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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발표한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 스웨이드(Suede)의 거듭된 진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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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발표한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 스웨이드(Suede)의 거듭된 진화

화이트퀸 2018.10.14 16:50

결성 30주년 앞둔 두 영국 밴드의 거듭된 진화, 

새 앨범 발표한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 스웨이드(Suede)


지난 9월, 결성 30주년을 앞둔 스피리추얼라이즈드(Spiritualized)와 스웨이드(Suede)가 비슷한 시기에 여덟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데뷔 시기도 비슷한 그들은 ‘90년대에 인기를 누린 밴드’로 기억될 수 있지만,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두 밴드의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여곡절이 많았고, 실패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쁜 경험만은 아니었다. 프론트맨 제이슨 피어스(Jason Pierce)와 브렛 앤더슨(Brett Anderson)은 더 현명해졌고, 삶과 음악을 자연스럽게 융화했다.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과감한 도전으로 일궈낸 결과물도 아주 만족스럽다. 음악만큼은 과거형이 될 수 없는 그들의 새 앨범은 ‘2018년 베스트’로 손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독의 공간에서 탄생한 우주의 챔버 팝, 스피리추얼라이즈드의 ‘앤드 낫씽 허트(And Nothing Hurt)’

나이를 먹어도 녹슬지 않는 창작력으로 계속 수준 높은 앨범을 발표하는 밴드가 있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 엘보우(Elbow), 그리고 스피리추얼라이즈드처럼 말이다.


스페이스맨(J. Spaceman) 제이슨 피어스는 자신만의 공간인 런던 자택에서 고독한 창작을 했다. 애초에 원했던 건 거대한 오케스트라가 있는 앨범인데 예산이 부족했다. 물론 포기는 없었다. 모든 것을 단번에 끝마칠 수 없어 작업을 분리하고 2년 넘게 녹음을 진행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식에 애를 먹었지만, 원했던 사운드를 조금씩 완성해갔다.


부드러운 선율과 다정한 보컬, 흐릿한 색감이 조화를 이룬 톱 트랙 ‘퍼펙트 미라클(Perfect Miracle)’, 광활한 우주에서 들려주는 듯한 몽환적인 사운드와 솟아오르는 기타 솔로가 청자를 압도하는 ‘아임 유어 맨(I 'm Your Man)’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완벽을 추구한다. 앨범의 첫 싱글인 ‘아임 유어 맨’은 줄리엣 라서(Juliette Larthe)가 감독을 맡은 뮤직비디오도 공개되었다.



대담한 배치로 사운드를 확장하는 ‘렛츠 댄스(Let’s Dance)’의 손길은 다사롭다. 좌충우돌하며 열정을 불태우는 틴에이저가 떠오르는 ‘더 모닝 애프터(The Morning After)’는 현재의 자화상 같은 로큰롤이다. ‘더 프라이즈(The Prize)’는 간결하고 정제된 팝이며 ‘세일 온 쓰루(Sail on Through)’는 부드러운 멜로디와 웅장한 심포니가 대비를 이룬 완벽한 피날레다.


아름다운 멜로디, 꿈결 같은 사운드, 풍부한 상상력이 빛나는 앨범은 생동감이 넘친다. 여러 스튜디오를 오가며 겹겹이 쌓인 소리는 웅장하고 드라마틱한 챔버 팝으로 귀결됐다. 제이슨의 의도대로 구현된 스튜디오 라이브 같은 사운드는 공연장에서도 무난하게 재현되고 있다. 9월부터 시작된 투어에서는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을 순서도 바꾸지 않고 연주했다. 참고로 아시아는 일본의 스튜디오 코스트에서 딱 한 번 공연했는데, 주변에 그 공연을 본 친구가 있다면 수백 번을 자랑해도 부러워할 것 같다.


제이슨은 이번 앨범 작업을 시작하면서 이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 힘들었고, 적당히 타협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앨범을 완성한 지금도 미래는 기약할 수 없지만, 전환점을 찾는다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산하지만 아름다운 한 편의 드라마, 스웨이드의 '더 블루 아워(The Blue Hour)'

재결성 이후 발표한 ‘블러드스포츠(Bloodsports)’는 스웨이드의 완벽한 복귀를 알렸다. 전성기로 언급되는 ‘도그 맨 스타(Dog Man Star)’와 ‘커밍 업(Coming Up)’ 사이에서 교차한다는 브렛 앤더슨의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는 앨범이었다.


이후 발표한 ‘나이트 쏘트(Night Thoughts)’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밴드는 전작의 성공을 의식하지 않고 ‘완벽한 앨범’을 만드는 것에 주력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장한 오프닝부터 웅장한 마무리까지 빈틈을 찾을 수 없는, 신비한 사운드와 탐미적 표현이 돋보인 걸작이었다.


계속된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밴드는 새 앨범 ‘더 블루 아워’에서 좀 더 과감한 선택을 했다.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City of Prague Philharmonic Orchestra)의 참여, 필드 레코딩 도입, 스포큰 워드 배치 등 전에 없던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혔다. 또한, 에드 불러(Ed Buller) 대신 앨런 모울더(Alan Moulder)가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며 변화된 사운드를 예고했다.


앨범은 어둡고 무거운 톱 트랙 ‘애즈 원(As One)’부터 심장박동수를 높인다. 어둠이 다 걷히지 않던 쌀쌀한 새벽에 ‘인트로듀싱 더 밴드(Introducing the Band)’를 듣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드라마틱한 오프닝이다. 익숙한 전개와 매혹적인 브렛의 보컬에서 감정의 동요를 느끼게 되는 ‘웨이스트랜즈(Wastelands)’는 낯설고 황량한 곳으로의 초대를 본격화한다.


비장한 ‘초크 서클스(Chalk Circles)’와 리차드 오크스(Richard Oakes)의 리프를 중심으로 과감하게 나아가는 ‘콜드 핸즈(Cold Hands)’를 지나 ‘라이프 이즈 골든(Life Is Golden)’에 도달했을 때의 감동은 선공개 싱글로 들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다. 명곡 ‘와일드 원스(The Wild Ones)’에 비견되는 이 곡은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버려진 도시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황무지에서 한 줄기 빛을 보여주는 방식은 과거보다 자연스럽다. 전작처럼 순서대로 감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과 함께 기자가 미련하게 앨범에 집중하는 이유를 발견한 대목이기도 하다.



후반부에 배치된 ‘올 더 와일드 플레이시스(All The Wild Places)’, ‘인비저블스(The Invisibles)’, ‘플라이티핑(Flytipping)’은 장엄하고 아름다운 앨범을 마무리하는 서사시다. 우아한 오케스트라와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반으로 마지막까지 균형을 잃지 않고 자연스러운 진화를 이뤄낸다.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볼 수 있는 짙은 하늘을 의미하는 ‘블루 아워’란 타이틀은 어두우면서도 본연의 색채를 잃지 않는 앨범과 완벽하게 일치한다. 장엄하면서 장황하지 않고, 브렛 특유의 창법도 여전하다. 단번에 스웨이드라는 걸 알 수 있으면서도 새롭다.


밴드는 이 앨범을 3부작의 완결이라고 언급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걸작을 연이어 발표했던 90년대 부럽지 않은 스웨이드의 2막 3장이 이렇게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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