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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간결하고 듣기 좋은 앨범 속의 앨범, 스매싱 펌킨스의 'Monuments To An Elegy'

 

Monuments to an Elegy (2014)
01 Tiberius
02 Being Beige
03 Anaise!
04 One and All (We Are)
05 Run2me
06 Drum + Fife
07 Monuments
08 Dorian
09 Anti-Hero

 

새로운 라인업으로 밴드를 재정비하고 발표한 앨범 「Oceania」(2012) 이후 스매싱 펌킨스(The Smashing Pumpkins)에는 빌리 코건(Billy Corgan)과 제프 슈뢰더(Jeff Schroeder)만이 남았다. 이런 상황이 낯설지 않은 빌리는 새 멤버 영입 없이 2009년부터 시작한 콘셉트 앨범 「Teargarden By Kaleidyscope」의 두 번째 ‘앨범 속의 앨범’ 「Monuments To An Elegy」를 완성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빌리와 친분이 있던 머틀리 크루(Motley Crue)의 토미 리(Tommy Lee)는 모든 곡의 드럼을 연주하며 힘을 보탰다.


  빌리는 밴드를 재결성한 2006년부터 “지금 내가 왜 이런 음악을 만들고 있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추구해온 방식을 모두 버릴 때가 되었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 복잡한 심경이 반영된 앨범은 80분에 가까운 대작이 될 것 같았으나 규모가 절반으로 축소됐다. 3분대의 노래들을 수록한 앨범의 러닝 타임은 32분이 조금 넘는다.


  불필요한 요소를 과감하게 줄인 시도는 그 어느 때보다 듣기 좋은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호박들의 팝’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톱 트랙 <Tiberius>, 쉽게 기억되는 멜로디와 신서사이저 활용이 돋보이는 <Being Beige>, <Run2me>, 토미 리의 개성을 살린 미드 템포 트랙 <Drum + Fife>의 변화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펑키한 베이스와 드럼을 앞세운 <Anaise!>, 뉴웨이브 풍의 <Dorian>도 이색적이다. <One And All (We Are)>는 전성기 시절의 날카로운 모습을 재현하며 건재를 알린다. 밴드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이 앨범으로 새로운 진화를 보여준다.

 


  콘셉트 앨범의 마지막장인 「Day For Night」는 올해 안에 공개될 예정이다. 빌리는 “이제 진짜 마지막”이라는 발언으로 해체를 암시했지만,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팬은 그리 많지 않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월간 비굿 매거진 14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