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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퀸의 음악여행

상반된 사운드와 이야기 속에서 빌리카터가 만들어낸 접점 본문

음악/국내 음악가

상반된 사운드와 이야기 속에서 빌리카터가 만들어낸 접점

화이트퀸 2017.12.26 07:00

두 장의 EP 발표한 3인조 밴드 빌리카터


1년이 조금 더 지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김지원(보컬), 김진아(기타), 이현준(드럼)으로 구성된 록 트리오 빌리카터의 정규 1집 <히어 아이 앰(Here I Am)>의 포문을 여는 <롤린 블루스(Rollin’ Blues)>를 듣는 순간 후끈 달아오른 공연장으로 순간이동 한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 이어진 <러브 앤 해트레드(Love And Hatred)>, <(레이지 토크(Lazy Talk)>의 쉴 새 없는 질주와 온전한 에너지는 필자를 무아지경으로 이끌었다.



빌리카터의 정규 1집ⓒElectric Muse


하지만 당시 연말을 앞두고 바쁘다는 ‘핑계’로 그 앨범을 소개하지 못한 게 내내 아쉬웠다. 아직 안면도 없는 사이인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을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2017년 연말에 다시 그 밴드가 돌아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두 장의 EP와 함께. 


빌리카터는 2015년 6월 <레드(The Red)>라는 데뷔 EP를 발매한 이후 주목할 신인으로 눈도장을 찍었고 이듬해 1월 두 번째 EP <옐로우(The Yellow)>를 발표하며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번에 발매된 EP <오렌지(The Orange)>와 <그린(The Green)>은 EP 시리즈의 연장선으로 봐도 무방하다. 



빌리카터ⓒElectric Muse


밴드 본연의 에너지에 집중하며 다양성을 과시한 정규 1집과 달리 EP 시리즈는 지향점이 좀 더 명확하다. 빌리카터는 “꽃을 상징하는 <오렌지>에서 밴드의 트레이드마크인 강력한 에너지와 묵직한 사운드를, 풀을 상징하는 <그린>에서는 정적이고 깊이 있는 사운드를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상반된 사운드와 이야기는 결국 접점을 만들어냈다.



오렌지 EPⓒElectric Muse


<오렌지> EP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어둡고 무겁다. 7분을 훌쩍 넘기는 <화장(花葬)>부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여러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 중 ‘가스라이팅’에 대해 이야기하는 곡이다. 시니컬한 <연옥>은 기묘한 사운드가 넘실거리며, <너의 꽃>에서는 복잡다단한 감정이 전달된다. 기원부터가 젠더 권력 불평등의 증거인데도 아직 세상에 만연해있는 ‘혐오’를 마주하며 만든 <사창가에 핀 꽃>은 삶의 치열함과 장렬함을 담은 EP의 정점이다. 여성의 등급을 나누고 혐오할 권력을 쥐는 이들을 향한 분노의 노래는 비장할 수밖에 없다. 



그린 EPⓒElectric Muse


<그린> EP에는 내면에 던지는 질문이 담겼다. <아이 워즈 본(I Was Born)>에는 세상의 시작에서 처음 보았던 기억들이, 사이키델릭 포크를 지향하는 <새벽의 노래>에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 세상의 끝을 반복해서 이야기하는 <콘크리트 시(Concrete Sea)>의 실험을 거친 뒤에는 <저 아이만이 진실이랴>를 통해 희망과 진실을 찾는 질문을 던진다.   


여러 밴드에서 연주자로 활동 중이며 빌리카터의 열혈 팬임을 자처하는 음악애호가 송상희 씨는 짧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은 전형과 비전형의 화학반응이 빚어낸 록의 만화경 같은 밴드”라며 깊은 애정을 과시했다. 2018년이 더 기대되는, 최대한 빨리 공연장에서 만나고 싶은 밴드다. 


오마이 뉴스에 쓴 기사 [ 링크 ] [ 네이버 ] [ 다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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