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5년 달력을 세 장 넘겼다. 여느 해처럼 1월은 앨범 발매가 적었다. 하지만 굵직한 앨범들이 하나둘 공개되고 그래미, 브릿 어워드와 같은 주요 시상식이 열리는 2월부터 조금씩 분위기가 뜨거워졌다. 또한, 이미 발표 날짜를 확정했거나 발표 예정인 ‘2015년 앨범 리스트’는 우리를 설레게 한다. 2015년 앨범 리스트를 바탕으로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를 살펴봤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거장들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명곡들을 재해석한 커버 앨범 「Shadows In The Night」를 발표한 밥 딜런(Bob Dylan)을 필두로 노장 아티스트의 컴백이 이어진다. 2010년 「Sting In The Tail」을 발표했을 당시 최고일 때 떠나고 싶다며 은퇴를 선언했던 스콜피언스(Scorpions)는 결국 은퇴를 번복했고, 5년 만에 새 앨범 「Return To Forever」를 공개한다. 참고로 2015년은 밴드 결성 50주년을 맞은 해이기도 하다. 또한, 스콜피언스와 같은 날에 UFO가 새 앨범 「A Conspiracy Of Stars」를 발표하는 것도 흥미로운 소식이다.
꾸준하게 좋은 앨범을 내놓은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는 여덟 번째 솔로 앨범 「Tracker」를 발표한다. 디지털로 공개한 <Beryl>은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 시절이 떠오르는 곡으로 새 앨범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마크 노플러는 5월 15일 더블린을 시작으로 10월까지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85회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70대 중반인데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링고 스타(Ringo Starr)는 올스타 밴드 멤버들과 함께 작업한 새 앨범 「Postcards From Paradise」를 발표한다. 조 월시(Joe Walsh), 피터 프램튼(Peter Frampton), 데이브 스튜어트(Dave Stewart), 나단 이스트(Nathan East), 리차드 막스(Richard Marx) 등이 게스트로 참여해 화려함을 더했다. 2012년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의 성공적인 재결성을 이끈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은 밴드 동료인 앨런 자딘(Al Jardine)과 데이빗 마크스(David Marks) 외 쉬 앤 힘(She & Him), 케이시 머스그레이브스(Kacey Musgraves), 네이트 루스(Nate Ruess) 등 젊은 게스트를 더한 솔로 앨범 「No Pier Pressure」를 발표한다.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활동을 마무리한 데이빗 길모어(David Gilmour), 2012년 자본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한 앨범 「Born To Sing: No Plan B」를 발표했던 밴 모리슨(Van Morrison)도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거물급 스타들의 뜨거운 귀환
오는 4월 3~4일에 열리는 내한공연을 순식간에 매진시키며 저력을 과시한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가 두 번째 앨범 「Chasing Yesterday」를 3월에 발표한다. 앨범에는 23년 만에 완성한 <Lock All The Doors>, 조니 마(Johnny Marr)가 참여한 <Ballad Of The Mighty I> 등이 수록된다. 노엘은 최근 인터뷰에서 리엄이 솔로 활동을 시작한다면 훌륭한 곡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해 오아시스(Oasis) 재결성을 기다리는 팬들을 더 애타게 하였다. 데모 유출 사건으로 애초의 계획이 모두 틀어지면서 6개의 신곡을 디지털로 먼저 공개한 마돈나(Madonna)도 3월에 새 앨범 「Rebel Heart」를 발표한다. 10개가 넘는 버전이 존재하는 첫 싱글 <Living For Love>는 다양한 시도를 거친 곡으로 앨리샤 키스(Alicia Keys)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Rebel Heart」는 자신의 양면성을 탐구한 앨범으로 반항적인 면과 로맨틱한 면이 공존한다고 밝힌 마돈나는 젊은 DJ들과 작업하는 것이 아주 큰 도전이었으며, 혼란을 겪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지난해 5월 「Ghost Stories」를 발표한 콜드플레이(Coldplay)는 3년 주기를 깨고 일곱 번째 앨범 「A Head Full Of Dreams」를 올해 안에 공개할 예정이다. 크리스 마틴(Chris Martin)은 현재 앨범을 절반 이상 완성했으며, 이 앨범 이후 긴 공백기를 가질 것이라고 암시했다. 다양한 페스티벌 참여를 확정 지은 뮤즈(Muse)는 일곱 번째 앨범 「Drones」를 발표한다. 초기 사운드에 근접한 앨범을 원한 매튜는 실험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기본적인 연주에 더 중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부터 아홉 번째 앨범 제작에 착수한 라디오헤드(Radiohead)도 조만간 구체적인 앨범 소식을 들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부터 3년간 158회의 공연을 펼친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도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1989년 「Mother's Milk」 이후 처음으로 릭 루빈(Rick Rubin)이 프로듀서를 맡지 않은 이번 앨범은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영국에서 여전히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디지(The Prodigy)와 케미컬 브라더스(The Chemical Brothers)도 올해 새 앨범을 발표한다.
한편,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아델(Adele)의 앨범 발매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2014년 말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25」는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발매를 연기했고, 점점 행방이 묘연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반시장의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천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21」의 후속작품이라는 부담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신중하게 작업하는 것이 좋겠지만, 세 번째 앨범 타이틀이 「30」이 되는 불행한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세상에, 이게 얼마 만인가요.
일렉트로닉의 선구자로 추앙받는 조지오 모로더(Giorgio Moroder)가 무려 30년 만에 새 앨범 「74 Is The New 24」를 발표한다. 디지털 싱글로 공개한 <74 Is The New 24>를 통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그는 얼마 전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가 피처링한 <Right Here, Right Now!>를 발표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참고로 그의 새 앨범에는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 시아(Sia), 미키 에코(Mikky Ekko) 등이 게스트로 참여한다.
재결성한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는 18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 지난해 11월 레코드 스토어 데이에서 7인치 싱글을 5천 장 한정으로 발매했던 <Motherfucker>는 기존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솔로 활동과 다양한 밴드 활동, 영화음악, 셀 수 없이 많은 콜래보레이션까지 쉴 새 없이 달려온 ‘보컬 연기자’ 마이크 패튼(Mike Patton)의 활약상을 지켜본 팬들은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 메탈리카(Metallica)는 7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인데, 아직 정확한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건스 앤 로지스(Guns N' Roses)도 몇 년간 미룬 새 앨범을 올해 발표한다는 소식이 있지만, 직접 실체를 확인하기 전까진 믿기 힘들 것 같다.
미리 보는 ‘올해의 앨범’ 후보들
주요 매체의 호평을 받은 아티스트의 컴백도 눈에 띈다. 딸을 위해 만든 발라드로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와 콜래보레이션을 이룬 <Only One>에 이어 폴과 리아나(Rihanna)가 함께한 <FourFiveSeconds>를 공개한 칸예 웨스트(Kanye West)가 새 앨범을 준비 중이며, 2012년 「Channel Orange」로 평단을 매료시키며 화려하게 데뷔한 프랭크 오션(Frank Ocean)도 두 번째 앨범을 발표한다. 2011년 「Let England Shake」로 모조, 언컷, NME의 연말결산에서 1위를 차지한 피제이 하비(PJ Harvey), 같은 해 우아하고 강렬한 앨범 「Ceremonials」로 Q의 연말결산에서 1위를 차지한 플로렌스 앤 더 머신(Florence + The Machine)이 새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두 번째 앨범 「Overgrown」으로 대담하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확장해간 제임스 블레이크(James Blake)는 새 앨범 「Radio Silence」를 발표하는데, 보컬 샘플링과 일렉트로닉이 이미 낡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양한다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또한, 드레이크(Drake), 맥클모어(Macklemore), 모디스트 마우스(Modest Mouse), 뮤(Mew),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새 앨범도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월간 비굿 매거진 13호에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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