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Take a Walk
02 I'll Be Alright
03 Carried Away
04 Constant Conversations
05 Mirrored Sea
06 Cry Like a Ghost
07 On My Way
08 Hideaway
09 Two Veils to Hide My Face
10 Love Is Greed
11 It's Not My Fault, I'm Happy
12 Where We Belong
때늦은 밸런타인데이 선물로 시작된 음악과 밴드
한 소년이 소녀를 만나고 음악을 완성한, 그리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패션 피트(Passion Pit)의 귀여운 데뷔 스토리를 듣고 열광했으니 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소년과 소녀의 이야기는 러브 스토리를 부정하며 시작하는 영화 ‘500일의 썸머’ 같은 ‘실패한 연애담’이다. 자상하지 못한 남자였던 마이클 엥겔라콥스(Michael Angelakos)는 소원해진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고 싶었고, 때늦은 밸런타인데이 선물을 준비하게 된다. 그의 선물은 노트북으로 작업한 ‘자작곡’이었고, 주변의 반응도 꽤 괜찮았다. 하지만 그것은 로맨틱한 러브송이 아닌, 개인적이고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것이 결별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마이클은 결국 여자 친구와 헤어졌고, 그녀의 권유로 인터넷에 공개했던 음악들은 재학 중인 보스턴의 에머슨 컬리지에서 뜻밖의 반응을 얻었다. 이후 마이클이 버클리에서 솔로 공연을 펼칠 때, 그것을 흥미롭게 지켜본 친구가 있었다. 그가 바로 이안 훌트퀴스트(Ian Hultquist)다. 둘의 만남은 패션 피트 결성으로 이어졌고, 곧이어 다른 친구들도 합류하여 5인조가 되었다. (마이클을 제외한 모든 멤버가 버클리 음대 출신이다.) 그리고 2008년, 앞서 완성된 4곡에 <Better Things>와 <Sleepyhead>를 추가한 데뷔 EP 「Chunk Of Change」를 발표했다.
총 6곡이 실린 EP는 피치포크와 NME에서 주목받았고, 데뷔작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특히 아일랜드 하프 연주자 메리 오하라(Mary O'Hara)의 <Oro Mo Bhaidin>을 샘플링한 <Sleepyhead>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곡은 영국 드라마와 게임 트레일러, 캐나다의 PSP 광고 음악으로 쓰였고, 뮤직비디오도 제작됐다. 그리고 이듬해인 2009년 5월에 발매된 데뷔작 「Manners」는 미국 51위, 영국에서는 55위에 올랐다. 아주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다. 하지만 주요 음악매체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글래스톤베리, 멜트 페스티벌, 티 인 더 파크 등 대형 페스티벌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Sleepyhead>는 새롭게 마스터링한 버전을 앨범에 수록했고, 아이튠즈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했다. 존 메이어(John Mayer)가 극찬한 <Moth's Wings>는 축구 게임 ‘피파 2010’에, <To Kingdom Come>은 아이폰 음악 어플리케이션인 ‘랩소디’에 쓰여 더 유명해졌다. 조금 느슨한 비트와 수려한 멜로디, 가성 보컬이 어우러진 <Make Light>, <Little Secrets>, <The Reeling> 등은 패션 피트를 일렉트로 팝 밴드로 부르게 만들었다. 노랫말은 다소 어두웠지만, 행복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담은 앨범의 사운드는 밝고 긍정적이었다. 플레이밍 립스(Flaming Lips)나 애니멀 콜렉티브(Animal Collective)처럼 독창적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같은 레이블 소속인 엠지엠티(MGMT)와 자주 비교되기도 했다. 밴드는 “New MGMT”라는 언급에 대해 “우리의 사운드는 그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플릿우드 맥(Fleetwood Mac)의 영향력을 언급하며 ‘이해하기 쉬운 멜로디’를 자신들의 최대 장점으로 손꼽기도 했다.
균형감이 강조된 화려한 두 번째 앨범
2010년, 패션 피트는 북미 투어 일정에 맞춰 새 아트웍과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 커버곡 <Dreams> 등 세 곡이 추가된 「Manners」 딜럭스 에디션을 발매했다. 패션 브랜드 '리바이스'의 음악 프로젝트 ‘파이오니아 세션’에서는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의 <Tonight, Tonight>을 멋지게 커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해 9월에는 뮤즈(Muse)의 미국 공연 오프닝 밴드로 출연했다. 2집 앨범은 NME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봄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예정보다 작업이 늦어졌다. 2012년 초로 발매일이 한차례 연기된 앨범은 더 늦어졌고, 출시일은 7월 23일로 결정되었다. 「Gossamer」라는 앨범 타이틀은 지난 4월 24일에, 첫 싱글 <Take A Walk>는 5월 8일에 공개됐다. 미국 얼터너티브 차트 23위에 오른 이 곡은 쉽게 기억되는 멜로디와 코러스를 기반으로 무거운 메시지도 가볍게 포장하는 패션 피트의 재능을 마음껏 과시한다. 전진하는 키보드와 베이스에 단순하면서도 흥겨운 비트가 동반하여 모두를 움직이게 만든다. 프로듀싱을 맡은 마이클은 부드러우면서도 진지한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의 작업 방식이 사랑스럽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두 번째 싱글 <I'll Be Alright>은 6월 12일에 공개됐다. 현란한 일렉트로 팝을 지향한 이 곡도 쿵쿵거리는 비트가 돋보인다. 멜로디에 더 비중을 둔 밴드가 비트감 있는 곡을 연달아 공개한 것은 조금 뜻밖이었다. 앨범을 대표하진 않지만, 대중적으로 더 어필될 수 있는 곡들을 선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클은 이번 앨범이 아주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얘기와 함께 흥분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허세가 아니었음을 증명한 R&B 스타일의 <Constant Conversations>는 피치포크 ‘Best New Track'에 선정되었다. 마이클의 가성 창법과 깊고 은은한 코러스가 매력적이며, 앨범 내 최고의 트랙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다. 마이클은 이 곡의 데모를 릭 루빈(Rick Rubin)에게 들려줬고, 앨범에 꼭 포함시키라는 조언을 얻기도 했다. 1980년대 댄스팝을 구현한 <Carried Away>는 비트보다 멜로디와 코러스가 더 부각되었다. 일렉트로닉과 록 사운드가 이상적으로 결합된 <Mirrored Sea>, <Hideaway>, 댄스플로어의 분위기를 재현한 <Cry Like A Ghost>, 매력적인 보컬과 중량감 있는 코러스를 앞세워 ’서사적인 멜로디’를 완성한 <On My Way>도 흥미롭다. 33초의 아카펠라 합창곡 <Two Veils To Hide My Face>를 지나면 따뜻하고 순수한 소년 같은 멜로디의 <Love Is Greed>가 흐른다. 이건 유쾌한 가족 뮤지컬 제작자가 탐낼만한 멜로디다. 도입부가 시우르 로스(Sigur Ros)의 <Inni Mer Syngur Vitleysingur>와 흡사해 더 관심 있게 들었던 <It's Not My Fault, I'm Happy>는 매우 낙관적이다. 엔딩 트랙 <Where We Belong>은 연약한 느낌의 일렉트로 팝이다.
마이클은 앨범을 만들면서 줄곧 해럴드 알렌(Harold Arlen), 제롬 컨(Jerome Kern), 어빙 벌린(Irving Berlin)의 음악을 들었고, 완벽한 작곡가였던 그들의 고통을 공감했다. 마이클은 개인적인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자기 조롱과 혐오를 담은 가사를 쓰기도 했다. 앨범 「Gossamer」는 밝은 느낌이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 어두운 세계가 공존한다. 데뷔작과 비교하면 가사는 더 사실적이고, 사운드는 광범위하다. 성장통을 겪은 20대 청년의 고민은 아름답고 화려한 음악으로 귀결된다.
+추가
일본반에는 보너스 트랙 다섯 곡이 추가됨. 보너스 트랙은 <Almost There>, <American Blood>, <Constant Conversations (Stripped)>, <Take a Walk (BURNS' SFTCR VERSION)>, <Take a Walk (☆Taku Takahashi & El Poco Maro Remix)>임.
앨범은 미국 2위, 영국 56위 기록.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 2012년 8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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