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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피아노가 돋보이는 순수하고 열정적인 앨범, 톰 오델(Tom Odell)의 'Long Way Down'



01 Grow Old With Me
02 Hold Me
03 Another Love
04 I Know
05 Sense
06 Can't Pretend
07 Till I Lost
08 Supposed To Be
09 Long Way Down
10 Sirens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한 음악 소년
현재 영국과 유럽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신인 뮤지션 톰 오델(Tom Odell)은 올해 초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이 포착되어 국내에서도 이름이 알려졌다. (화려한 연애사(!)를 자랑하는 테일러의 새 남자친구는 아닌 것으로 밝혀진 상태) 영국 치체스터 출신인 톰은 어릴 때부터 엘튼 존(Elton John)의 걸작 [Goodbye Yellow Brick Road]를 듣고, 지역 축제에서 블러(Blur)의 공연을 관람하는 등 음악과 매우 밀접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리고 음악적 재능 또한 예사롭지 않아 7살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고, 11살부터 작곡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의 재능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던 ‘내성적인 소년’ 톰은 스쿨 밴드 키보디스트로 공연을 먼저 경험하게 된다. 비록 밴드에서는 그리 오래 활동하지 못했지만 좋은 경험을 쌓은 톰은 아주 멋진 싱어가 되겠다고 결심한다. 그때 톰의 나이는 18살이었다.

그러나 대학 진학까지 포기하며 선택한 ‘뮤지션의 길’은 제법 길고 험했다. 브라이튼의 클럽에서 몇 년간 공연하며 ‘음악으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지만, 꽤 힘든 시간이었다. 변화가 필요했던 톰은 결국 할머니의 차를 빌려 런던으로 떠났고, 런던 동부 지역에서 약 20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펼친 공연은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그 적은 관객들 중 릴리 알렌(Lily Allen)의 레이블 ‘인 더 네임 오브(In The Name Of)’의 A&R 담당자가 있었기 때문. 릴리의 친구이기도 했던 그는 매우 흡족해하며 이 소식을 릴리 알렌에게 알렸고, 릴리는 직접 톰의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톰은 2012년 초 인 더 네임 오브와 음반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제 공연을 본 릴리 알렌은 꽤 흥분된 모습이었어요. 우리는 함께 술을 마시러 갔고, 거기서 음악과 레이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그녀의 팬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믿기 힘든 경험이었죠.” 톰 오델

공들인 앨범을 만들겠다는 강한 열망이 반영된 데뷔작 [Long Way Down]
데뷔작 발매에 앞서 톰은 2012년 10월 EP [Songs From Another Love]를 선보였다. 반응은 꽤 긍정적이었다. 평단은 음유시인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콜드플레이(Coldplay)의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을 언급하며 다양하고 역동적인 보컬과 뛰어난 작곡 능력을 겸비한 톰을 칭찬했다. 그렇게 ‘2013년을 빛낼 신인’으로 기대를 모은 톰은 2013 브릿 어워드 비평가상까지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는다. 이에 톰은 “전혀 예상치 못한 수상”이라며 놀라움을 표했고, 그를 ‘준비된 스타’라고 치켜세운 다수의 매체들은 곧 발매될 데뷔작에 대한 기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한편 톰은 앨범 발매 전 가진 음악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튠즈와 스포티파이 세계에 사는 사람들은 원하는 곡만 구입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하게 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톰은 ‘공들인 앨범’에 대한 열망이 강했다.

데뷔작 타이틀은 [Long Way Down]으로 EP에 실린 ‘Another Love’, ‘Can't Pretend’, ‘Sense’를 포함 총 10곡이 실렸다. 지난 3월 디지털 싱글로 공개한 ‘Can't Pretend’는 음반 계약을 체결한 톰이 얼마 뒤 이별을 겪고 아파트에서 은둔하며 썼다. 콜드플레이와 흡사한 이 곡은 밴드 버전으로 제법 강렬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같은 달에 디지털로 공개한 ‘Hold Me’는 톰이 공연장에게 가장 즐겁게 연주하는 곡이며 개인적인 추천곡이기도 하다. 조금 불안정하게 들리는 보컬은 그가 좋아하는 밴드 아케이드 파이어(Arcade Fire)의 윈 버틀러(Win Butler)와 유사한데, 둘 다 폭발적인 가창력은 아니지만 곡을 잘 소화해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앨범 발매 1주 전에 싱글로 공개된 ‘Another Love’는 EP에서도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대표곡이다. 6월 29일자 영국 차트 10위로 데뷔한 이 곡은 격렬한 피아노와 특유의 떨리는 보컬로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벤 폴즈(Ben Folds) 같은 피아노 인트로를 선보이는 톱 트랙 ‘Grow Old With Me’는 부드러운 멜로디와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보컬로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신인답지 않게 능숙한 피아노 록을 선보이는 ‘I Know’, 기술에 의지하지 않은 본연의 사운드를 추구한 업템포의 ‘Till I Lost’도 생생한 느낌이 강조되었다. 은은한 코러스로 위로를 건네는 피아노 발라드 ‘Sense’는 쓸쓸하면서도 아름답고,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가 작곡한 히트곡으로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의 커버 버전도 큰 인기를 끈 ‘Easy’가 연상되는 ‘Supposed To Be’는 여유로운 분위기가 감돈다. 앨범 후반부에 실린 타이틀곡 ‘Long Way Down’은 피아노와 보컬로만 이뤄진 간결한 발라드다. 톰이 브라이튼에 머물고 있을 때 노랫말을 쓰고 런던에서 곡을 마무리한 ‘Sirens'는 약간의 결함이 있더라도 인위적인 느낌은 없길 원한 그의 의지가 반영된 묵직한 곡이다.
 
노랫말은 다소 서글픈 느낌이 있어 전반적인 분위기도 어두울 것 같지만, 완성된 음악들은 생각보다 밝고 여유롭다. 외로운 도시 생활, 이별의 아픔 같은 개인적인 경험과 엘튼 존, 빌리 조엘(Billy Joel), 밥 딜런(Bob Dylan) 등 대선배들의 영향력을 반영한 [Long Way Down]은 매우 순수하고 열정적이다. 비록 독창성을 중시하는 평단의 입맛에 많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약점이 있지만, 대중의 호응이 기대되는 진솔한 앨범이다. 참고로 딜럭스 에디션에는 5곡의 보너스 트랙이 추가되었으며, 앨범은 영국 차트 1위로 데뷔했다. 한편 현재 투어로 바쁜 톰은 연말에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 ‘새로운 무언가’를 작업하길 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싸이월드 뮤직 2013년 7월 8일 이주의 앨범 원고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