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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퀸의 음악여행

음악 탐험가 미츠키(Mitski)의 다섯 번째 이야기 'Be The Cowboy' 본문

음악 이야기/앨범 리뷰

음악 탐험가 미츠키(Mitski)의 다섯 번째 이야기 'Be The Cowboy'

화이트퀸 2018.09.09 02:24

뛰어난 창작력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은 싱어송라이터 미츠키(Mitski)가 다섯 번째 앨범 <비 더 카우보이(Be the Cowboy)>를 발표했다. 2016년 <푸버티 2(Puberty 2)> 이후 2년여 만에 발표한 새 앨범은 투어와 병행하며 조금씩 쌓아 올린 결과물이다. 프로듀서는 누구보다 미츠키를 잘 이해하고 있는 오랜 파트너 패트릭 하이랜드(Patrick Hyland)가 맡았다.

미츠키는 투어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본래 자신과는 다른 고독을 탐구했다. 긴 투어 중에 느낀 사회적 고립은 어두컴컴한 무대에서 홀로 외롭게 노래하는 싱어를 떠올리게 했고, 그것이 앨범의 큰 주제가 되었다. 특유의 분위기 연출을 위해 하모니는 최대한 배제했다.

형식에 얽매이기 싫어하는 음악 탐험가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말레이시아, 중국, 터키, 콩고민주공화국 등 13개국을 오고 간 남다른 성장 과정은 특유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귀결되지 않았나 싶다. 평생을 탐험해도 끝나지 않을 음악 세계가 굉장히 흥미롭다고 이야기하는 미츠키에게 ‘정착’이란 그저 낯설고 지루한 단어일 뿐이다.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나 벡(Beck)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뉴욕 주립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며 두 장의 앨범의 자체 제작한 미츠키는 졸업 후 <뷰리 미 앳 메이크아웃 크릭(Bury Me At Makeout Creek)>이라는 앨범을 만들기 시작했다. 학교의 악기와 스튜디오마저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상황은 더 열악했지만, 독학으로 배운 기타를 중심으로 주변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완성한 앨범은 롤링 스톤을 비롯한 주요 음악 매체의 찬사를 끌어냈다. 

감성적인 기타 사운드가 담긴 후속 앨범 <푸버티 2>는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살면서 자연스럽게 겪는 생각과 감정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음악들은 주요 매체와 대중은 물론 유명 뮤지션들의 마음마저 사로잡았다. 


▲미츠키의 <푸버티 2> ⓒ 리플레이뮤직

인종차별, 계급주의, 성 역할 등을 묘사한 <유어 베스트 아메리칸 걸(Your Best American Girl)>은 미츠키가 영웅이라 칭송하는 이기 팝(Iggy Pop)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오랜 팬이었던 픽시스(Pixies)가 오프닝 공연을 제안했을 때는 너무 감격해서 눈물까지 흘렸다. 2017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인 <멜로드라마(Melodrama)>의 주인공 로드(Lorde)는 수차례 존경의 뜻을 전하며 북미 투어 오프닝을 부탁했다. 

팝 팬들로 가득한 로드의 공연장은 분명 새로운 경험이었다. 미츠키가 누군지 조차 모르는 관객들로 가득한 무대는 자신을 알리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대다수의 미국인이 인기 차트 40위권 밖 음악에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씁쓸한 현실과도 마주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미츠키는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진보된 송라이터다.” – 이기 팝

지금까지 발표한 앨범 중 가장 슬프다고 이야기하는 <비 더 카우보이>


▲ 앨범 <비 더 카우보이> ⓒ 리플레이뮤직

앨범은 다양한 캐릭터를 형성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소설가 엘프리데 옐리네크(Elfriede Jelinek)의 대표작 ‘피아노 치는 여자’에서 받은 영감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동경하는 뮤지션 비요크(Bjork)가 “내 모든 앨범은 자신의 특정한 모습을 과장한 것”이라 말한 것과 생각이 같다고 밝힌 미츠키는 “결국 모든 캐릭터는 내 안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소용돌이처럼 격한 감정마저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여성으로서 느낀 정신적 억압을 그린 톱 트랙 <게이시르(Geyser)>는 드라마틱한 전개와 매혹적인 보컬로 강한 여운을 남긴다. 황량한 내면의 이야기를 밝고 화려한 댄스 팝 사운드로 풀어낸 <노바디(Nobody)>는 올해의 싱글로 선정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크리스토퍼 굿(Christopher Good)이 감독을 맡은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120만 이상의 히트를 기록했다. 미츠키는 처음으로 긴 시간을 들여 비디오를 촬영한 덕분에 더 섬세한 결과물이 나왔으며 촬영 내내 머문 캔자스시티와 사랑에 빠졌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일렉트로 팝을 지향하는 <와이 디든트 유 스톱 미(Why Didn’t You Stop Me)>를 비롯하여 <올드 프렌드(Old Friend)>, <미 앤 마이 허즈번드(Me And My Husband)>, <어 홀스 네임드 콜드 에어(A Horse Named Cold Air) 등 키보드 비중을 높인 곡들은 한층 다채로워진 음악적 색깔을 과시한다. 

사랑, 고통, 정체성 등 가볍지 않은 주제를 풍부한 상상력으로 간결하게 풀어낸 앨범은 나이 든 커플에 관한 씁쓸한 기억을 그려낸 감상적인 발라드 <투 슬로우 댄서스(Two Slow Dancers)>로 마침표를 찍는다. 앨범에 실린 14곡 중 3분을 넘기는 것은 2곡뿐이며 1~2분대의 짧은 곡이 대부분이다. 의도적으로 많은 것을 덜어내 군더더기가 없고, 수차례 반복해서 감상해도 흥미롭다. 지난해 로드의 <멜로드라마>가 안긴 신선한 충격이 떠오르는 놀라운 앨범이다.

“앨범을 재미있게 만드는 과정이요? 그런 건 없어요. 힘든 일이니까요. 저는 그것을 재미로 하지 않아요. 대신 깊은 만족감을 느끼죠.” – 미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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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에 없는 이야기들

미츠키 어록

“생계를 위해 음악을 만들진 않아요. 하지만 음악을 하면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할지 고민해야 하죠. 가끔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수천 달러가 들기도 하고, 뭘 하든 물가가 높은 게 현실이잖아요. 미국은 생활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요.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이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나가야 해요. 미국은 굉장히 넓기 때문에 투어를 돌면 체력은 물론 정신적 소모도 매우 크죠.”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영향도 받았어요. 말레이시아에 살 때는 자연스레 빌보드 차트 10위권에 있는 뮤지션을 좋아했으니까요. 인디 레이블 음악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기도 했고요.”

“비요크를 몹시 동경했어요. 엠아이에이(M.I.A.)도 사랑하죠. 당시 중학생이었던 저는 일본 고베에 살고 있었는데, 동네의 작은 음반점에서 시간을 보내다 우연히 엠아이에이 데뷔 앨범을 발견했어요. 처음엔 커버에 매료되어 음악을 듣지도 않고 앨범을 샀어요. 그렇게 접한 앨범이 제 인생을 바꿨죠.” 

“로드의 멜로드라마는 일종의 마법이에요. 모든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을 제공해주잖아요. 팝에 관한 많은 사람의 관점을 넓힌 게 분명해요.”

“어떤 사람들은 여성 아티스트의 자율성과 권위를 빼앗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은 자신을 매우 엄격하게 통제해가며 무언가를 창조하는 여성 아티스트의 고충을 인정하거나, 이해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죠. 불미스러운 일들은 그냥 벌어지는 게 아니에요.”

“저와 대중의 취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수가 좋아하는 음악을 대체로 좋아하죠. 요새는 아리아나 그란데(Ariana Grande)의 'God is a Woman'을 사랑해요.”

“다른 뮤지션들을 위해 곡을 만드는 것은 아주 훌륭한 경험이에요. 당장은 시간이 없지만, 수년간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요. 제가 계속 추구해 왔던 일이니까요. 저는 영원히 투어를 하며 살 것 같진 않거든요. 나중엔 투어를 하고 싶어도, 몸이 따라오지 못하겠죠. 어쩌면 15년 정도 뒤에는 이미 다른 음악 직업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만든 노래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와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저를 위한 곡만 쓰면 창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저는 제 창작력이 한정된 자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멋진 곡을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주고, 행복해하고, 또 다른 멋진 곡을 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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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디지팩 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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