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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비 내리는 풍경과 닮은 솔로 기타 앨범, 팻 매스니(Pat Metheny)의 'What's It All About'


01 The Sound of Silence
02 Cherish
03 Alfie
04 Pipeline
05 Garota de Ipanema
06 Rainy Days and Mondays
07 That’s the Way I’ve Always Heard It Should Be
08 Slow Hot Wind 
09 Betcha by Golly, Wow
10 And I Love Her

얼마 남지 않은 10대를 만끽하고 있을 무렵, 나에게도 재즈 열풍이 불었다. 여러 책들을 뒤져 입문자에게 좋은 앨범들을 사서 듣기 시작했고, 거기엔 조지 벤슨(George Benson)과 얼 클루(Earl Klugh)의 이름이 있었다. 모두 유명한 재즈 기타리스트였다. 덕분에 별로 어렵지 않게 재즈기타라는 세계에 반했다. 그때는 모든 앨범들이 다 이렇게 차분하고 편안한줄 알았다.

20대가 가까워졌을 무렵, 여러 음악 매체와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앨범이 하나 있었다. 바로 팻 매스니(Pat Metheny)의 ‘Offramp'란 앨범이었다. 1981년 작품이었고, 당시엔 오래됐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벌써 30년 전의 앨범이다. 너도나도 좋다고 하는 모습들을 보며 굉장히 편안한 앨범이겠거니 했는데, 그것은 굉장한 착각이었다. 이게 ’미리 듣기‘ 기능은 고사하고 모뎀으로 PC 통신하던 시절의 얘기다. 까놓고 얘기하자면, 당시엔 ‘Offramp' 앨범이 별로였다. 차마 싫다는 얘기는 못하고 난해하다는 핑계를 댔지만, 덕분에 그 LP는 꽤 오랫동안 새 것 같은 상태를 유지했다. (그 앨범이 좋아진 것은 20대 후반이다)


게다가 나는 팻 매스니의 열렬한 팬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가 들어본 그의 앨범은 5장 안팎이다. 그의 방대한 디스코그래피를 감안한다면 매우 우스운 수준이다. 하지만 특유의 치밀함과 실험적인 면모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내가 들어본 앨범 중에 평범했던 것은 없다. 

새 앨범 ‘What's It All About’은 그의 몇 없는 솔로 기타 앨범이다. 더욱이 그가 즐겨듣던 아메리칸 Top40 히트곡들을 연주한 커버앨범이다.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The Sound of Silence’와 비틀즈(The Beatles)의 ‘And I Love Her’, 카펜터스(Carpenters)의 ‘Rainy Days and Mondays’ 같은 팝송을 연주한다. 극히 평범한 앨범 같지만, 카페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재즈로 듣는 팝송 시리즈’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오랜 준비기간을 거친 치밀한 작품들과 달리 편안하고 즉흥적인 앨범이지만, 그만의 독창적인 해석과 섬세함은 거의 모든 곡에서 빛난다. 홈 레코딩 과정과 달리 연주와 해석은 느슨하지 않다. 청자의 입장에서는 익숙한 멜로디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그냥 틀어놓아도 좋은 차분하고 편안한 앨범이다.

 

유독 많은 비를 쏟아낸 2011년 장마철에 발매된 이 앨범은, 지긋지긋한 장마로 어둑해진 세상 밖 모습도 근사한 창밖의 풍경으로 바꿔놓는다. 처음 재즈를 들었을 때 내가 기대했던 서정적인 재즈 기타 앨범, 그 시절의 환상이 ‘What's It All About’에 있다. 장마 때문에 늘 휴대했던 우산처럼, 내 책상에는 아직도 이 앨범이 꺼내져있다. 직장인의 퇴근길도 근사하게 만들어버리는, 팻 아저씨의 마법 같은 앨범.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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