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1978년에 발매됐는데, 당시 듣고 있던 재즈 앨범들과 비교하면 최신작(?)에 가까웠다. 빌 에반스(Bill Evans)와 쳇 베이커(Chet Baker),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앨범을 듣던 때였으니까. [My Song]은 어렵지 않게 애청반이 됐다. 타이틀곡 외에도 듣기 편한 곡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다른 앨범을 들어보지 못했다. LP를 보낸 이후 [My Song] 앨범도 꽤 오랫동안 듣지 못했다.
오랜만에 이 앨범을 CD로 들었는데, 문득 키스 자렛 내한공연이 생각났다. 나는 그 공연에 가지 않았는데, 내가 아는 꽤 많은 사람들이 그 공연에 갔다. 놀라운 건 절반이 재즈에 별 관심 없던 사람들이란 사실이었다. 그들이 나보고 왜 이 공연에 가지 않느냐고 물을 때, 나는 키스 자렛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들어본 앨범은 [My Song]이 전부였으니, 틀린 얘기도 아니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 어떤 앨범을 좋아하냐고 물었다. 딱히 좋아하는 앨범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들어본 앨범은 없다는 사람도 있었다.
공연은 그저 즐기면 되는 거지, 뭔 자격 같은 게 필요하겠는가. 난 음악을 계속 들어온 뮤지션의 공연을 보는 게 더 즐거울 뿐이다. 그러나 키스 자렛 공연이 끝나고 들어본 앨범은 없다던 사람이 트위터에 “오래전부터 음반으로 듣던 키스 자렛 라이브를 직접 들으니 감동적”이라고 올린 글은 영 찜찜했다. 이제 이런 공연을 가는 것도 ‘과시의 수단’이 되는 걸까. 그 사람에게 라이브도 봤으니 이제 음반도 들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이런 역주행이라도 많아졌으면 하는 시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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