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컬렉션의 시작, 마일스 데이비스
얼마 전 「The Perfect Jazz Collection」 1탄과 흡사한 박스셋이 하나 발매됐다. 하지만 구성은 다르다. 이번에는 아티스트 컬렉션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실험가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다. 22장의 CD에 20개의 앨범(2장의 더블앨범 포함)을 수록했고, 최근 레코딩이 담겨있는 콜롬비아 대표작 컬렉션이다. 오리지널 커버아트가 담긴 종이 케이스와 작지만 제법 튼튼한 아웃 박스, 40페이지 부클릿은 예전과 동일하다. 앨범 4~5장을 살 돈이면 구입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도 큰 메리트다. 아직 앨범이 없거나 프레스티지 혹은 다른 레이블 앨범을 주로 소장하고 있다면 이만한 컬렉션은 없다. 이미 몇 장의 앨범을 소장하고 있어도 탐나는 아이템이다.
Perfect Miles Davis Collection (2011)
패키지는 「The Perfect Jazz Collection」과 거의 동일하다.
마일스를 든든하게 후원했던 콜롬비아레코드와의 관계는 거의 30년간 지속됐고, 상업적인 성공도 거뒀다. 1957년 발매된 콜롬비아레코드 데뷔작 「'Round About Midnight」은 프레스티지 4부작 「Cookin'」, 「Relaxin'」, 「Workin'」, 「Steamin'」을 완성시킨 황금 퀸텟의 마지막 앨범이기도 했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 레드 갈란드(Red Garland), 폴 챔버스(Paul Chambers), 필리 조 존스(Philly Joe Jones)는 마일스와 함께 최고의 연주를 들려준다. 재즈 스탠더드 곡들을 연주한 앨범이었지만, 그 시대에 듣기 힘든 사운드였다. 특히 마일스 데이비스와 존 콜트레인의 대비와 조화가 돋보였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이 앨범은 재즈 마스터피스 시리즈로 발매된 적 있는 24비트 리마스터링 버전을 수록했다. 4곡의 보너스트랙도 빠지지 않고 수록됐다.
길 에반스(Gil Evans)와 재회한 마일스는 오케스트라와 훌륭한 조화를 보여준 앨범「Miles Ahead」, 「Porgy And Bess」를 공개한다. 스페인 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에서 더 나아가 <Concierto De Aranjuez>를 완성시킨 이국적인 앨범 「Sketches Of Spain」은 최근에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마리안느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l)은 ‘내 인생을 바꾼 레코드’로 이 앨범을 선정하기도 했다. 1959년 발매된 「Kind Of Blue」는 모드 재즈를 완성했고,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이 됐다. 존 콜트레인과 폴 챔버스가 계속 함께했고, 빌 에반스(Bill Evans), 캐논볼 애덜리(Cannonball Adderley), 윈튼 켈리(Wynton Kelly), 지미 콥(Jimmy Cobb)이라는 환상의 라인업으로 혁신적인 음악적 시도를 보여줬다. 마일스가 자서전을 통해 세상 꼭대기에 있는 느낌이었다고 밝힌 이 앨범은 지금까지 천만장 이상 판매됐다. 지금도 재즈를 듣는다면 반드시 소장해야 할 앨범으로 소개된다.
또 다른 변화는 솔로 연주와 즉흥성에 무게를 둔 「Someday My Prince Will Come」부터 시작된다. 허비 행콕(Herbie Hancock), 론 카터(Ron Carter), 토니 윌리엄스(Tony Williams), 웨인 쇼터(Wayne Shorter) 등 젊은 연주자들을 맞이한 그는 즉흥적이고 신선했던 앨범 「E.S.P.」, 「Miles Smiles」등을 완성시킨다. 그리고 「In A Silent Way」를 통해 본격적으로 록과 재즈를 결합시킨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어진 「Bitches Brew」는 일종의 재즈 혁명이었다. 마일스는 메인스트림 재즈의 한계를 넘고자 했고, 규칙을 깨뜨리기로 마음먹었다. 본격적인 퓨전 재즈의 시대가 열렸다. 당시의 투어는 록 밴드 공연을 방불케 했다. 그것은 밥 딜런(Bob Dylan)의 포크록 혁명만큼 충격적이었다. 밥 딜런은 자서전을 통해 당시 이 앨범으로 마일스가 재즈업계의 비난에 꼼짝하지 못했지만,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은유와 새로운 관습을 결합시켜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으로 발전시키고자 했던 밥은 이 파격적인 작품에 찬사를 보냈다. 스팅(Sting)은 재즈와 로큰롤이 혼합된 이 앨범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소름끼치는 스릴을 느꼈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40주년 기념 에디션이 국내에서도 발매됐다.
「Bitches Brew」가 발매될 무렵부터 마일스는 인종차별에 대항했고, 이후 자신의 사상을 앨범에 담았다. 대표적인 앨범으로는 전설적인 흑인 복서 잭 존슨(Jack Johnson)에게 헌정한 「A Tribute To Jack Johnson」과 「On The Corner」가 있다. 하지만 목에 생긴 염증으로 1975년부터 약 6년간 긴 휴식을 갖게 된다. 컴백작 「The Man With The Horn」은 다소 불안정했지만, 그것을 만회한 「We Want Miles」는 야심찬 더블 앨범이었다. 빌 에반스와 알 포스터(Al Foster), 그리고 당시 신진 연주자였던 마커스 밀러(Marcus Miller)와 마이크 스턴(Mike Stern)이 함께했다. 특히 기타리스트 마이크 스턴은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음악적 견해 차이가 커 「Star People」을 끝으로 마일스와 결별하게 된다. 마일스가 직접 그린 커버로 유명한 이 앨범에서는 마이크 스턴과 새로 가입한 존 스코필드(John Scofield)의 연주를 함께 들어볼 수 있다. 존 스코필드가 작곡에 참여하고 특유의 차갑고 이성적인 연주를 들려준 「Decoy」까지 본 박스셋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Perfect Miles Davis Collection」은 감상용으로나 소장용으로 모두 손색이 없다. 오디오로 즐길 수 있다면 더 환상적이다. 탁월한 직관을 지녔던 마일스 데이비스는 지금도 많은 뮤지션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집념이 재즈의 운명을 바꿨다.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 2011년 11월호에 쓴 글
http://info.hottracks.co.kr/magazine/hottracks/thismonth/magazine.html
박스는 실망, 구성은 감동
LP를 재현해서 그런지 힘들게 마일스 판 모으던 때가 생각납니다.
더블재킷으로 발매된 앨범은 1CD도 LP와 동일하게 만들었네요.
「Kind Of Blue」는 2장이 생기게 됐습니다. 이 앨범만 6~7번은 산 것 같아요.
Box Set 구성 (22 CD)
01 'Round About Midnight
02 Miles Ahead
03 1958 Miles
04 Porgy And Bess
05 Kind Of Blue
06 Sketches Of Spain
07 Someday My Prince Will Come
08 Seven Steps To Heaven
09 Miles In Berlin
10 ESP
11 Miles Smiles
12 Nefertiti
13 Filles de Kilimanjaro
14 In a Silent Way
15 Bitches Brew (2 CD)
16 A Tribute To Jack Johnson
17 On The Corner
18 We Want Miles (2 CD)
19 Star People
20 Dec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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