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함께 올린 앨범 커버를 ‘청소년 유해 정보’라 판단한 몹쓸 티스토리 덕에 2013년 결산을 2019년에 다시 올리고 있다. 이번엔 규정 준수해서 고맙니? 블로그 옮길 때까지만 참을게.
세상은 어지러워도 음악적으로는 아주 풍성한 2013년이었다. 새 앨범들을 해를 넘기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덕분에 추리고 추렸는데도 50장의 앨범이 나왔다.
1. James Blake – Overgrow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으로 평단의 지지를 얻어낸 제임스 블레이크는 대담하게 자신의 음악 세계를 확장해간다. 심플한 비트와 신서사이저로 뒤덮인 사운드에 온기를 불어넣은 감성적인 첫 싱글 <Retrograde>, 완전한 형태로 하이브리드 팝을 추진한 <Voyeur>, <To The Last>에서는 진일보한 작곡, 프로듀싱 능력을 엿볼 수 있다. 조니 미첼의 영향을 받은 <Overgrown>은 풍부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곡으로 가공 없는 보컬이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우탱 클랜의 르자가 참여한 <Take A Fall For Me>, 브라이언 이노(Brian Eno)와 공동으로 작곡한 리듬 트랙 <Digital Lion>도 압도적이다. 제임스 블레이크는 유일무이한 사운드에 실험적인 요소를 더한 이 앨범으로 성장을 위한 몇 가지 단계를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2. Arctic Monkeys – AM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낸 이 41분짜리 앨범은 꽤 실험적이다. 앞서 발표한 앨범들이 지닌 요소를 겸비했고, 리듬과 코러스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음향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에서 최대 볼륨으로 즐기면 더없이 좋은 앨범”이라는 멤버들의 설명처럼 감상용으로 아주 뛰어나다. 데뷔 8년 차를 맞은 악틱 멍키스는 완만한 흐름 속에서 꾸준하게, 그리고 우아하게 진화했다.
3. David Bowie - The Next Day
1977년에 발표한 [Heroes] 커버를 활용한 이 앨범은 [Heroes] 이후 발표한 앨범 중 가장 만족스럽다. 톱 트랙 <The Next Day>를 처음 들었을 때의 짜릿함을 절대 잊을 수 없다.
4. Arcade Fire – Reflektor
아케이드 파이어는 4연타석 홈런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밴드의 창작력과 유니크한 리듬이 어우러진, 듣다 보면 눈물까지 나는 아름다운 앨범이다.
5. Daft Punk - Random Access Memories
이렇게 잘 빠진 팝 앨범을 매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계속 플레이하게 된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되는 앨범.
6. Atoms For Peace – Amok
아톰스 포 피스는 톰 요크 솔로 앨범에서 진일보한 리듬 프로젝트다.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하는 멋진 앨범.
7. Sigur Ros – Kveikur
도화선을 의미하는 [Kveikur]는 시규어 로스의 새로운 시작점이다. 열정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이 강렬한 앨범은 시규어 로스 특유의 풍부한 상상력과 섬세한 표현력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8. Suede – Bloodsports
브렛 앤더슨은 에드 불러와 함께 만든 스웨이드의 새 앨범이 [Dog Man Star]와 [Coming Up] 사이에서 교차한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브렛의 언급은 음악과 정확히 일치했다. 환상적인 보컬과 짜릿한 기타, 웅장한 코러스가 더해진 <Barriers>는 스웨이드의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1990년대의 구조와 사운드를 온전하게 복원한 <It Starts And Ends With You>, 매혹적인 리프와 브렛 특유의 뒤틀린 보컬이 매우 강한 인상을 남기는 <Snowblind>, <Beautiful Ones>의 경쾌함을 재현한 <Hit Me>, 몽환적인 느낌으로 기묘한 도취감에 빠지게 만드는 전형적인 발라드 <Sometimes I Feel I'll Float Away>까지, 11년의 숙성기간을 거친 완벽한 컴백 앨범이다.
9. Beady Eye – Be
새로운 프로듀서와 베이시스트를 영입한 비디 아이는 성공적인 변화를 끌어낸다. 브라스가 돋보이는 위풍당당한 로큰롤 <Flick Of The Finger>, 매혹적인 글램 소울 <Second Bite Of The Apple>, 1990년대 오아시스가 떠오르는 <Iz Rite>, <I’m Just Saying>, 와우 페달을 사용한 폭발적인 로큰롤 <Face The Crowd> 등은 데뷔 앨범의 음악적 성과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중독성 강한 <Soul Love>는 낮은 톤의 보컬과 불안정한 키보드로 어두운 분위기를 형성하는 멋진 곡이다. 리엄 갤러거의 매력적인 보컬과 밴드의 작곡 능력, 데이브의 마법 같은 프로듀싱이 훌륭하게 조합된 이 앨범은 오아시스 재결성과 별개로 비디 아이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10. Justin Timberlake - The 20/20 Experience
대담하면서도 일관성이 있다. 영민한 엔터테이너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성장과 성숙을 엿볼 수 있는 로맨틱한 앨범.
11. Depeche Mode - Delta Machine
평단의 반응은 밋밋했지만, 디페쉬 모드의 매력이 유효하다는 것을 충분히 보여줬다.
12. Janelle Monae - The Electric Lady
프린스와 에리카 바두가 괜히 참여한 게 아니다. 자넬 모네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엿볼 수 있는 앨범.
13. The National - Trouble Will Find Me
더 내셔널의 묵직한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다. 진중하고 깊이 있는 앨범.
14. Paul McCartney – New
네 명의 젊고 개성 있는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한 이 앨범은 매우 다채롭다. 중기 비틀즈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New>, <Alligator>의 수려한 멜로디와 코러스는 폴 매카트니가 여전히 현재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폴 엡워스의 즉흥성이 빛난 <Save Us>는 기타의 매력을 잘 살린 기세 좋은 로큰롤이며, 비틀즈와 더 가까워진 <Queenie Eye>는 <Penny Lane>과 <I Am The Walrus>를 동시에 떠오르게 한다. 일렉트로 비트가 등장하는 <Appreciate>, 멜로트론과 모그를 적절하게 활용한 <Looking At Her>, 신비하고 몽환적인 <Road>는 타이틀처럼 새롭다. 폴은 비틀즈라는 어마어마한 무게와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현역 뮤지션들과 견주어도 손색없는 멋진 앨범을 완성했다.
15. Pet Shop Boys – Electric
제대로 마음먹고 만든 ‘아트’ 앨범. 경지에 오른 펫 샵 보이즈를 만날 수 있다.
16. Vampire Weekend - Modern Vampires Of The City
삶과 죽음, 종교, 현실 등 제법 무거운 주제를 다룬 이 앨범은 기괴하고 혼란스럽다. 새로운 소리를 끊임없는 탐구한 뱀파이어 위켄드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연출해낸다. 물론 특유의 팝적 센스와 신선함은 유효하다.
17. Manic Street Preachers - Rewind The Film
[National Treasures]로 지난 20년을 돌아본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의 변화는 매우 자연스럽다. <Anthem For A Lost Cause>를 들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18. Foals - Holy Fire
웅장하고 우아한 앨범. <My Number>, <Bad Habit>은 필청곡.
19. Nick Cave & Bad Seeds - Push The Sky Away
닉 케이브 앤 더 배드 씨즈의 전성기가 지금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앨범.
20. Beyoncé – Beyoncé
모두를 놀라게 한 다양하고 실험적인 앨범.
21. Yeah Yeah Yeahs – Mosquito
캐런 오와 닉 지너의 갈등으로 어렵게 녹음을 마쳤다. 캐런의 드라마틱한 보컬과 가스펠 합창단이 가세한 첫 싱글 <Sacrilege>가 좋은 반응을 얻었고, 강렬한 <Mosquito>는 과거와 같은 폭발력을 과시한다. 루츠 레게에서 영감을 얻은 <Under The Earth>, 엘시디 사운드시스템의 제임스 머피와 힙합 거장 쿨 키스가 참여한 <Buried Alive>, 캐런이 만든 정적인 뉴욕의 노래 <Subway>도 주목할 만하다. 예 예 예스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
22. Eminem - The Marshall Mathers LP 2
변함없이 섬뜩하며, 강렬하다. 에미넴의 초기작을 좋아하는 팬과 성숙해진 최근작을 좋아하는 팬 모두가 만족할만하다. 13년 전과 유사한 사운드와 스토리텔링, 올드 스쿨 힙합에 대한 경의가 담긴 [The Marshall Mathers LP 2]를 통해 다시 자신과 마주한 에미넴은 또 다른 전성기를 예고한다.
23. The 1975 - The 1975
앨범의 주된 테마인 사랑, 두려움, 섹스, 약물과 특유의 퇴폐적인 분위기는 정확히 일치한다. 브라이언 이노,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피터 가브리엘, 시규어 로스, 토킹 헤즈, 그리고 영화감독 존 휴즈의 영향력은 음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3년에 발매된 가장 인상적인 데뷔작 중 하나다.
24. Lorde - Pure Heroine
25. Sky Ferreira - Night Time, My Time
26. Laura Marling - Once I Was An Eagle
27. Olafur Arnalds - For Now I Am Winter
28. White Lies - Big TV
어둠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멜로디,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사운드에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까지 더해진 화이트 라이즈 최고의 앨범이다.
29. Black Sabbath – 13
30. Nine Inch Nails - Hesitation Marks
31. Paramore – Paramore
32. Travis - Where You Stand
화려하진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멜로디와 탄탄한 밴드 앙상블, 프란 특유의 상냥한 보컬은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변함없이 아름답고 따뜻한 트래비스를 만날 수 있는 앨범.
33. Tomahawk – Oddfellows
34. HIM - Tears On Tape
35. Eels - Wonderful, Glorious
빛과 어둠, 안락함과 쇼킹함, 거침과 부드러움 사이에서 훌륭한 밸런스를 유지하는 이중적인 앨범. 조금 낯설기도 하지만, 일스의 변화와 도전은 성공적이다. 사운드의 응집력도 뛰어나다.
36. Peace - In Love
풍부한 기타 사운드와 1950년대 로큰롤 같은 단조로운 쾌감, 예리한 상상력이 더해진 매력적인 데뷔작이다.
37. Deafheaven – Sunbather
38. Queens Of The Stone Age - ...Like Clockwork
39. Miles Kane - Don't Forget Who You Are
40. Dream Theater - Dream Theater
드러머 마이크 맨지니가 처음으로 창작에 관여하고 템포를 결정하며 밴드에 녹아들었다. 셀프 타이틀 앨범 [Dream Theater]는 완벽한 연주와 융합을 보여주는 야심작.
41. J. Cole - Born Sinner
42. Rhye - Woman
43. Steven Wilson - The Raven That Refused to Sing
44. Primal Scream - More Light
45. Roger Taylor - Fun on Earth
46. John Legend - Love in the Future
47. Johnny Marr - The Messenger
48. Robin Thicke - Blurred Lines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만든 <Blurred Lines>는 빌보드 싱글 차트 12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2013년 최고 히트곡이 되었다. 앨범도 미국, 영국 차트를 모두 석권했다. 로빈 시크는 더 큰 변화를 위해 최고의 파트너 퍼렐의 컴백과 더불어 유명 팝스타들과 작업한 닥터 루크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로빈은 R&B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디스코, 소울, 팝, 발라드가 융합된 다채롭고 세련된 앨범을 완성해냈다.
49. The Strypes – Snapshot
50. Franz Ferdinand - Right Thoughts, Right Words, Right Action
나이 먹어가는 티를 팍팍 내서 슬프다.
*일부는 월간 비굿 매거진 2013년 12월호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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