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라이브홀 ‘제법’ 채운 관객들, 중년의 춤사위에 홀리다
이 밴드는 토끼 모자와 프리허그가 필요해요.
#1 후기를 써야 하는데 웃음부터 나온다.
#2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홍보팀보다 더 열심히 티켓 영업한 트친분들 모두 밴드를 만나게 됐다. 막판에 비둘기 빤구님까지 합류하면서 완벽한 밋 앤 그릿 라인업이 형성됐다. 이제 표만 다 팔리면 되겠구나. (찬물)
#3 11월 25일 공연 당일, 교회에서 열리는 지루한 결혼식 참석하는 하객 복장으로 공연장에 도착했다. 인적 드문 일본 소도시 신사에 방문한 것처럼 마음이 차분했다.
내겐 여전히 ‘악스 홀’
빈익빈 부익부
팬들이 제작한 태극기 현수막. 광화문에 집회하러 나가는 밴드 아닙니다.
#4 2층 좌석에 아는 사람이 꽤 보인다. 노약자 연대? 뭔가 신기한 걸 찍고 싶어 빈 자리를 열심히 찍었다. 참고로 위 사진은 공연 10분전….
#5 1층 스탠딩석을 잠깐 봤는데, 광신도와 평신도가 어우러진 송구영신 예배 같다. 아직 공연 시작 전인데 트위터 타임라인은 “벌써 지친다”, “스태프도 늙었다” 같은 ‘예상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6 밴드 등장 이후 분위기 대반전. 관객들 환호 폭발, 알렉스 댄스 폭발. 내가 영상으로 봤던 ‘슬프고 느린’ 공연이 아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하고, 날렵하고, 신나서 당황했다. 다들 주입식 사랑을 실천한 새 앨범 곡도 반응이 좋았다. 알렉스는 몇 차례 무대 아래로 내려오는 팬 서비스를 펼쳤다. (그냥 본인이 신나서 내려온 것 같긴 하지만) ‘Do You Want To’를 연주할 때 관객들이 뿌린 프란츠 지폐를 주섬주섬 주머니에 넣고, 목사 알카프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뽀뽀하는 장면은 사진이 없어서 아쉽다. (비둘기 주인은 빤구님) ‘Michael’ 이펙터 세례는 어리둥절. 설탕 두 스푼 넣어야 할 음식에 설탕 두 컵 넣은 것 같은 과한 느낌.
#7 끼 부리는 알렉스와 친구들의 화려한 디너쇼였다. 슬픔을 나누려고 왔는데 예상치 못한 흥을 얻었다. 공연 끝나고 이렇게 큰 웃음 남긴 밴드 흔치 않다. 한동안 그들 노래 틀면 웃음부터 나올 거 같아. 무사히 공연도 끝났으니 예스24는 프란츠 잔여 좌석 0석으로 표기해달라! 그냥 기분이라도 느껴보게.
#8 O 년 차 트친님 몇 분을 공연장에서 만났다. 사실 다른 트친님들도 많았는데 갑자기 인사 나누는 게 쉽지 않은 거 같다. 나이 먹고 더 낯을 가리는 게 주책인지, 바람직한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잠깐이나마 만나 반가웠던 분들 전부 퇴근하는 프란츠랑 사진 찍고 집에 가셨다. ㅋㅋ 또한, 나는 트친 & 인친, 트친은 아닌데 인친, 트친인 것 같은데 누군지 모르겠는 인친, 그냥 아예 모르겠는 인친이 생겼다.
#9 2층 좌석 중앙에 피곤해 죽겠고 음악에 관심도 없는데 억지로 예술의 전당 피아노 독주회 끌려온 것 같은 우울한 표정의 남자애가 보였다. 알고 보니 같이 일했던 개발자 친구였고, 다음날 그는 “공연 내내 손뼉 치느라 힘들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10 월요일 아침은 프란츠 퍼디난드 5집 같았다. 흥을 최대한으로 끌어왔는데 지쳐.
집회 순서
01 Glimpse of Love
02 Lazy Boy
03 The Dark of the Matinée
04 No You Girls
05 Walk Away
06 Do You Want To
07 Evil Eye
08 Paper Cages
09 Michael (Feat. 이펙터)
10 Finally
11 Darts of Pleasure
12 Take Me Out
13 Ulysses
[Encore]
14 Always Ascending
15 Feel the Love Go
16 Love Illumination
17 This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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