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신은 고양이 ★★☆
기대치가 워낙 낮아서 아주 나쁘진 않았다. 목소리는 (언제부턴가 나도 모르게 성우로 인식하고 있는)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맡았다. 고양이 목소리만 벌써 5편? 놀라운 기록이다. 스토리는 엉망이지만 고양이는 귀엽고, 액션도 재밌다. 캐릭터로 승부하는 작품이라 슈렉 시리즈와 고양이를 좋아하면 합격, 슈렉 시리즈를 안 봤으면 보류, 슈렉 시리즈가 싫었다면 볼 가치가 없을 듯. 슈렉 1편은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비웃는 발칙함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틀을 깬 유쾌한 결말도 통쾌했다. 2편도 나쁘지 않았다. 고양이의 표정 연기가 돋보였다. 슈렉 3는 매트릭스, 스크림, 터미네이터 3편처럼 나태했다. 번역도 형편없었고 그냥 평범하게 웃기는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패러디와 코미디에 집중한 결과였다. 슈렉 포에버의 주인공은 사실상 동키와 고양이였다. 결국엔 존재감 커진 고양이를 메인으로 내세운 영화가 완성된 거고. 2편이 나온다면 글쎄, 보고 싶진 않을 거 같다.
부러진 화살 ★★★☆
시사회로 이 영화를 봤다. ‘석궁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상식적으로 누가 봐도 무죄인 게 분명한 수학과 교수의 억울한 수감과 고군분투를 다뤘다. 교수의 꼿꼿한 행동들이 통쾌함을 안기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감정에 호소하기, 자기 편 감싸주기로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를 덮으려 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잘못과 실수를 인정할수록 오히려 더 강하게 질책하는 사회의 모순도. 정의롭고 도덕적인 자를 두려워하는 사회, 원칙이 짓밟히는 상식 없는 세상이다. 영화에서나 가능할법한 이 시시한 시나리오가 실화라는 건 대단히 부끄럽고 비극적인 일이다. 권력을 가진 자들의 부조리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반갑다. 도덕적으로 완벽하신 높은 분들이 꼭 보셨으면 하는 작품.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
영국의 다트 무어 동물원(영화에서는 로즈 무어 동물원으로 소개) 주인이 된 벤자민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해하고, 화해하는 따뜻한 가족 영화다. 이야기 전개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카메론 크로우 감독에 음악은 무려 시규어 로스의 욘시가 맡아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했다. 영화 바닐라 스카이에서 드러난 감독의 음악적 취향도 여전했다. 작지만 희망과 기운을 안기는 대사, 섬세하게 배치된 음악들이 포인트다.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는 맷 데이먼, 엄마를 잃은 슬픔을 표출하는 내성적인 아들의 모습도 공감을 가져온다. 영화는 “왜 동물원을 샀을까?”란 물음에 시원한 답변을 주지 않는다. 달에 옥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는 어린 딸이 “We Bought A Zoo"를 반복해서 외칠 뿐이다. 삶도, 사랑도, 뭐 안될 거 있나요? 사운드트랙에는 욘시 솔로 앨범에서 가져온 ‘Go Do’, ‘Boy Lilikoi’, ‘Sinking Friendships’와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시규어 로스의 곡 ‘Hoppipola’를 수록했다. 영화 속에서는 중, 후반부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Go Do’와 동물원 개장 때 흐르는 ‘Hoppipola’가 인상적이지만, 니코 멀리와 작업한 9곡의 오리지널 스코어도 영화와 잘 어울린다. 게다가 욘시의 신곡 'Evin Endar'와 ‘Gathering Stories’를 수록하고 있어 나 같은 팬에겐 욘시의 신작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차분한 'Evin Endar'에는 시규어 로스의 숭고함이, 화려한 ‘Gathering Stories’에는 욘시 솔로 작품의 역동적인 느낌이 살아있다. 영화음악은 84회 아카데미 시상식 ‘Best Original Song'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상태. 사운드트랙에 수록되진 않았지만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곡들도 인상적이다. 본 아이버의 ‘Holocene’은 절묘하다 싶을 정도로 영화와 잘 어울리며, 밥 딜런, 닐 영, 오티스 러쉬의 목소리도 반갑다. 욘시의 음악과 별개로, 저작권 문제만 아니라면 아래와 같은 사운드트랙이 발매됐을 수도 있다.
Don’t Come Around Here No More – Tom Petty
Do It Clean – Echo & The Bunnymen
Airline To Heaven – Wilco
Don’t Be Shy – Cat Stevens
Living With The Law – Chris Whitley
Last Medicine Dance – Mike McCready
Buckets of Rain – Bob Dylan
No Soy Del Valle – Quantic Presenta Flowering Inferno
Like I Told You – Acetone
Ashley Collective – Mike McCready
For A Few Dollars More – The Upsetters
Hunger Strike – Temple Of The Dog
Mariachi El Bronx – Mariachi El Bronx
Haleakala Sunset – CKsquared
Cinnamon Girl (Live) – Neil Young
Holocene – Bon Iver
Throwing Arrows – Mike McCready
Work To Do – The Isley Brothers
All Your Love (I Miss Loving) – Otis Rush
I Think It’s Going To Rain Today – Randy Newman
나라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사랑을 갑자기 잃었을 때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부끄럽게도 그런 슬픔을 처음 공감해본 거 같다.
자전거 탄 소년 ★★★☆
디센던트 ★★★☆
웃을 수 없는 이야기인데, 웃음이 난다. 하와이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변호사 맷(조지 클루니)의 아내가 사고로 식물인간이 되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무관심했던 두 딸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아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는 상황. 조지 클루니 이미지를 떠올리면 100% 몰입되진 않는 캐릭터지만, 따뜻하고 소심한 구석도 있는 중년 남성 삶의 아이러니를 잘 그려냈다. 결국엔 가족이 하나 되는 따뜻한 결말. 소소한 웃음이 있고, 찡한 감동도 있다. 예쁘게 사랑하면 사랑하는 사람이 질투하는 모습도 귀여워 보이는데, 딱 이 영화의 모습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하와이 관광청에서 적극적으로 후원 좀 했을 것 같은 영화. 음악도 좋다.
참 어려운 영화다. 일반적인 스파이 무비의 짜릿함이나 긴장감은 없다. 아주 서늘한 시각으로 요원들의 심리를 그려낸다. 플롯이 복잡하고, 사전 지식도 필요하다. 단순하게 누가 스파이인지 맞추는 정도로 생각했다간, 나처럼 망한다. 사실 생각할 준비도 되어있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영화 초반부터 심한 졸음이 왔다. 극장의 뛰어난 난방, 완벽하게 밀폐된 공간 때문일까.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없었다. 졸지 않겠다는 생각이 영화와 섞여 결국 영화를 이해 못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그나마 위안인 건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거. 심지어 코고는 소리도 들렸으니까. 게리 올드만은 세월 탓인지 분장 때문인지 정말 많이 늙었구나. 이 영화를 다시 보면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사실 자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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