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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스매싱 펌킨스의 빌리 코건(Billy Corgan) 콜라보레이션 살펴보기

배가 불룩한 빌리 코건의 최근 공연 사진을 보며 세월의 야속함을 느꼈다. 왕성한 창작력은 변함없으나 특유의 신경질적인 사운드도 둥글둥글해진 외모처럼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라인업을 갖췄던 2기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는 현재 빌리와 제프 슈뢰더(Jeff Schroeder)만이 남은 상태인데, 2009년부터 시작한 44곡짜리 콘셉트 앨범 「Teargarden By Kaleidyscope」의 두 번째 ‘앨범 속의 앨범’ 「Monuments To An Elegy」가 너무 조용하게 발매되어 아쉬움이 크다. (머틀리 크루의 토미 리가 드럼을 연주한 이 앨범은 작년 12월에 발매되었다.)


  2000년 스매싱 펌킨스 해체 이후 빌리는 솔로 활동에 열중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솔로 앨범은 2005년에 발표한 「TheFutureEmbrace」가 전부였다. 대신 밴드 활동을 계속하면서 여러 앨범에 프로듀서 또는 작곡가로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1990년대 초 밴드 캐서린(Catherine)의 앨범과 EP를 프로듀싱한 그는 1997년부터 본격적인 콜래보레이션을 시작했다. 더 프록스(The Frogs)의 EP 「Starjob」에서 프로듀서 겸 연주자로, 릭 오케이섹(Ric Ocasek)의 앨범 「Troublizing」에서는 공동 프로듀서는 물론 보컬과 기타, 키보드까지 연주하며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줬다.


  1998년 홀(Hole)의 「Celebrity Skin」에서 공동작곡가로 활약했던 빌리는 2010년 앨범 「Nobody's Daughter」에서도 공동작곡가로 참여했다. 작곡가로서의 활약이 돋보였던 또 다른 앨범으로는 탭룻(Taproot)의 「Blue-Sky Research」(2005)가 있다. 벡(Beck), 블러(Blur), 펄프(Pulp) 등 화려한 게스트를 자랑한 마리안느 페이스풀(Marianne Faithfull)의 「Kissin Time」(2002)에서는 작곡가 겸 연주자로 여러 곡에 참여했다. 반면에 이너프지너프(Enuff Z'nuff)의 「Paraphernalia」(1999)에 수록된 <Everything Works If You Let It>, 브레이킹 벤자민(Breaking Benjamin)의 「We Are Not Alone」(2004)에 수록된 <Forget It>, 글렌 캠벨(Glen Campbell)의 「Ghost On The Canvas」(2011)에 수록된 <There's No Me... Without You>에서는 작곡에 관여하지 않고 기타만 연주했다. 또한, 오랜 동료이자 친구인 지미 챔벌린이 지미 챔벌린 콤플렉스(Jimmy Chamberlin Complex)라는 이름으로 2005년에 발표한 데뷔 앨범 「Life Begins Again」에 수록된 <Loki Cat>에서는 게스트 보컬로 힘을 보탰다. 레이 데이비스(Ray Davies)의 콜래보레이션 앨범 「See My Friends」(2010)의 엔딩 트랙 <All Day And All Of The Night/Destroyer>에서도 특유의 냉소적인 보컬을 선사했다.


  빌리는 2기 스매싱 펌킨스를 시작하면서부터 개인 활동을 잠시 멈춘 상태다. 올해 발매될 예정인 「Day For Night」로 콘셉트 앨범 「Teargarden By Kaleidyscope」도 끝나게 된다. 이후 그는 어떤 활동을 펼치게 될지 궁금하다.

 

Collaboration Top 3

 


Tony Iommi <Black Oblivion> from 「Iommi」(2000)
<Black Oblivion>은 토니 아이오미 솔로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빌리가 공동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블랙 사바스 특유의 어둡고 무거운 사운드에 스매싱 펌킨스의 날카로움이 더해진 이 곡은 8분 20초의 대곡으로 빌리가 보컬은 물론 베이스까지 연주했다.

 

New Order <Turn My Way> from 「Get Ready」(2001)
뉴 오더가 8년 만에 발표한 정규 앨범에 수록된 <Turn My Way>에서 빌리는 보컬리스트로 힘을 보탰다. 빌리는 작곡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스매싱 펌킨스의 서정적인 곡과도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버나드 섬너와의 듀엣도 훌륭하다.

 

Scorpions <The Cross> from 「Humanity: Hour I」(2007)
스콜피언스 앨범에 빌리 코건이 참여했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어울릴까?”라는 생각을 먼저 했는데 결과는 매우 훌륭했다. <The Cross>는 강렬한 사운드와 빼어난 멜로디가 어우러진 곡으로 게스트 보컬인 빌리의 비중은 적은 편이지만, 그의 콜래보레이션을 정리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렸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월간 비굿 매거진 13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