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티지 시절인 1956년작 [The New Miles Davis Quintet]은 마라톤 4부작과 [Round About Midnight]의 라인업으로 완성된 앨범이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앨범을 굉장히 즐겨들었다. 당시 중고 LP를 제법 비싼 가격에 샀던 기억도 난다.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작품 ‘The Theme’를 제외한 나머지 곡은 모두 팝과 재즈 스탠더드로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데, 당시 [Bitches Brew]가 다소 버거웠던 나는 이 앨범을 더더욱 좋아할 수밖에 없었나보다. 마일스의 혁신적인 면을 높이 사는 평단은 평작 수준의 점수를 줬지만, 개인적인 애청반이며 걸작이다. 애석하게도 LP에서 CD로 포맷을 바꾼 이후 이 앨범은 자주 플레이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가끔씩 앨범을 꺼내면 옛날 생각이 난다. 그때는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음악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고된 일상으로 밤이 깊어야 이런 여유를 갖는 요즘, 이미 서너 잔이나 마신 커피를 하나 더 올려놓고 [The New Miles Davis Quintet]을 듣는다. 역시, 언제 들어도 친근하다.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들은 게 5년도 훌쩍 넘은 것 같은데 말이다.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작품이며 톱 트랙인 ‘Just Squeeze Me’가 봄바람처럼 따뜻하게 흐르니 마음도 누그러진다. 차분한 ‘There Is No Greater Love’, 레드 갈란드(Red Garland)의 피아노가 돋보이는 ‘S'posin’도 정겹다. 재즈가 흐르는 밤은 고독하지만, 제법 괜찮은 휴식 같기도 하다. 신기하게도 마일스 데이비스는 디지털이 어색하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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