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같은 미츠키 내한공연 날이라 그런지 하늘에선 새벽부터 거하게 함박눈을 쏘고 있었다. 허겁지겁 퇴근하고 공연장에 도착해 배고픈 상태로 공연 보는 게 싫었던 나는 조퇴 찬스를 쓰고 여유롭게 합정역으로 갔다.
공연 1시간 반 전부터 티켓을 받기 위한 긴 줄이 생겼고, 20분을 기다린 끝에 입장 팔찌를 차게 됐다. 이후 근처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잠시 몸을 녹였다.
나는 30번대로 거의 앞이었는데, 롤링홀이 이렇게까지 꽉 찬 건 처음 봤다. 애리(Airy) 님이 오프닝 공연으로 세 곡을 연주했는데, 이때부터 허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EBS 성탄 특선 공연’ 같은 무대
두 번째 무대는 미츠키 키보디스트로도 활동 중인 K. Marie Kim. 노래 정말 잘하고 귀여우셨음. 공연장 제일 앞줄은 트친님들이 점령했는데, 공연 앞두고 다들 트위터 아니면 인스타를 하고 있었음. ㅋㅋ 나도 트위터와 인스타를 오가다 공연 앞두고 나오는 재즈곡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오넷 콜맨 노래였다.
미츠키 등장!!
트친인 ‘비주류 전문가’ 깩님이 선물한 꽃을 들고 나온 미츠키
노래는 완벽했고
퍼포먼스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한 편의 연극 같기도 한 무대였는데, 안타깝게도
공연장 구조상 퍼포먼스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음엔 꼭 대형스크린 있는 큰 무대에서
볼 수 있기를.
여러분, 미츠키를 믿으세요. 미츠키는 신입니다.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나가야 하는 인디 뮤지션의 고충을 잘 알고 있는 미츠키는 공연 중에 애리를 언급하는 사려 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어를 못 해서 미안하다고도 했다. (영어 잘 못 알아듣는다고 의아해하던 록스타들을 떠올려보게 된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곡은 역시 ‘Nobody’
'Your Best American Girl'도 빠질 수 없지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한 'My Body's Made of Crushed Little Stars'
미츠키 퍼포먼스를 보며 너무 웃기다고 낄낄거리던 두 명의 남자애와 공연장을 제외하면 모든 게 완벽했다. (다른 곳에도 일부 정신 나간 관객이 있었다고 함) 어마어마한 후유증을 안긴 꿈 같은 공연이었다. 미츠키 선물을 정성껏 준비한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미츠키 내한공연 셋리스트 (괄호는 곡이 수록된 앨범)
01 Remember My Name (Be the Cowboy)
02 I Don't Smoke (Bury Me at Makeout Creek)
03 Washing Machine Heart (Be the Cowboy)
04 First Love / Late Spring (Bury Me at Makeout Creek)
05 Francis Forever (Bury Me at Makeout Creek)
06 Me and My Husband (Be the Cowboy)
07 Dan the Dancer (Puberty 2)
08 Once More to See You (Puberty 2)
09 A Pearl (Be the Cowboy)
10 Thursday Girl (Puberty 2)
11 I Will (Bury Me at Makeout Creek)
12 Townie (Bury Me at Makeout Creek)
13 Nobody (Be the Cowboy)
14 I Bet on Losing Dogs (Puberty 2)
15 I Want You (Retired from Sad, New Career in Business)
16 Your Best American Girl (Puberty 2)
17 Why Didn't You Stop Me? (Be the Cowboy)
18 Geyser (Be the Cowboy)
19 Happy (Puberty 2)
20 Come into the Water (Be the Cowboy)
21 Drunk Walk Home (Bury Me at Makeout Creek)
22 My Body's Made of Crushed Little Stars (Puberty 2)
Encore:
23 Two Slow Dancers (Be the Cowboy)
24 Goodbye, My Danish Sweetheart (Retired from Sad, New Career in Busi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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