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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퀸의 크림(Cream) 컬렉션 – 2020 Ver.

에릭 클랩튼을 먼저 좋아했던 나는 크림(Cream) 에릭이 머물렀던 밴드 정도로 여겼던 적이 있다. 몇 개의 대표곡을 듣고, 음반을 들으며 생각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좋아하게 될 줄은 몰랐다. 2020년에 이미 알았던 60년대 밴드에 다시 미치는 게 우습기도 했고.

결정타는 극장에서도 개봉한 에릭 클랩튼 다큐멘터리와 2005년 로얄 알버트 홀 공연이었다. 열악한 화질이 익숙했던 크림 공연을 고화질로, 큰 화면에서 보는데 ‘I'm So Glad’부터 눈을 뗄 수 없었다. 때마침 올해 굿바이 투어 박스셋이 나오기도 했다.

화이트퀸의 크림 컬렉션
*Cream - Fresh Cream (Remaster)
*Cream - Disraeli Gears (Deluxe Edition) (2 CD)
*Cream - Wheels Of Fire (Remaster) (2 CD)
*Cream – Very Best (Remaster)
*Cream - Gold (2 CD)
*Cream - Royal Albert Hall London May 2-3-5-6, 2005 (2 CD)
*Cream - Goodbye Tour Live 1968 (4 CD Box Set) 
*BBM - Around The Next Dream
*Jack Bruce - Rope Ladder To The Moon: An Introduction To Jack Bruce

크림 스크랩북
Fresh Cream

데뷔 앨범 [Fresh Cream]은 해외에서 시디 세 장과 블루레이가 담긴 박스셋을 주문했으나 품절로 결국 못 구하고, 98년 리마스터 버전으로 만족하게 되었다. 멤버들이 그나마 조금 덜 싸웠을 때니 순한 맛 크림이라 할 수 있겠다.

Disraeli Gears

입문용으로 좋은 두 번째 앨범 [Disraeli Gears]는 디럭스 에디션을 구했다. 스테레오, 모노 버전 앨범에 아웃테이크, 데모가 추가됐다. 여기에 수록된 아홉 개의 BBC 세션은 훗날 1집 디럭스 에디션에 있는 세션과 합쳐 [BBC Sessions]라는 별개의 앨범으로 나왔다.

Wheels Of Fire

듣는 재미는 [Wheels Of Fire]가 최고라 할 수 있다. 음반 분실은 거의 없는 일인데 이 앨범이 감쪽같이 사라져 결국 몇 년 만에 다시 사게 됐다. (우습게도 다시 사는 과정까지 매우 험난했음) 아홉 개의 신곡이 담긴 첫 번째 디스크 ‘In the Studio’는 말할 것도 없이 훌륭하며 68 3월 샌프란시스코 공연에서 엄선한 네 곡만 담긴 두 번째 디스크 ‘Live at the Fillmore’는 크림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잭 브루스가 주도하는 Spoonful’, 진저 베이커의 신들린 드럼 솔로가 담긴 ‘Toad’는 모두 16분을 넘기며 미친 연주를 들려준다. 하지만 가장 인기가 좋았던 건 에릭 클랩튼을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라이브를 들어보라 코멘트마저 유명해진 ‘Crossroads’. 다른 곡에서 잘 나서지 않았던 에릭이 리드 보컬을 맡았고 믿기지 않는 연주를 들려준다.

세 개의 라이브와 세 개의 신곡을 수록한 [Goodbye]는 네 번째 앨범으로 분류된다. ‘Anyone for Tennis’가 보너스로 수록된 시디에는 일곱 곡이 담겼다. ‘I'm So Glad’, ‘Politician’, ‘Sitting on Top of the World’ 68 10 19일 로스앤젤레스 공연이다. 앨범 커버는 고별 앨범인데 왜 이렇게 밝게 웃지?”라는 의아함을 자아냈는데, 퇴사자의 미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어쩐지 연주가 한결 여유롭더라.

밴드가 해체된 이후 치사하게 맛만 조금 보여준 라이브 앨범 [Live Cream] 시리즈는 음반을 사지 않았다. 수록곡은 [Wheels Of Fire]에서 빠진 68 3월 샌프란시스코 공연이 대부분이다.

Live Cream
01 N.S.U. (10 March 1968, Winterland, San Francisco)
02 Sleepy Time Time (9 March 1968, Winterland, San Francisco)
03 Sweet Wine (10 March 1968, Winterland, San Francisco)
04 Rollin' and Tumblin' (7 March 1968, The Fillmore, San Francisco)
05 Lawdy Mama (May 1967, Atlantic Studios, New York City)

Live Cream II
01 Deserted Cities of the Heart (4 October 1968, Coliseum Arena, Oakland)
02 White Room (4 October 1968, Coliseum Arena, Oakland)
03 Politician (4 October 1968, Coliseum Arena, Oakland)
04 Tales of Brave Ulysses (10 March 1968, Winterland, San Francisco)
05 Sunshine of Your Love (9 March 1968, Winterland, San Francisco)
06 Steppin' Out (9 March 1968, Winterland, San Francisco)

Very Best of
Cream Gold

올해 2 7일에 발매된 [Goodbye Live Tour 1968] 4 CD 박스셋. 커버는 굿바이 앨범과 같지만, 수록곡 대부분이 최초 공개라 크림 팬이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Goodbye Live Tour 1968
Disc 1 (4 October 1968, 
Coliseum Arena, Oakland)
Disc 2 
(19 October 1968, Los Angeles Forum, Los Angeles)
Disc 3 
(20 October 1968, San Diego Sports Arena, San Diego)
Disc 4 (
26 November 1968, Royal Albert Hall, London)

멤버들 모두 치열하게 약 빨고 싸우며 연주하던 시절이라 사이 좋은 트리오처럼 보이는 사진들이 볼 때마다 웃음을 자아낸다.

라이브 박스셋 패키지는 큼직하고 64페이지 책자도 있다. 68년 공연 네 개를 개선된 사운드로 듣는 거 자체가 축복이다. (열악한 부틀렉 음질을 생각하면 더더욱) 레퍼토리는 큰 차이가 없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2005년 로얄 알버트 홀 공연은 영상을 함께 보면 더 감동적이다. 60대 노인이 된 멤버들의 연주는 느려지고 목소리도 어눌해졌지만, 보고 듣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된다. ‘Crossroads’를 연주할 때 흐뭇한 표정으로 공연 관람하는 관객 브라이언 메이처럼. 나만의 공간에서 이 앨범을 듣는 건 여전히 행복하다.

크림 좋아하는 친구들과 같이 보고 싶은 영상 일 순위다. 이제 세상에 안 계신 분이 더 많아서 슬프기도 하고.

잭 브루스, 진저 베이커, 게리 무어가 결성한 트리오 BBM 앨범도 오랜만에 들었다. 적당히 늙은 세 고집쟁이가 저마다 색깔을 내는 강렬한 블루스 앨범이다. 한 밴드에 오래 안 머무르는 분들답게 BBM은 이거 하나 내고 깔끔하게 해체했다.

에릭과 달리 잭, 진저의 솔로 앨범은 구하기 쉽지 않다. 그나마 구하기 수월했던 던 잭 브루스 솔로 컬렉션 [Rope Ladder To The Moon: An Introduction To Jack Bruce]. 아직 들어야 할 앨범이 너무 많다.

퀸에게 [Hot Space]가 있고 보위에게 [Let’s Dance]가 있는 것처럼 잭에겐 [Automatic]이라는 신스팝 앨범이 있다. 나는 ‘E. Boogie’를 들으며 퀸의 ‘Staying Power’를 떠올렸는데, 이게 또 괴상한 중독성이 있다.

 

이건 부기우기 밴드 로켓 88(Rocket 88) 81년 독일 공연을 수록한 유일한 앨범. 알렉시스 코너, 이언 스튜어트, 잭 브루스, 찰리 와츠라는 믿기 힘든 라인업으로 스튜디오 앨범 하나 발표 안 한 게 아쉬울 따름이다.

잭은 코지 파웰 솔로 앨범 [Over the Top]에도 참여했는데 보컬 곡이 하나도 없는 게 마음에 든다. 진저 베이커 솔로처럼 흥미롭진 않지만.

잭은 공연할 때마다 종종 진저 베이커가 그리웠나 보다. 크림이 깨지고 두 번 다시 안 볼 거 같던 진저와 이것저것 많이 했다. 이 공연에도 진저가 사이먼 필립스, 게리 허즈번드와 함께 드러머로 참여했다.

진저 베이커는 90년대에 발표한 재즈 앨범들이 완벽하게 내 취향이라 연신 감탄했다. 종종 정신 놓고 사셨어도 음악만큼은 절대 대충하지 않았구나. 크림이 최전성기라 이후 행보가 그리 인상적이진 않을 거란 내 속단을 반성하게 했다. 존 보냄 무시했던 그 거만함마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놀랍다.

크림이 3년이나 버틴 건 기적이다. 크림은 3개월 만에 이미 끝난 밴드였다라는 진저 베이커의 회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