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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sis

오아시스(Oasis)의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 재발매반 리뷰

 

1994년, 신인답지 않은 건방진 모습으로 등장해 영국 전역을 발칵 뒤집은 밴드가 있었다. 위대한 선배들의 멜로디와 퍼포먼스, 오만함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그 밴드의 이름은 오아시스(Oasis)다. 그들이 대중의 환호와 미디어의 관심을 업고 영국 팝 역사상 가장 빨리 팔린 데뷔 앨범 「Definitely Maybe」를 발표한 게 벌써 20년이 되었다. 


  오아시스가 ‘데뷔 20주년’을 조용히 넘길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20주년과 연관된 다양한 루머들이 쏟아졌고, 팬들은 ‘깜짝 이벤트’를 내심 기대했다. (최근 리엄 갤러거가 오아시스를 트위터에 장난삼아 한 글자씩 올리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가장 먼저 들린 소식은 「Definitely Maybe」의 재발매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며 예약판매를 시작한 것은 지난 2월로, 팬들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미리 제공했다. 


  재발매된 「Definitely Maybe」는 오리지널 앨범을 리마스터링한 스탠다드 에디션, 3장의 시디로 구성된 딜럭스 에디션, 더블 엘피와 딜럭스 에디션의 다운로드 코드를 제공하는 바이닐 세트, 3장의 시디와 더블 엘피, 7인치 싱글, 미공개 사진이 담긴 56페이지 하드커버 북 외 다양한 기념품을 수록한 슈퍼 딜럭스 박스셋까지 총 네 가지 버전으로 만날 수 있다. 또한 오피셜 홈페이지에서는 오아시스가 크리에이션 레코드와 계약하기 전 직접 배포했던 데모 카세트테이프 복제품을 기간 한정으로 판매했다. 오아시스는 당시 이 테이프를 겨우(!) 8장만 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적인 사운드로 다듬어진 앨범은 곡과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이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Up In The Sky>, <Bring It On Down>, <Married With Children> 등 베스트 앨범에도 실리지 않았던 곡들을 다시 들으며 이전 버전과 사운드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고로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에게 좋은 추억을 안긴 런던의 한 호텔을 배경으로 제목을 만든 <Columbia>, <Supersonic>이 완성되기 전까지 첫 싱글 후보였던 <Bring It On Down>은 부클릿에 노엘의 새로운 코멘트가 추가되었다. 


  사실, 리마스터링 앨범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딜럭스 에디션에 빼곡하게 수록된 33개의 엑스트라 트랙이다. 비사이드 모음집 「The Masterplan」과 싱글을 통해 접할 수 있던 트랙들의 리마스터링은 물론 그간 정식으로 발표된 적 없는 트랙들이 대거 수록되었기 때문이다. 싱글로만 발표했던 <Whatever>는 오리지널 버전과 스트링 버전이 수록되었다. 본 앨범에 수록했어도 부족함이 없었을 <Fade Away>, <Listen Up>, <Cloudburst> 등의 비사이드 트랙도 모두 딜럭스 에디션에 포함됐다. 첫 일본 투어를 펼쳤을 때 노엘이 도쿄의 호텔에서 녹음한 버전을 함께 수록한 <Half The World Away>, 오아시스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이 오히려 흥미를 자극하는 <Sad Song>, 익숙한 구절과 함께 차분하게 흐르는 <Take Me Away> 등 노엘이 보컬을 맡은 어쿠스틱 송과 <Rock 'n' Roll Star>, <Cigarettes & Alcohol>, <Alive>의 오래된 데모 트랙도 만날 수 있다. <Shakermaker>, <Live Forever>, <Digsy’s Dinner>, <Up In The Sky>는 앨범을 발매했을 당시 파리 인스토어에서 펼친 어쿠스틱 라이브 버전을 수록했다. 리엄의 정제되지 않은 보컬이 반가운 <Cigarettes & Alcohol>의 맨체스터 아카데미 라이브 버전도 놓칠 수 없는 트랙이다. 


  참고로 이번 재발매는 ‘Chasing The Sun’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2집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3집 「Be Here Now」도 비슷한 포맷으로 연내에 재발매될 예정이다. 여기에 모두가 원하고 있는 ‘깜짝 이벤트’까지 성사되면 아주 완벽한 시나리오가 된다. 오아시스를 향한 팬들의 애정과 기대는 지금도 유효하다.

 

“20년 후에는 모두가 오아시스를 인정하고, 앨범을 사서 듣게 될 것이다.” - 노엘 갤러거, 1994년 8월

 

월간 비굿 매거진 11호에 쓴 글

 

+ 딜럭스 에디션 앨범 인증샷

 

보관이 쉽지 않은 책자 형태
 


흐뭇한 부클릿과 3장의 시디

 


기존 쥬얼 케이스 버전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