를 만날 수 있으며, 영화 사운드트랙 수록곡이 무려 일곱 개나 실린 것도 흥미롭다. ‘웰컴 투 우프 우프’에 실린 ‘Dog's Life’, ‘폭력의 종말’에 실린 발라드 ‘Bad News’, ‘그린치’에 실린 ‘Christmas Is Going To The Dogs’ 등은 모두 정규 앨범에서 만날 수 없던 곡이다. 프린스의 곡을 커버한 ‘If I Was Your Girlfriend’, ‘I Could Never Take The Place Of Your Man’, 엘비스 프레슬리와 UB40 버전이 유명한 ‘Can't Help Falling In Love’, 다니엘 존스톤 헌정 앨범인 [The Late Great Daniel Johnston]에 실린 'Living Life' 등 커버곡들도 흥미롭다. 이 앨범의 가장 큰 장점은 일스를 잘 몰라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블 CD 구성에 ‘롤라팔루자 2006’ DVD까지 포함된, 또 하나의 완벽한 팬 서비스 앨범이다.
추천곡
Kinda Fuzzy
Peach Blossom
On The Ropes
The Turnaround
True Original
I Am Building A Shrine
Wonderful, Glorious
싸이월드 뮤직 2월 2주 이주의 앨범 원고 [ 기사원문 ]
'Re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맥스로 만나는 뜨거운 공연, 메탈리카(Metallica)의 'Through The Never' (0) | 2013.11.17 |
---|---|
톰 오델(Tom Odell)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데뷔 앨범 'Long Way Down' (0) | 2013.07.22 |
전성기의 활기를 찾은 앨범, 소울 어사일럼(Soul Asylum)의 'Delayed Reaction' (4) | 2012.12.26 |
맹렬히 질주하는 로큰롤, 그린 데이(Green Day)의 트릴로지 앨범 2부 'iDOS!' (2) | 2012.11.20 |
마일스 케네디와 합작한 두 번째 솔로 앨범, 슬래쉬(Slash)의 'Apocalyptic Love' (2) | 2012.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