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의 일본 가정요리 맛집으로 유명한 ‘누하의 숲’을 갔다. 대기시간이 생각보다 훨씬 더 길 것 같다는 안내를 받고 향한 곳은 근처의 ‘Project 29’라는 카페. 누하의 숲에서 빨리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방문한 이곳은 꽤 좋은 장소였다. 머그잔에 담긴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레몬 진저티의 맛은 훌륭했고, 은은한 조명도 마음에 들었다. 제법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에서는 평범한 카페 음악이 아닌, 쉽게 들을 수 없는 음악들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몇 곡이 지나가고, 드디어 내 귀를 사로잡은 음악이 흐르기 시작했다.
1시간 대기는 기본인 서촌 맛집 '누하의 숲'
좋은 음악이 흐르는 카페 프로젝트 29
James Vincent McMorrow 2집 [Post Tropical]
나의 첫 반응은 “제임스 블레이크와 비슷한 이 사람은 누구지?”였다. 이후 본 아이버도 떠올렸지만, 그들과는 달랐다. 내가 들은 곡은 아일랜드의 싱어송라이터 제임스 빈센트 맥모로우(James Vincent McMorrow)가 2014년에 발표한 두 번째 앨범 [Post Tropical]의 톱 트랙 “Cavalier”였다. 프린스 부럽지 않은 매력적인 팔세토 창법에 쉽게 흥얼거릴 수 없어도 오래 간직하고 싶은 멜로디, 작은 공간을 떠다니는 것 같은 비트의 기막힌 앙상블은 꽤 오래 기다린 저녁 식사를 잠시나마 잊게 만들 정도였다. (이후 몇 곡을 더 들을 수 있었다.)
Cavalier
포스트 펑크와 하드코어 팬이라고 밝힌 그의 ‘뜻밖의 취향’은 보다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을 제공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음악을 통해 하나의 곡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큰 관심을 보인 그는 활동을 시작했을 때 가장 큰 영향을 준 아티스트로 피오나 애플을 손꼽기도 했다. (역시 범상치 않은 취향) 일단 두 번째 앨범을 정주행한 상태에서, 해변 근처의 고립된 주택에서 홀로 녹음한 것으로 알려진 데뷔 앨범 [Early in the Morning](2010)을 들어볼 생각이다. 이 앨범에 수록된 “Down The Burning Ropes”라는 곡은 그가 멜로디, 노랫말, 코드 진행까지 단 30여 분 만에 완성했다는 후문. (조금 늦었지만) 새해부터 좋은 뮤지션을 발견하게 되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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