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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2012년 3~4월에 본 영화들 (언터처블: 1%의 우정, 아티스트, 화차, 킹메이커, 비버, 어벤져스, 아르마딜로)

2012년 3~4월에 본 영화들


언터처블: 1%의 우정 ★★★☆
프랑스에서 엄청나게 흥행했다는 작품다. 엄청난 부자지만 전신마비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남자와 그를 장애인처럼 대하지 않는 다혈질 흑인 도우미 이야기다. 상위 1%의 부자와 하위 1% 빈민가 청년의 우정이라니. 이 뻔해 보이는 이야기가 실화란다. 영화는 의외로 유쾌하고, 신파도 없다. 감동을 빌미로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 것 같은데, 억지로 웃기려는 코미디 영화보다 오히려 더 가볍고 재밌다.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작품.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 음악은 아주 괜찮은 선택이었다. 다혈질이면서, 정에 약한 인간은 매우 비호감이지만. 이건 개인적인 생각. 


아티스트 ★★★

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음악상 등 중요한 상들을 싹쓸이한 영화다. 하지만 수상 소식 때문에 오히려 더 기대는 줄었다.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하는 만큼 한계도 있는 법이니까. 예를 든다면 그래미를 싹쓸이한 앨범도 내 취향은 아니었던 적이 많다. 게다가 21세기에 무성영화라니. 3월인데 날씨는 또 왜 이렇게 추운지, 거친 바람을 맞으며 영화관에 갔다. “이건 꽃샘추위가 아니라 한파야, 한파.” 영화는 아주 철저하게 무성영화 특성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배우들의 의상과 분장은 물론 음악과 화면비율까지. 1930년대 초반 유성영화에 밀려 사라진 무성영화를 21세기 극장에 내놓은 것 자체가 큰 도전이다. 내용은 군더더기가 없다. 무성영화 최고의 스타였던 배우 조지와 그의 단역으로 출연했고 유성영화 최고의 스타가 된 페피의 이야기는 즉각적인 감정표현 때문인지 아주 생생하게 다가온다. 편하게 대사를 듣고 자막을 보는 일반적인 영화와 달리, 배우들의 작은 움직임과 표정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게 된다. 무성영화의 매력은 이처럼 말없이 빠져드는 것이잖아. 무성영화라고는 찰리 채플린 작품 말고는 본 게 없는 내가 무성영화에 향수를 느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굳이 비교한다면 정성스럽게 판을 닦고 조심스럽게 바늘을 올리곤 했던 턴테이블의 추억과 흡사하다. 기술의 발전에만 의지해 정작 인간의 정성은 점점 필요하지 않게 된 21세기는 아름답지 않다. 그래서 웃음과 눈물을 쏙 빼놓은 이 따뜻한 무성영화가 반갑고, 사랑스럽다. 강아지의 열연과 빵(BBANG!)은 잊지 못할 것이다. 조만간 사운드트랙을 사서 들어볼 생각.


화차 ★★★☆
말도 안 되는 얘기로 겁주는 것보다 현실성 있게 다가오는 영화가 더 무섭다. 일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화차]는, 빚 없이 살아가기 힘든 끔찍한 세상을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잔인하게 묘사하는 것 같다. 신용사회에서 낙오된 악녀를 욕해야할지, 위로해야할지... 이런  완성도는 전적으로 감독의 능력이다. 변영주 감독은 정말 똑똑한 것 같다. 김민희의 연기력도 놀라웠다. 그녀의 영화는 [서프라이즈] 이후 처음이지만, ‘연기 못하는 배우’라는 오해를 풀게 됐다.  



킹메이커 ★★★★
국회의원님들(특히 새누리와 민주) 단체관람 추천. 속으론 격하게 공감하시면서 겉으론 아닌척하고 보실 듯. 한마디로 정치판은 어디든지 지저분하다는 걸 보여주는 ‘실화 같은 영화’다. (실화인가?) 이 바닥에 의리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건 도박이고, 은밀하게 반칙이 허용되는 지저분한 스포츠다. 감독은 조지 클루니. 가슴속이 뻥 뚫리는 느낌은 아니지만, 후련하다. 4월 선거 때 겪은 충격 여파일까. 똑똑한 조지 클루니를 백악관으로! 

비버 ★★★☆ 
이 영화의 감독은 조디 포스터다. 미국의 좋은 아빠, 좋은 가족의 기준이 100% 공감되지는 않지만,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비버]는 우울증에 걸린 가장과 가족의 갈등, 화해, 다시 갈등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우울증이라는 게 참 위험하고 여러 사람을 힘들게 하는 병인데, 그걸 극복하려는 노력을 불편하지 않게 잘 그려냈다. 아직도 [리쎌웨폰]의 다혈질 형사로 기억되는 멜 깁슨의 깊은 연기는 또 하나의 반전이며 감동이다. 영화 말미에는 라디오헤드(Radiohead)의 ‘Exit Music'이 흐른다. 



어벤져스 ★★★★
적어도 500만은 넘을 거 같다. 쉽게 말해 ‘슈퍼히어로 올스타전’이다. 경기력은 별로여도, 화려한 스타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재미로 매진되는 개념. 아이언맨,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가 모두 등장한다. 영화는 아이언맨 번외 편 혹은 업그레이드 버전 같은 분위기. 아이언맨을 좋아한다면 재미 보장(적어도 아이언맨 2편처럼 약하진 않다.), 심지어 캐릭터들을 전부 몰라도 재밌다. 처음 아이언맨을 봤을 때와 같은 느낌이랄까. 닥치고 봐줄만한 오락영화 하나 등장이요. 잔잔한 극장가를 올 킬하게 생겼다.



아르마딜로 ★★★✩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지원한 덴마크 병사들은 실존 인물이고, 거기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도 실제상황이다. 평화 운운하는 병사들은, 내심 무슨 일이 벌어지길 원하는 선수들일뿐이다. 전쟁은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고, 정신을 마비시킨다. 처참하게 사람을 죽이고 영웅이 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한심하고 추악한 게임이다. 전쟁 영화에 환상을 가진 사람이라면, [아르마딜로]는 아주 흥미로울 것 같다. 이건 진짜를 보여주니까. 증오심과 복수심으로 가득 찬 전쟁이 흥미롭고, 이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 작품을 보며 무슨 생각을 가질까. 그리고 이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촬영했을까. 아마도 목숨을 걸고 촬영했을 텐데, 놀랍다.




Written By 화이트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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