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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Soul Asylum - After The Flood (2004)

 

1 SCHOOL'S OUT 2 MISERY 3 BLACK GOLD 4 SEE YOU LATER 5 WITHOUT A TRACE 6 LOSIN' IT 7 SOMEBODY TO SHOVE 8 JUST LIKE ANYONE 9 THE TRACKS OF MY TEARS 10 RUNAWAY TRAIN 11 WE 3 12 I KNOW 13 SEXUAL HEALING 14 THE GAME 15 I CAN SEE CLEARLY NOW 16 BLACK STAR 17 TO SIR WITH LOVE 18 RHINESTONE COWBOY



LIVE FROM THE GRAND FORKS PROM, JUNE 28, 1997  

- 소박함과 정직함, 강한 신념으로 뭉친 영혼의 안식처  

정규 5집이 되는 GRAVE DANCERS UNION의 성공이 있기까지 밴드 결성 11년 동안 겪어야 했던 무명의 설움은 끔찍하리만큼 긴 시간이었다. 게다가 차트 상위권을 밟은 싱글 RUNAWAY TRAIN과 더불어 미국에서는 스타 밴드 대열에 들어섰지만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여전히 '무명'의 수준이다. 기껏해야 리드 보컬 데이빗 퍼너가 한 때 영화배우 위노나 라이더의 연인이었다는 사실 정도만이 알려졌을 뿐이다. 국내 취향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없을 만큼 서정적인 면을 지니고 있는  밴드임에도 왜 이렇게 인기가 없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의 지친 영혼들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의 넓은 포용력은 없던 것일까?   

- 밴드의 '의식'과 음악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라이브 앨범

밴드에 대한 하나의 여담이 있다. 연 이은 두 장의 앨범이 성공하며 승승장구했던 1997년, 그들은 수해를 당한 지역에서 위문 공연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장소가 인기 밴드의 공연 장소로는 상상하기 힘든, 고등학교 졸업 무도회였다고 한다.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 밴드의 순수한 본질을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지금 소개할 라이브 앨범이 바로 그 공연 실황이라는 점은 특별함을 더한다.   

그들은 베스트 앨범 BLACK GOLD : THE BEST OF SOUL ASYLUM 이후 별다른 활동을 보여주지 못한 상태였다. 본 공연을 펼친지도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2004년에야 소리소문 없이 공개되었다. 자국에서조차 조용히 공개된 작품이다 보니 국내 발매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나 또한 2005년 초, 우연히 인터넷 음반 매장을 검색하다 발견하여 주저 없이 구입하게 되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을 쓰자면 '운명적인 만남'과도 같은 작품이라고나 할까...  

사실 그들에게서 뭔가 '대단한 쇼'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침체된 분위기로 공연을 리드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려한 편곡이나 유별난 파워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밴드의 음악이 그러했듯이 공연도 '느낌'이 중시된다.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기차를 타고, 어딘가 훌쩍 떠나는 듯한 그 특유의 느낌 말이다. 이런 조촐한 무대에서 너무 큰 기대를 갖는다는 자체가 욕심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본 공연에서 밴드는 그 어느 공연 못지 않게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앨범은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1990년대의 레퍼토리 절반과 다수의 커버 곡이 포함된 18곡을 수록하고 있다. 특히 SEXUAL HEALING, TO SIR WITH LOVE, RHINESTONE COWBOY등과 같이 널리 알려진 고전을 커버했다는 점이 매우 이색적이다. THE TRACKS OF MY TEARS와 I CAN SEE CLEARLY NOW 또한 유명한 커버 곡이다.  

1970년대 ROCK BAND의 오프닝을 연상케 하는 SCHOOL'S OUT 역시 커버 곡으로 블루지하고 와일드한 곡이다. 히트곡 MISERY는 뚜렷한 멜로디와 안정감, 기대 이상의 파워로 차트에서도 호조를 보인 곡이다. 스튜디오 버전에 비해 코러스는 약하지만 연민의 선율은 여전히 감동적이다. BLACK GOLD는 높은 완성도를 지닌 곡으로 스튜디오 버전에 비해 다소 빠르게 연주된다. 밝고 복고적인 성향이 강했던 SEE YOU LATER는 역시 라이브에서 더욱 활기차다. 비록 데이빗의 음성이 조금 갈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WITHOUT A TRACE는 기대 이상의 무난한 연주를 들려준다. 어느 정도의 편곡도 기대했지만 조금 빠르게 연주될 뿐, 오리지널에 더 근접한편이다. JUST LIKE ANYONE은 100% 라이브를 위한 곡이자, 공연장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레퍼토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 데이빗의 음성이 기대만큼 시원스럽게 터지진 못한다. 다소 힘에 겨운 듯한 느낌이랄까...  

RUNAWAY TRAIN이 시작되자 밴드의 대표 곡답게 관객들의 환호가 높아진다. 전형적인 향기를 물씬 풍기는 곡다운 강한 진동이 느껴진다. 이어지는 WE 3와 함께 공연은 차분함을 더하는데, 계속되는 I KNOW, SEXUAL HEALING까지 JAZZ & BLUES, 그리고 SOUL의 분위기를 곁들인다. 차분하고 팝 적인 발라드 THE GAME은 기대 이상의 라이브를 들려준다. 특별한 기교 없는 순수함, 엔딩 트랙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BLACK STAR의 열창으로 공연은 더 무르익는다. 이어지는 두 개의 커버 곡은 앙코르 내지는 보너스 트랙으로 생각해도 좋을 법하다.   

이렇게 1997년 6월의 공연은 훈훈한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물론 밴드의 공식 라이브 앨범으로 다수의 군중이 환호하는, 큰 규모의 라이브를 기대했다면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이미지 자체가 대형 스타디움보다는 소규모 클럽이 더욱 어울린다. 오랜 무명생활과 메인 스트림 입성.. 하지만 그들의 뿌리는 변함이 없다. 급변하는 시대에 너무 식상 하다고? 그렇지 않다. 그들의 낡은 느낌은 늘 새로운 에너지와 감성을 불어넣곤 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