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밴조를 내려놓은 멈포드 앤 선즈(Mumford & Sons)의 세 번째 여행 'Wilder Mind'

 

01 Tompkins Square Park
02 Believe
03 The Wolf
04 Wilder Mind
05 Just Smoke
06 Monster
07 Snake Eyes
08 Broad-Shouldered Beasts
09 Cold Arms
10 Ditmas
11 Only Love
12 Hot Gates


긴 휴식은 없었다. 빠듯한 투어 일정에 지쳐 활동 중단을 선언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멈포드 앤 선즈는 빠르게 기력을 되찾았다. 영미 앨범 차트 정상에 오르며 그래미까지 정복한 앨범 「Babel」의 후유증도 생각만큼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잠시 밴드에서 벗어나 개인 활동과 휴식을 즐긴 멤버들은 다시 모였을 때 같은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변화의 전주곡이었다.


  변화의 핵심은 멤버들마저 놀라게 한 일렉트릭 사운드다. 어쿠스틱 기타와 밴조를 앞세웠던 친숙한 포크 사운드는 이제 그들의 트레이드마크가 아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는 악틱 몽키즈(Arctic Monkeys), 하임(Haim), 제시 웨어(Jessie Ware) 등과 작업한 제임스 포드(James Ford)를 프로듀서로 영입한 것이며, 키보드를 맡은 더 내셔널(The National)의 아론 데스너(Aaron Dessner)는 음악 외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줬다. 일렉트릭 기타와 신서사이저로 새로운 색깔을 입힌 첫 싱글 <Believe>는 「Babel」에서 「Wilder Mind」로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드라이브하듯이 전개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방황과 고뇌가 담긴 호소력 강한 곡이다. 이와 같은 새로운 시도를 “미친 짓”이라고 표현한 테드 드웨인(Ted Dwane)은 “지난 앨범 「Babel」과 유사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지 않았던 것은 분명하나 신서사이저로 가득한 스튜디오가 조금 이상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라고 회상했다.


  유투(U2)와 콜드플레이(Coldplay)가 연상되는 스케일을 자랑하는 앨범에 대한 반응은 분분하다. 과감하고 에너지 넘치는 음악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끌어냈지만, 미국적인 사운드로 독창성을 잃었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대형 공연장에 어울리는 밴드로 성장한 것을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곳곳에 배치한 에너지 넘치는 로큰롤은 해방감을 선사하는데, <Believe> 못지않은 호소력을 자랑하는 <Snake Eyes>나 <The Wolf>, <Ditmas> 등의 역동적인 트랙은 공연장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이다. 조용히 흐르다 폭발하는 <Only Love>는 미국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고 있다. (밴드의 최근 공연이 궁금하다면 4개의 라이브 트랙이 추가된 딜럭스 에디션을 추천한다)

 

 

  유명 문학 작품의 영향을 받은 노랫말로 화제를 모았던 멈포드 앤 선즈는 이번에도 노랫말에 많은 공을 들였다. 그 어느 때보다 관계가 좋았던 멤버들은 그만큼 서로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노랫말을 쉽게 이해했고, 좀 더 깊게 노래를 음미했다. 긴장감을 유지하는 강렬한 톱 트랙 <Tompkins Square Park>는 앨범의 어두운 성향을 짐작하게 한다. 비슷한 분위기의 타이틀 트랙 <Wilder Mind>는 안정적인 보컬과 연주, 활기찬 멜로디의 균형이 돋보인다. 아늑한 하모니와 매력적인 솔로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전개되는 <Monster>, 톤을 낮춘 간결한 발라드 <Cold Arms>는 아주 자연스럽게 완성한 곡으로 손꼽힌다.


  밴드가 지향하는 사운드는 달라졌지만, 곡을 만드는 방식에 큰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 의기양양한 <Just Smoke>는 「Sigh No More」 시절이 떠오르는 곡으로 초기 콜드플레이를 연상시키기도 하며,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Broad-Shouldered Beasts>는 「Babel」에 수록했어도 어색하지 않을 아름다운 곡이다. 슬로우 템포의 <Hot Gates>는 마커스 멈포드(Marcus Mumford)의 섬세한 보컬과 아름다운 하모니가 빛나는 엔딩 트랙이다.
 

  자신감을 잃지 않은 멈포드 앤 선즈는 자신들을 스스로 자극하는 노래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모두가 좋아하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 라디오헤드(Radiohead)의 특징을 참고했고, 여러 뮤지션과 교류하며 음악적 영역을 넓혔다. 많은 기대를 모으며 또 한 번 영미 앨범 차트 정상을 밟은 「Wilder Mind」는 밴드의 진화를 확인할 수 있는 굵직한 앨범이다.

 

월간 비굿 매거진 14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