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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퀸의 음악여행

전환점을 찾은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의 우아한 진화 'AM' 본문

음악/앨범 리뷰

전환점을 찾은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의 우아한 진화 'AM'

화이트퀸 2014.08.18 02:51


01 Do I Wanna Know?
02 R U Mine?
03 One for the Road
04 Arabella
05 I Want It All
06 No. 1 Party Anthem
07 Mad Sounds
08 Fireside
09 Why'd You Only Call Me When You're High?
10 Snap Out of It
11 Knee Socks
12 I Wanna Be Yours

 

악틱 멍키스(Arctic Monkeys)의 네 번째 앨범 「Suck It And See」는 음악적으로 크게 흠잡을 것이 없었지만, 불친절한 타이틀만 새긴 무성의한 커버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것은 대중과 거리를 두는 ‘의도적인 제스처’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판매량은 크게 감소하지 않아 세 번째 앨범 「Humbug」와 비슷했지만, 조금씩 하향세를 그리는 모습이었다. 찬사 일색이던 평단도 하나둘씩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뭔가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했다.

 

  다행히도 악틱 멍키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밴드는 차분하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고, 2012년 2월에 공개한 싱글 <R U Mine?>은 해법을 제시했다. 스토너 록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이 곡은 하드한 리프와 풍부한 코러스가 돋보인다. 완성도는 밴드를 대표하는 싱글로 선정해도 손색없을 수준이다. 알렉스 터너(Alex Turner)는 <R U Mine?>에서 영감을 얻어 신작을 완성했다고 밝혔을 만큼 존재감도 묵직하다. 

 


ⓒSony Music


  다섯 번째 앨범 타이틀은 밴드 이니셜이다. 현재 자신들이 있어야 할 위치에서 제대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느낀 멤버들은 밴드 이니셜인 ‘AM'을 타이틀로 결정했다. 작업 방식에도 변화를 줘 심플하게 레코딩을 끝낸 「Suck It And See」 때와 달리 스튜디오에 오래 머물며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밴드는 제이미 쿡(Jamie Cook)의 리프와 맷 헬더스(Matt Helders)의 리듬을 기반으로 데모를 녹음하고, 그에 맞춰 가사와 멜로디를 만들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수록곡 대부분은 반복된 실험과 수차례 녹음한 데모로 완성했다. 


  한번만 들어도 잊을 수 없는 톱 트랙 <Do I Wanna Know?>는 흥미로운 리프와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멤버들은 무대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이 꽤 어렵겠다고 생각했지만 연주를 거듭하면서 점점 흥미를 느꼈고, 급기야 ‘AM Tour’ 오프닝을 장식하게 되었다. 대단한 중독성을 가진 곡이다. 꽤 자연스러워진 알렉스의 연기를 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Why'd You Only Call Me When You're High?>는 <Fluorescent Adolescent> 이후 6년 만에 영국 차트 10위권에 진입했다. 1970년대 로큰롤과 현대적인 R&B는 물론 힙합의 영향력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실험적인 곡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코러스 비중을 높인 <One For The Road>, 소울과 일렉트로니카의 요소를 섞은 <Knee Socks>에는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Queens Of The Stone Age)의 조쉬 옴므(Josh Homme)가 백킹 보컬로 참여했다. 10대 시절부터 팬이었던 멤버들은 지금도 최고의 밴드 중 하나로 주저 없이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를 손꼽는다. 알렉스는 「Humbug」부터 시작된 조쉬와의 작업이 없었다면 악틱 멍키스는 같은 패턴을 반복하는 지루한 밴드가 되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정겨운 코러스와 부드러운 전개가 돋보이는 소울 트랙 <Mad Sounds>에는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의 밴드 디 어트랙션스(The Attractions)와 임포스터스(The Imposters) 드러머로 활동한 피트 토마스(Pete Thomas)가 퍼커션으로 참여했다. 작사가로 알렉스와 함께 이름을 올린 알란 스마이스(Alan Smyth)는 밴드가 첫 앨범을 녹음했을 당시 데모 제작을 전담했던 인물이다. 그는 1980년대 말에 <Mad Sounds>라는 곡을 만들었고, 알렉스가 그 곡의 제목과 가사 일부를 가져오면서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감미로운 발라드를 노래하는 루 리드(Lou Reed)가 떠오르는 곡이다. 


  헤비한 리프와 점층적 구조가 돋보이는 <Arabella>에서는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와 그라운드혹스(The Groundhogs)의 영향력이 드러나며, 위트 있는 가사가 곡의 흥미를 더한다. 코러스가 강조된 업템포의 <I Want It All>은 티렉스(T. Rex) 스타일의 리프와 타이트한 리듬이 돋보인다. 전진하는 기타와 우르릉거리는 드럼으로 기본 틀을 형성하고 은은한 코러스로 매듭짓는 <Fireside>, 일직선을 그리듯 전개되는 <Snap Out Of It>도 쉽게 지나칠 수 없다. 


  키를 낮추고 템포를 늦춘 <No.1 Party Anthem>은 ‘발라드엔 흥미나 소질이 없는 밴드’라는 생각을 번복하게 만든다. 조금 부담스러웠던 뮤직비디오가 떠오르는 <Cornerstone>에서 약간의 힌트(!)를 준 밴드는 이처럼 로맨틱한 곡을 꽤 능란하게 소화해낸다. 1970년대 말부터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준 영국 시인 존 쿠퍼 클락(John Cooper Clarke)이 작사에 참여한 <I Wanna Be Yours>는 R&B 색채가 강한 슬로우 템포의 엔딩 트랙이다. 밴드의 안정감과 자신감이 엿보이는 멋진 마무리다.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 41분짜리 앨범 「AM」은 알렉스의 말처럼 꽤 실험적이다. 앞서 발표한 앨범들이 지닌 요소를 겸비했고, 리듬과 코러스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음향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서 최대 볼륨으로 즐기면 더없이 좋을 앨범”이라는 멤버들의 설명을 굳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감상용으로 아주 뛰어나다는 것이 확인된다. 어느덧 데뷔 8년차를 맞은 악틱 멍키스는 커다란 변화 없이 완만한 흐름 속에서 꾸준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진화했다.

월간 비굿 매거진 7호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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