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비틀린 냉소 대신 온기가 흐르는 힙합, 제이 콜(J. Cole)의 'Cole World: The Sideline Story'


Cole World: The Sideline Story (2011)
01 Intro 
02 Dollar And A Dream Iii 
03 Can`t Get Enough (Feat. Trey Songz) 
04 Lights Please 
05 Interlude 
06 Sideline Story 
07 Mr. Nice Watch (Feat. JAY Z) 
08 Cole World 
09 In The Morning (Feat. Drake) 
10 Lost Ones
11 Nobody`s Perfect (Feat. Missy Elliott)
12 Never Told 
13 Rise And Shine 
14 God`s Gift 
15 Breakdown 
16 Work Out 



제이-지(Jay-Z)가 주목한 신예
제이-지(Jay-Z)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힙합 뮤지션이다. 얼마 전에는 칸예 웨스트(Kanye West)와 합작한 ‘Watch The Throne’을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이런 천하의 제이-지가 주목하고 데뷔를 도운 뮤지션이라면,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커지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영광의 주인공은 투팍(2Pac), 나스(Nas), 에미넴(Eminem)을 들으며 성장한 제이 콜(J. Cole)이라는 신예인데, 그는 락 네이션(Roc Nation)과 처음으로 계약한 아티스트가 됐다. (락 네이션은 2008년 제이-지(Jay-Z)가 설립한 미국의 힙합레이블로 브리짓 켈리(Bridget Kelly), 제이 일렉트로니카(Jay Electronica), 윌 스미스(Will Smith)의 딸인 윌로우 스미스(Willow Smith)와도 계약)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난 제이 콜은 10대 시절부터 노랫말과 리듬을 만들었고, 대학 졸업 후 첫 번째 믹스테잎 ‘The Come Up’을 2007년에 완성했다. 2009년 락 네이션과 계약 후 공개한 두 장의 믹스테잎은 몇 개의 힙합 매거진에서 호평을 받았다. 올해는 ‘Any Given Sunday’라는 타이틀의 EP 시리즈를 차례로 공개했다.


사실 나는 제이 콜이라는 이름을 듣고 영국의 축구선수를 먼저 떠올렸다. (그의 본명은 저메인 라마인 콜) 이름은 다소 평범했지만 믹스테잎들은 소문대로 예사롭지 않았다. ‘The Warm Up’과 ‘Friday Night Lights’는 이미 정규앨범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는 의욕적으로 작업한 음악들을 인터넷으로 공유하여 유명세를 탔고, 음악계 인사들에게까지 알려지는 과정을 거쳤다. 락 네이션과 계약 후 데뷔작을 완성하기까지도 2년이 넘게 걸렸다. 이미 많은 음악들을 만든 상태였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충분한 경험을 쌓으며 음악적 기반을 다졌다. 제이-지의 ‘The Blueprint 3’ 앨범 ‘A Star Is Born’에서 피처링을 했고, 탈립 콸리(Talib Kweli)와 하이 텍(Hi-Tek)의 프로젝트 Reflection Eternal(리플렉션 이터널) 앨범인 ‘Revolutions Per Minute’의 ‘Just Begun’에서는 제이 일렉트로니카, 모스 데프(Mos Def)와 함께 피처링을 했다. 영 크리스(Young Chris), 미구엘(Miguel)의 앨범에도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고, 올해 4월엔 힙합 매거진 바이브(Vibe)가 선정한 ‘현존하는 최고의 래퍼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제이 콜을 선정한 바이브 매거진은 “아직 정규앨범은 없지만 믹스테잎으로 증명이 됐고, 그것은 제이-지를 매료시킨 충분한 이유도 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앨범 녹음은 6월에 끝났고, 8월 15일에는 ‘Work Out’의 비디오 클립이 공개됐다. 폴라 압둘(Paula Abdul)과 칸예 웨스트의 곡을 샘플링 했고 비트가 강하며 감상적인 이 곡은 지난 6월에 디지털 싱글로 공개됐는데, 보너스 트랙으로 앨범 마지막에 수록했다. (‘Who Dat’과 ‘Daddy’s Little Girl’은 아이튠즈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

화려한 피처링과 권위에 의지하지 않은 자전적인 앨범
53회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레코드’ 후보엔 에미넴과 리한나(Rihanna)의 'Love The Way You Lie', 제이-지와 앨리샤 키스(Alicia Keys)의 'Empire State Of Mind’가 있었다. 화려한 피처링의 진수를 보여준 곡들이다. 리한나와 앨리샤 키스의 가창력이 돋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이 곡들은 랩을 압도할 정도로 멜로디가 강했다. 10월 8일자 빌보드 싱글 차트 Top 10을 살펴보면 피처링곡이 절반이다. 피처링으로 절반 이상을 채운 앨범들도 꽤 많고, 특히 알앤비와 힙합에서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제이 콜의 데뷔작은 피처링 비중이 적은 편이다. 16곡 중 4곡이 전부다. 공식적인 첫 싱글 ‘Can't Get Enough’에는 트레이 송즈(Trey Songz)가 참여했다. 유연한 랩과 멜로디, 비트가 잘 융합된 느낌이다.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이 참여한 ‘Nobody`s Perfect’는 힙합과 알앤비의 조합이 인상적이지만, 화려한 느낌은 아니다. 이 곡은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가 1972년에 발표하여 대대적인 호평을 받은 ‘Super Fly’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Think’를 샘플링했다. 제이-지가 피처링한 ‘Mr. Nice Watch’는 앨범 내에서 가장 트렌디한 곡인데, 제이-지와 칸예 웨스트의 합작 앨범 곡들을 연상시킨다. (제이-지는 사실 이 곡보다 ‘God's Gift’에 참여하길 더 원했다는 후문) 드레이크(Drake)와의 호흡이 무난한 ‘In The Morning’에서도 게스트 뮤지션의 활약은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제이 콜은 제이-지의 영향력에도 의지하지 않는다. 다수가 동경하는 화려한 출발을 포기한 셈. 대신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곡을 직접 프로듀스했고, 합작을 포함한 자작곡들로 앨범을 완성했다. 피아노가 깔린 ‘Intro’를 지나 빈티지한 ‘Dollar And A Dream III’가 흐를 때는 약간의 비장함도 느껴진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곡이 일본 비디오 게임 킹덤 하츠 II 사운드트랙 수록곡을 샘플링 했다는 것이다. 자전적인 ‘Lost Ones’와 ‘Breakdown’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하다. 감정전달이 뛰어난 곡들이다.

비틀린 냉소 대신 온기가 흐르는 힙합
제이 콜에게서는 음악적 고집과 달리 거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일부 매체에서는 그가 매우 겸손하지만 카리스마는 약하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가 단독으로 완성한 곡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흥미롭다. 믹스테잎 곡으로 제이-지도 반했던 ‘Lights Please’는 그랜드 피아노와 간결한 비트를 기반으로 전개되는 클래식한 힙합이다. ‘Interlude’와 연결되는 ‘Sideline Story’도 유사한 곡으로 그의 랩이 돋보인다. (하드베이스 드럼과 스네어를 두드리는) 1990년대 힙합 같은 리듬에 재즈를 연상시키는 은은한 피아노가 흐른다. 탄력 있는 리듬과 제법 현란한 랩핑, 가스펠적인 코러스가 더해진 ‘Rise And Shine’도 멋진 곡이다.


제이 콜의 작업은 장기적인 프로젝트에 더 가깝다. 그는 충분한 과정을 거쳐 조금씩 더 나아가길 원한다. 데뷔작 ‘Cole World : The Sideline Story’의 완성도가 100%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식간에 차트를 점령할만한 대중성도 약하다. 하지만 음악은 가볍지 않다. 믹스테잎을 접한 팬들의 기대치가 특히 높은 편인데, 단순 비교를 떠나 훌륭한 앨범이라는 사실에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두 번째 앨범 작업은 좀 더 순조로울 것이며, 보다 자연스럽게 완성되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충분히 그리고 확실히 보여줬다. 미래가 기대되는 신예 뮤지션의 등장은 슈퍼스타의 탄생보다 더 흥미롭다. 사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쏠쏠한 법이다.

제이 콜의 피처링을 만날 수 있는 앨범 +@

 
Miguel - 1집 - All I Want Is You (2010)
알앤비 싱어 미구엘(Miguel)의 데뷔작이다. 제이 콜의 피처링은 첫 싱글 ‘All I Want Is You’에서 확인할 수 있다. ‘Sure Thing’은 미국 알앤비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앨범은 미국에서 20만장 이상 판매됐다. 감미롭고 편안한 알앤비 앨범이다. [싸이월드 뮤직 링크]


Jay-Z - 11집 - The Blueprint 3 (2009)
제이-지에게 3개의 그래미 트로피를 안긴 히트작이다. 제이 콜은 ‘A Star Is Born’에서 피처링을 했다. [싸이월드 뮤직 링크]


Jay-Z, Kanye West - Watch The Throne (Deluxe Edition) (2011)
제이 콜이 참여하진 않았지만, 제이-지와 칸예 웨스트의 합작이라는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음악성보다 돋보이는 대중성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고, 샘플링과 피처링의 진가를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기도 하다.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미국에서만 90만장 넘게 판매됐다. [싸이월드 뮤직 링크]

추천곡
Can't Get Enough
Lights Please
Sideline Story
Lost Ones
Rise And Shine

추천앨범
James Morrison - 3집 - The Awakening [ 싸이월드 뮤직 링크 ]
델리스파이스 - 7집 - OPEN YOUR EYES [ 싸이월드 뮤직 링크 ]
푸디토리움 - 2집 - Episode 재회(再會) [ 싸이월드 뮤직 링크 ]
Basick - 1집 – Classick [ 싸이월드 뮤직 링크 ]
딕펑스 - 1집 – Dickpunks [ 싸이월드 뮤직 링크 ]

본 리뷰는 제가 싸이월드 뮤직(Cyworld BGM) 스페셜 섹션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저는 이주의 앨범으로 제이 콜(J.Cole)의 데뷔작 'Cole World: The Sideline Story'를 선정했습니다. 싸이월드 뮤직 스페셜 섹션에는 음악평론가 배순탁, 뮤지션 이한철, 빅마마의 이지영, 작가 생선(김동영) 등 유명한 분들의 다양한 음악 이야기들이 연재되어 흥미롭습니다. 저 또한 이주의 앨범, 가끔 뮤직에센셜에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매체가 웹인만큼 이왕이면 싸이월드 뮤직 페이지에서 많이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칼럼 원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참고로 2011년 10월 첫째 주 이주의 앨범이었습니다.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무단 도용 및 스크랩을 금지합니다
http://whitequee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