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응집력과 그루브가 돋보이는 앨범, Beastie Boys의 'Hot Sauce Committee Part Two'



 Hot Sauce Committee Part Two
01   Make Some Noise  
02   Nonstop Disco Powerpack 
03   Ok 
04   Too Many Rappers (Feat. Nas) (New Reactionaries Ver.) 
05   Say It 
06   The Bill Harper Collection 
07   Don't Play No Game That I Can't Win (Feat. Santigold)  
08   Long Burn the Fire  
09   Funky Donkey
10   The Larry Routine  
11   Tadlock's Glasses  
12   Lee Majors Come Again 
13   Multilateral Nuclear Disarmament 
14   Here's A Little Something For Ya 
15   Crazy Ass Shit 
16   The Lisa Lisa / Full Force Routine 

비스티 보이즈, 결성 30주년을 맞이하다.
1981년, 아담 요크(Adam Yauch)와 마이크 다이아몬드(Mike Diamond)를 중심으로 결성된 비스티 보이즈(Beastie Boys)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했다. (음악 활동의 시작은 1979년, 본격적인 그룹 활동은 1981년) 활동년도만 놓고 본다면 어느덧 노장 그룹으로 분류될 시점이다. 데프 잼(Def Jam)과 정식 계약을 맺고 발표한 데뷔작이자 문제작인 ‘Licensed To Ill (1986)'도 25년 전의 앨범이 됐다. ’장수한 소년들‘의 선배격인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가 결성 30주년을 앞둔 1988년, 영화 ’칵테일‘에 수록된 ’Kokomo'로 22년 만에 차트 1위를 차지했던 기록을 보고 대단한 노익장이라며 감탄했던 적이 있는데, 이제 비스티 보이즈도 그런 단어가 어색하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 흐른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들에게서 ‘연륜’이라는 단어를 끄집어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던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 보다도 더 ‘소년’처럼 느껴지는 그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외형상으로는 어느 정도 세월이 느껴지지만, 음악적으로는 그것을 쉽게 가늠하기가 어렵다.

지금이야 에미넴(Eminem)이 세상을 호령하고 있지만, 당시엔 백인 래퍼의 존재 자체가 생소했다. 비스티 보이즈가 등장하자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였고, 의외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사실 록(Rock)과 랩(Rap)의 만남은 어색하고 우스꽝스러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두 장르의 관심을 넘어 ’분노‘와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성공적인 조합을 이끌어낸다. 거기에 더해 다양한 장르를 끌어들이며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사운드도 완성하게 된다. 그것이 바로 그 자신들도 정의할 수 없다는 ’비스티 보이즈의 사운드‘다.


Part One은 없는 ‘Hot Sauce Committee’
‘Hot Sauce Committee Part One’도 공개되지 않은 시점에서 Part Two라니, 이 뜬금없는 발매는 의아함을 주기에 충분하다. 원래대로라면 Part One은 2009년, 늦어도 작년에는 공개됐어야 했다. 하지만 마무리단계에서 아담 요크가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게 되어 예정된 앨범 발매와 투어가 모두 중단되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다행히도 그는 조금씩 호전되었고, 발매 예정이었던 앨범을 보완하고 몇 곡을 더 추가한 ‘Hot Sauce Committee Part Two’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Part One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지만, 우리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Hot Sauce Committee’를 만나게 된 것이다. 2007년에 발매된 전작 ‘The Mix-Up’이 연주곡으로만 구성된 실험적인 앨범이었기에, 본연의 스타일로 컴백한 이번 앨범은 더욱 반갑다. 21세기에 듣는 20세기 사운드가 결코 촌스럽거나 불편하지 않다. 바로 비스티 보이즈의 앨범이기 때문이다.

응집력과 그루브가 돋보이는 앨범
여러 매체에서 이번 앨범을 두고 음악적 다양성과 샘플링, 밴드 사운드가 돋보였던 1992년의 'Check Your Head'와 1994년의 ‘Ill Communication’ 시절이 연상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의도적일만큼 현대적인 사운드를 배제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로 1980년대에 유행했던 808 드럼 머신, 그리고 샘플링과 스크래치가 주를 이루는 기본형 힙합 사운드에 록을 조합한다. 이것은 매우 전형적인 비스티 보이즈 스타일인데, 화려한 피처링으로 무장하고 강렬한 비트로 빵빵한 사운드를 선사하는 최신 힙합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소년들의 유쾌한 컴백‘은 흥겹고 펑키한 느낌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첫 싱글 'Make Some Noise'만 들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곡의 뮤직 비디오에는 개성파 할리우드 배우들이 단역으로 출연하여 쏠쏠한 재미를 안긴다. (비스티 보이즈는 매우 불량한 소년(?)들을 연기) 만약 당신이 잭 블랙(Jack Black), 윌 페렐(John William Ferrell), 클로에 세비니(Chloe Sevigny), 올랜도 블룸(Orlando Bloom), 세스 로건(Seth Rogen)을 모두 찾아내려한다면 두 눈을 크게 뜨고 비디오를 감상해야 할 것인데, 이 비디오는 30분짜리 버전으로도 제작되어 `Fight For Your Right (Revisited)’ 라는 타이틀로 공개되었다.


나스(Nas)가 피처링한 ‘Too Many Rappers’는 2009년, ‘Hot Sauce Committee Part 1’의 첫 싱글로 소개되며 디지털 음원을 공개했다. 하지만 앨범 발매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Big Shiny Tunes’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에만 수록되었다. 이번 앨범에서는 새롭게 녹음한 New Reactionaries Version이 공개되었는데, 나스의 활약으로 재밌는 운율과 활기가 가득하다. 대중적으로도 'Make Some Noise' 보다 더 어필될만한 곡이다. 게스트 뮤지션의 이름이 보이는 또 하나의 곡은 ‘Don't Play No Game That I Can't Win’으로, 독특한 여성 뮤지션 산티골드(Santigold)가 참여했다. 여기엔 이국적인 레게 리듬이 더해져 분위기를 산뜻하게 반전시킨다.

브레이크 비트와 약간 가라앉은 베이스가 매력적인 ‘Nonstop Disco Powerpack’이나 2분대의 ‘Funky Donkey’는 리듬을 만끽하기 좋은 랩 중심의 곡이다. 간소한 편성의 ‘Ok'는 아담 호로비치의 상상력으로 완성했던 ’Intergalactic‘과 조금 흡사한, 약간은 과장된 느낌이 재밌는 곡이다. 아담은 ’Intergalactic‘을 만들 당시, 우주적인 라임을 구성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보다 더 독특하며 우주적인 느낌을 선사하는 ’Tadlock's Glasses‘는 헤드폰으로 감상하면 더욱 재밌을 괴작이다. 반농담이지만, 만약 이런 곡들로 앨범을 채웠다면 최근의 라디오헤드(Radiohead) 같은 이미지를 획득하지 않았을까 싶다. ’Long Burn the Fire‘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예전보다 가깝게 인식하게 된 아담 요크의 이야기다. 역설적으로 침착한 표현에 클래시컬한 사운드가 더해졌다. ’Multilateral Nuclear Disarmament‘의 경우 의외로 귀에 착 붙는 화려하고 경쾌한 연주곡이다.



그들을 하드코어 펑크로 인식하는 팬들이 좋아할만한 곡은 일그러진 보컬과 조금 격앙된 느낌이 있는 ‘Say It'과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Lee Majors Come Again‘이다. 특히 ’Lee Majors Come Again‘은 라이브에서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낼 만한 곡이다. 조금은 혼란스럽지만 절로 제목을 흥얼거리게 되는 ’Here's a Little Something For Ya‘를 지나면 마지막으로 굉장히 짧은 두 곡이 배치되어 있다. 아이의 목소리가 가미된 ’Crazy Ass Shit‘은 펑키한 리듬감이 돋보이는 직선적인 곡이며, 곡 말미에 “You Could You Could Say Say Yes We're Looking Pretty Pretty Money Money Making Making New York City”를 외치며 48초만에 끝나는 ’The Lisa Lisa/Full Force Routine‘은 그들 역사상 가장 요상한 엔딩으로 기억될만하다. ‘Hot Sauce Committee Part Two'는 파격적이진 않지만, 응집력과 그루브가 돋보이는 멋진 앨범이다. 매체의 평가도 비교적 호의적이며, 차트에서도 제법 선전하고 있다. (빌보드 앨범 차트 2위, 영국 차트 3위 데뷔) 이후의 행보가 기대되는 만큼, 지금으로서는 아담 요크의 완쾌를 기원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티벳인들의 독립을 돕는 인권운동가 아담 요크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아담 요크는 1992년 네팔 여행 중에 우연히 티벳인들을 만나게 되고, 자유를 잃은 그들을 보며 굉장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는 비폭력적인 그들의 투쟁을 돕고 싶었고 결국 1997년 6월, 이틀에 걸쳐 티벳 프리덤 콘서트(Tibetan Freedom Concert)를 개최하게 된다. 이 콘서트에는 비스티 보이즈와 유투(U2), 패티 스미스(Patti Smith), 소닉 유스(Sonic Youth), 비요크(Bjork), 라디오헤드(Radiohead), 블러(Blur),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등의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이 공연은 3장짜리 실황 앨범과 DVD가 발매되었고, 무엇보다 공연의 취지를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받을 수 있었다. 또한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티벳을 돕는 크고 작은 행사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Tibetan Freedom Concert (1997)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비스티 보이즈의 앨범

 Hello Nasty (1998)
앞선 4장의 앨범(‘Licensed to Ill’, ‘Paul's Boutique’, ‘Check Your Head’, ‘Ill Communication’)들이 워낙 쟁쟁한 관계로 차라리 모든 앨범을 추천하는 편이 낫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매우 좋아한다. 무려 22곡을 수록하고 있으며, 이전 앨범들에 비해 강렬함은 덜하지만 그루브가 넘친다. 라이브로 녹음된 힙합 넘버 ‘Three MC's & One DJ'와 레게 느낌의 ’Dr. Lee, Phd‘는 지금 들어도 신선하며, 'Intergalactic'은 그래미 어워드 ‘Best Rap Performance By A Duo Or Group’ 부문을, 앨범은 ‘Best Alternative Music Performance’ 부문을 수상하며 그들에게 처음으로 그래미 트로피를 안겼다. 개인적으로는 감성적인 ‘I Don't Know'와 몽환적인 ’Picture This', 'Instant Death'도 마음에 든다.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팬들의 반응은 조금씩 엇갈렸던 앨범이다. [ 싸이BGM 링크

 Anthology: The Sound Of Science (1999)
2장의 CD에 무려 42곡을 수록한 압도적인 스케일의 베스트 앨범이다. 데뷔곡이며 대표곡인 ‘Fight For Your Right’를 비롯하여 'Beastie Boys', 'Sabotage', ‘Gratitude’ 같은 강렬한 곡들과 'Something's Got To Give', 'Netty's Girl', 'Get It Together' 같은 재밌는 곡들을 모두 수록하고 있다. 같은 뉴욕 출신인 치보 마토(Cibo Matto)의 미호(Miho)가 보컬로 참여한 보사노바 넘버 ‘Twenty Questions’는 ‘Hello Nasty' 앨범에서 누락된 미발표곡이다. 입문용으로도 매우 적합한 앨범이다. [ 싸이BGM 링크 ]

추천곡
Make Some Noise
Too Many Rappers
Tadlock's Glasses
Lee Majors Come Again
Multilateral Nuclear Disarmament

추천앨범
소울컴퍼니 - The Amazing Mixtape  http://music.cyworld.com/album.asp?aid=15100495
Gregory & The Hawk - Moenie And Kitchi  http://music.cyworld.com/album.asp?aid=15100738
하이진 - 2집 - Live And Love  http://music.cyworld.com/album.asp?aid=15101034
메이트 - [OST] Play  http://music.cyworld.com/album.asp?aid=15100638
장재인 - 데이 브레이커  http://music.cyworld.com/album.asp?aid=15101146

본 리뷰는 제가 싸이월드 뮤직 (Cyworld BGM) 스페셜 섹션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저는 이주의 앨범으로 비스티 보이즈의 8집 'Hot Sauce Committee Part Two'를 선정했습니다. 개편된 싸이 BGM 스페셜 섹션에는 음악평론가 배순탁, 뮤지션 이한철, 정지찬, 빅마마의 이지영, 이미나 작가 등 유명한 분들의 다양한 음악 이야기들이 연재되고 있으니 여러모로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주의 앨범과 뮤직에센셜에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매체가 웹인만큼 이왕이면 싸이월드 뮤직 페이지에서 많이 봐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칼럼 원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참고로 2011년 5월 넷째 주 이주의 앨범이었습니다.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무단 도용 및 스크랩을 금지합니다
http://whitequee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