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결성 연재 2 - Extreme
국내에서 익스트림(Extreme), 특히 누노 베텐코트(Nuno Bettencourt)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누노는 연주력과 스타성을 갖춘 새로운 기타 영웅이었다. 그의 테크닉은 에디 반 헤일런(Eddie Van Halen) 부럽지 않은 수준이었고, 수려한 외모로 많은 여성 팬의 마음까지 빼앗았다. 퀸(Queen)과 이글스(Eagles) 못지않은 빼어난 화음,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은 게리 셰론(Gary Cherone)의 화려한 무대 액션도 인상적이었다.
밴드의 데뷔작 「Extreme」은 1989년에 공개됐다. 외모와 음악 모두 덜 정돈된 느낌이었지만, 충분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이듬해에는 히트곡 <More Than Words>와 <Hole Hearted>를 탄생시킨 2집 「Pornograffitti」를 발표하여 미국에서만 200만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국내에서는 금지곡 문제로 앨범이 발매되지 못했다. 밴드는 온전하지 못한 형태의 앨범이 발매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어부지리로 <More Than Words>를 수록한 컴필레이션 앨범 「All My Loving」은 수십만 장이 팔렸다. 보수적이고 애매했던 심의 덕에 생긴 촌극이며 비극이었다. 팬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고, 1992년 발매된 3집 「III Sides To Every Story」는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같은 해 프레디 머큐리(Freddie Mercury) 추모공연에서 12분간 연주한 퀸 메들리는 최고의 무대로 평가 받았다. 그들은 같은 것을 되풀이하길 원하지 않았고,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음악들을 완성시켰다.
1995년 발매된 4집 「Waiting For The Punchline」은 복고적이며 탄탄한 연주를 들려준 앨범이었다. 후에 누노가 가장 좋아하는 익스트림 앨범으로 손꼽기도 했다. <Tell Me Something I Don't Know>, <Cynical> 같은 멋진 곡을 수록했지만, 전작들에 비해 냉소적이고 가라앉은 분위기 때문인지 반응은 별로 좋지 못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96년, 밴드는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팬들의 충격도 컸다. 누노는 솔로 활동과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했고, 게리는 반 헤일런(Van Halen)의 11집 「III」에 참여했다. 이후 트라이브 오브 주다(Tribe Of Judah)라는 밴드를 결성했다.
그렇게 익스트림은 허무하게 끝이 났지만, 오랜 친구의 관계는 계속됐다. 가끔씩 사적인 자리에서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결성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2006년에 몇 번의 미국 공연이 있었고, 2007년에는 자선기금 마련을 위한 재결성 공연이 뉴욕에서 펼쳐졌다. 누노는 페리 패럴(Perry Farrell)이 이끄는 프로젝트 밴드 새털라이트 파티(Satellite Party)의 앨범에 기타리스트로 참여했다. 하지만 음악적 견해 차이로 투어 도중 탈퇴를 선언했다. 재밌는 사실은 팬들이 이 소식을 듣고 굉장히 기뻐했다는 것이다. 아마도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리라고 믿었던 것 같다.
팬들의 기대는 곧 현실이 됐다. 익스트림의 재결성은 점점 가까워졌고, 2007년 가을부터 새 앨범의 레코딩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여름, 대망의 5집 「Saudades De Rock」이 발매됐다. 완벽하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앨범이었고, 그해 말에는 첫 내한공연도 가졌다. 오프닝 <Decadence Dance>를 연주할 때 악스홀은 무너질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난 후 누노는 이때를 회상하며 한국 팬들의 엄청난 환호로 기타소리가 들리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과 아시아를 방문한 재결성 투어는 성공적이었다. 그 여세로 첫 공식 라이브 앨범 「Take Us Alive」가 발매됐다. 현재 누노는 리아나(Rihanna)의 월드 투어에 참여하고 있고, 게리는 새 밴드 허트스마일(Hurtsmile)로 앨범을 발표했으며 일본에서 공연을 펼쳤다. 멤버들은 현재 따로 활동하고 있지만, 다시 익스트림으로 뭉칠 것이 분명하다. 그날이 기다려진다.
재결성 이전 최고의 앨범 - Ⅲ Sides To Every Story (1992)
3집 「III Sides To Every Story」는 전작 「Pornograffitti」 같은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3개의 사이드로 구성된 이 실험적인 대작으로 음악적 정점을 찍었다. 주제와 장르는 다양해졌고, 음악은 더욱 깊어졌다. 세상과 개인, 좌절과 구원을 노래하며 전쟁과 위선, 인종차별을 비판했다. 마틴 루터 킹(Martin Luther King) 목사의 연설을 삽입한 <Peacemaker Die>, 랩이 등장하는 펑키한 <Cupid's Dead>, 클래시컬한 발라드 <Seven Sundays>, 위트 있는 블랙 코미디 <Tragic Comic>, 퀸을 연상시키는 <Stop The World>를 수록하고 있다. 대곡지향적인 세 번째 사이드에는 오케스트라가 등장한다. 앨범은 미국차트 10위에 오르며 골드를 기록했다.
재결성 이후 최고의 앨범 - Saudades De Rock (2008)
13년만의 정규 앨범이다. 한동안 들을 수 없던 전성기 시절의 사운드, 「Pornograffitti」와 「III Sides To Every Story」 사이에 넣어도 어색하지 않을 앨범을 완성시켰다. 에너지와 테크닉, 멜로디, 코러스가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복원됐다. 게리 셰론의 보컬은 더욱 파워풀하고 시원스러워졌으며, 새 드러머로 영입된 케빈 피궤이레두(Kevin Figueiredo)는 큰 활력소가 됐다. 월드 투어 타이틀로 선정된 <Take Us Alive>가 상징하는 것은 살아있는 로큰롤이다. 전형적인 익스트림 사운드를 선사하는 <Run>, 기타 영웅의 귀환을 알리는 <Slide>, 서정적인 <Ghost>와 <Peace (Saudade)>를 수록하고 있다. 재결성의 반가움을 넘어선 이상적인 컴백앨범이다.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 2011년 12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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