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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Red Hot Chili Peppers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내한공연 후기 (2002년 7월 26일)

Red Hot Chili Peppers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내한공연 후기 (2002년 7월 26일)

레드 핫 칠리 페퍼스가 1999년에 발표한 Californication은 아주 신선했다. "언젠가 나도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3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드디어 그들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무더운 여름 밤 'Californication'에 몸을 맡기고 열광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이 공연은 반드시 가야 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월간지 오*뮤직 도움(?)으로 친구와 함께 공짜 공연을 관람하는 기적까지 일어났다. 

이미 예매를 했던 음악 모임 사람들 몇 명과 함께 공연장을 찾게 되었고, 앞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무렵 시작된 레이지 본의 오프닝 공연과 함께 나는 조금씩 흥분하기 시작했다.

PART 1 (레이지본, 크라잉넛, 윤도현 밴드)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게 시작된 레이지본은 아주 유쾌한 무대를 선사하였다. 같은 모임 회원이었던 문용이가 키보드로 활약하여 감회가 새로웠으며, 일본인 멤버의 누드쇼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팬티까지 모두 벗어 던지며 수많은 관객들을 경악하게 만든, 짧지만 굵은(?) 공연은 초반부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일부에선 레이지본 무대가 최고였다는 이야기도 들렸을 정도. 여담이지만 같이 간 일행중 키가 작았던 K씨는 완벽한 누드를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후에 찍은 사진을 보니 정말 상반신만 찍혀 있었음) 

이어지는 무대는 크라잉 넛. 학교 축제 당시 일부 몰지각한(?) 친구들이 '말달리자' 만을 요구하자 "말달리자는 제일 마지막에 할거예요!" 라며 관객들을 달래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들은 예전보다 한결 여유가 있어보였다. 예상과 달리 두 번째 곡으로 말달리자를 선택하였고, 보다 풍성해진 레퍼토리를 자랑한 20분의 무대였다. 이어서 아직 월드컵 여운이 남은 관객들이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게 만든 윤도현 밴드가 등장, 들국화의 '행진'으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사진 - 문제의 누드 쇼를 펼친 레이지본의 멤버 (문제의 K씨 사진)



오른쪽 스피커에 이상이 생겨 그 위치에 있던 팬들의 야유가 터지기도 했지만, 음향 문제로 잠시 공연이 중단될 무렵 하늘에는 아주 큰 무지개가 보여 모두의 눈을 즐겁게 했다. 그들은 많은 공연을 경험한 베테랑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공연장은 뜨겁게 달구어지기 시작했다. 함께 공연을 관람하던 외국인들의 반응도 좋았다.


사진 - 잠시 만날 수 있던 무지개

PART 2 (제인스 어딕션)

제인스 어딕션의 화려한 드럼 세트가 등장하자 관객들은 환호하며 무대 앞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하얀 색상의 의상이 유독 눈에 띈 보컬 페리 패럴과 담배를 물고 있던 데이브 나바로의 모습이 친근한 그들은 매우 기분 좋은 무대를 선사했다. 관객들 대부분이 그들의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곡이 끝날 때마다 열광적인 환호로 화답했다. 페리 패럴은 한국인을 배려하며 천천히 멘트를 했다. 약간의 비가 내리자 비를 좋아하냐고 묻기도 했다.

무대 앞 오른쪽에서는 외국인들이 난리를 쳤다. 펑크 록 밴드 공연에서 볼 수 있는, 싸움이라도 크게 벌일 기세였다. 엄청난 덩치로 주변 사람들을 공격했다. 밴드의 공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위험한 행동을 반복했으며, 결국 흥분한 국내 팬 몇 명과 심한 충돌 직전까지 가는 듯 싶었다. 국내 팬들이 비교적 침착하고 점잖게 대응하여 큰 사고는 없었지만, 나도 바로 옆에서 약간의 피해를 봤다. 

진행 요원들은 국내 팬들의 촬영이나 흡연은 잘도 잡아내면서, 정작 외국인들은 전혀 터치하지 못했다. 아무튼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제인스 어딕션은 화려한 무대 매너까지 선사하며 많은 박수를 받았다. 그들의 멋진 공연에 100% 집중하지 못해 조금 아쉽긴 하다. 


사진 - 제인스 어딕션

PART 3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앞선 무대들도 훌륭했지만, 핵심은 역시 레드 핫 칠리 페퍼스다. 꽤 길었던 무대 세팅과 사운드 체킹을 마치고, 난장판이던 외국인들도 얌전해졌다. 그리고 드디어 멤버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By The Way로 시작된 공연은 코러스를 관객들이 모두 따라 부를 만큼 친숙했고, 특유의 래핑이 등장하자 관객들은 열광하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곡이 끝나자 앤소니는 한국어 인사로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고, 이어지는 곡은 Scar Tissue! 관객들과 나는 신나게 이 곡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고, 다소 불안했던 앤소니의 음정도 직접 공연을 즐기니 문제가 되지 않았다. 

Californication의 역동적인 오프닝 곡 Around The World는 모두를 뛰게 했던 지난 두 곡에서 비교적 얌전(?)했던 나도 결국엔 뛰기 시작했다. Universally Speaking은 분위기가 좋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조금 생소하다는 느낌이라 아쉬웠다. 대부분 By The Way 앨범을 많이 듣지 않은 듯! Otherside는 스튜디오 버전보다 훨씬 감동적이다. 많은 관객들이 따라 부르는 장관도 연출되기었다. The Zephyr Song을 부르는 앤소니의 모습에 매료된 여성 팬들도 꽤 많았을 것 같다. 그는 나이를 먹으면서 더 섹시해지고 있다. 이 날 앤소니는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고, 대부분의 멘트를 플리가 담당했다. 원래 앤소니는 공연에서 잘 웃지 않는다는 후문!

Don't Forget Me가 끝나자  예상치 못한 앤소니의 '대한민국~' 구호에 모두가 놀라며 대한민국을 연호한다. 사실 월드컵 응원 때에도 잘 하지 않았던 구호였지만 말이다. Right On Time이 흐르자 다시 흥겨운 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졌고, Minor Thing도 너무 흡족했다. 하지만 비교적 차분한 I Could Have Lied와 Venice Queen이 이어지자 관객들은 체력의 한계가 온 것인지,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급기야 일부 관객은 주저앉거나 하품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기복 심한 관객 보셨나요?) 하지만 Californication이 연주되자 분위기는 다시 고조되었다. 발라드 곡이지만 춤이라도 추고 싶은 멋진 무대다. 

그리고 드디어 많은 팬들이 기다린 Give It Away가 폭죽처럼 터진다. 나도 모르게 그만 악~ 소리를 질렀는데, 관객들은 당연히 광분했다. 모두가 점프! 하늘에 박치기라도 할 기세의 점프다. 물론 나도 그 점프 행렬에 동참하였다. 혀를 둘둘 말아 발음해야 할 것 같은 Give It Away~!! 의 래핑이 이 날 유독 잘 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무튼 이 곡과 함께 앤소니는 짧은 인사로 멤버들과 무대에서 퇴장하였다.

그들이 퇴장하기가 무섭게 관객들은 앵콜을 외쳤고 (앵콜을 너무 짧게 외치긴 했지만) 다시 멤버들이 등장했는데, 플리는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등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Suck My Kiss를 원하는 관객들이 많았지만, 차분한 Under The Bridge가 연주되었고 모두가 즐길 수 있던 Me And My Friends로 공연은 끝났다. 이 곡이 끝난 후 드럼 스틱까지 던져주며 퇴장하자 관객들 누구도 앵콜을 다시 외치지 않고 귀가를 서두르는 약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은 현재의 레드 핫 칠리 페퍼스를 만끽할 수 있는 선곡이었고, 개인적으로 아끼는 Californication 앨범에서 많은 곡이 연주되어 더 없이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늦게 입장한 관객들은 보이는 것과 사운드 모두 불만이었다고 한다. 또한 5시간의 릴레이 공연이었기에, 많은 관객들이 미리 지쳐버린 것 또한 아쉬움이다.

나는 당연히 그들이 다시 한국을 찾아 단독 공연을 펼쳐주길 기대한다. 그 때는 많은 해외 뮤지션들이 왜 한국 관객들에 매료되는지를 증명해 줄 수 있을테니 말이다. 무더운 여름 밤 야외 공연장을 식혀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공연에 흠뻑 취했던 낭만,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공연이 끝나고 며칠간 그들의 음악만을 귀에 꽂고 다닐 만큼 강한 여운을 남긴 공연,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레드 핫 칠리 페러스 공연 사진들 (촬영 : 함께 간 K씨)

SET LIST

★ By The Way
☆ Scar Tissue
★ Around The World

☆ Universally Speaking
★ Otherside
☆ The Zephyr Song

★ Can't Stop
☆ Parallel Universe
★ Don't Forget Me

☆ Right On Time
★ Minor Thing
☆ I Could Have Lied

★ Venice Queen
☆ Californication
★ Give It Away

<ENCORE>
☆ Under The Bridge
★ Me And My Friend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