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프트베르크 내한공연 선 예매 날, 프란츠 퍼디난드보단 치열해도 티켓팅이 힘들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점심시간에 F5 누르는 인생을 탓하며 ‘지정석’을 노렸다.
슬픈 예감은 현실이 됐다. 예매로 살 사람은 다 산 거 같은데 남은 좌석이 2,100석. 게다가 취소 표도 안 풀린 상황이었다. 😂 이러다 공연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질까 봐 불안했다.
결국에 나는 알카프란츠 멤버들에게서 터득한 영업 기술인 ‘크라프트베르크내한공연4월26일올림픽홀’을 심심하면 외치기 시작했고, 아래와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어갔다.
“볼 때마다 슬픈 숫자, 1900대. 위메프 입점만은 피했으면.”
“이 상태면 스탠딩 1인 1 돗자리 가능합니다.”
“25일이 월급인 분들 많으시죠? 남은 좌석 많은 공연 하나 추천해 드립니다.”
“텅 빈 극장에서 크라프트베르크 공연을 걱정했어요.”
“친구가 노인 갤러거 월요일 공연도 예매하냐고 묻길래 난 하루도 버겁다고 했다. 추가로 노인 이틀 볼 거면 크라프트베르크를 예매하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녀석이라 포기했다.”
“티켓 배송 시작됐다는 메일 받았다. 좌석은 '거의 매진'인데, 스탠딩 판매는 아직 시작 안 한 건가? 😭😭”
“공연 열흘 앞두고 드디어 매진!! (지정석 R만) 그런데 잔여 좌석이 1000대였는데 왜 1160대가 된 거지? 환율도 아니고...”
일본 공연(도쿄 4일, 오사카 1일) 티켓은 오픈 당일에 매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 공연(서울 1일) 티켓은...
그리고…
이런 공연 소식이 비보처럼 날아왔다. 마음이 복잡했다. 초상집에서 잔치 열린 기분? 😭
https://ticket.melon.com/performance/index.htm?prodId=203204
어쩌다 일찍 도착한 올림픽 공원. 예상외로 젊은 사람이 많이 보여서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따라갔는데, 그곳은 제시 제이 공연이 열리는 체조경기장이었다... (크라프트베르크는 길 건너 반대편 올림픽홀)
공연 시작 1시간 30분 전에 도착한 올림픽홀은 조용했다. 작은 머천다이즈 부스엔 티셔츠 세 벌이 있었고, 세 명이 구경 중이었다. (장례식도 아닌데) 까만 옷 입은 분들이 많이 보였고, 추웠다. 날씨도, 마음도, 공연장 주변 분위기도. 늦게 도착한 동행인은 올림픽홀 주변에 주차 잘하고 내게 전화해서 공연은 어디서 열리는지 물어봤다. (거기 맞아...)
많아 보이게 찍으려고 노력한 스탠딩 구역. (공연 시작 17분 전)
공연 일주일 앞두고 사무실에서 내내 들었던 크라프트베르크 앨범은 최고의 노동요였다. 더 기계처럼 일하게 되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다 부질없었다. 공연장에서 보고 들은 크라프트베르크는 내가 음반으로 들어왔던 것과 완전히 다른 경험이었다. 지난 공연에 이어 이번 공연까지 관람한 친구들이 많았던 게 충분히 설명되는 무대였다. 랜선 친구까지 포함하면 약 30명 정도가 같은 공연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유사한 행복과 감동이 느껴졌다. 지금도 내 몸 어디선가 자동 재생되는 크라프트베르크 노래들. 쉽게 벗어나기 힘들구나.
크라프트베르크 4월 26일 내한 공연 셋리스트
01 Numbers [Computer World]
02 Computer World [Computer World]
03 It's More Fun to Compute [Computer World]
04 Computer Love [Computer World]
05 The Man-Machine [The Man-Machine]
06 Spacelab [The Man-Machine]
07 The Model [The Man-Machine]
08 Neon Lights [The Man-Machine]
09 Autobahn [Autobahn]
10 Geiger Counter / Radioactivity [Radio-Activity] - 이제 그만 방사능
11 Electric Café [Electric Café]
12 Tour de France / Prologue / Étape 1 / Chrono / Étape 2 [Tour de France Soundtracks]
13 Trans-Europe Express / Metal on Metal / Abzug [Trans-Europe Express]
14 The Robots [The Man-Machine]
Encore 2
14 Pocket Calculator / Dentaku [Computer World]
15 Aéro Dynamik [Tour de France Soundtracks]
16 Planet of Visions [Minimum-Maximum]
17 Boing Boom Tschak / Techno Pop / Music Non Stop [Electric Café]
'Conce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톰 요크(Thom Yorke) 내한공연 사진들 (2) | 2019.07.30 |
---|---|
2019년 여름 록(?) 페스티벌(펜타, 지산, 부락, 홀랜) 요약 (6) | 2019.06.27 |
마룬 파이브(Maroon 5) 내한공연 사진들 (0) | 2019.03.03 |
정신 놓고 관람한 미츠키(Mitski) 내한공연 사진들 (0) | 2019.02.16 |
도니 맥카슬린(Donny McCaslin) 그룹 내한공연 사진들 + 셋리스트 (0) | 2019.0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