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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end

화이트퀸의 2014년 해외 베스트 앨범 30

바쁜 일상에 치여 여유를 잃으면 자연스레 음악 감상도 소홀해지기 마련인데, 나는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음악을 통해 위로를 받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했고, 그 절실함은 틈틈이 음악을 듣는 노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거의 100%) 음반만을 고집했지만, 이제 음원을 사는 융통성(?)도 생겼다. 물론 만족도는 음반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지만 말이다. 올해는 정말 줄이겠다고 다짐했던 ‘음반 구매’는 결국 100장을 가뿐히 넘기며 보기 좋게 실패(!)로 끝났다. 지금부터 소개할 리스트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앞서 올린 국내 베스트 앨범처럼 그냥 가볍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참고로 일부 앨범 소개는 다른 매체에 썼던 글을 가져오기도 했다. 

 

1 Beck - Morning Phase
2014년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로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 앨범을 선택한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가장 많이, 꾸준히 들었기 때문이다. 슬픔이 짙게 배인 어쿠스틱 중심의 꾸밈없는 음악들이 담긴 앨범 [Sea Change](2002)의 2014년 버전 같은 [Morning Phase]는 조금 어두우면서도 따뜻하게, 그리고 차분하게 위로를 건넸다.

 


2 Leonard Cohen - Popular Problems
‘80세 기념’이라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결과물이 앨범에 담겼다. 2012년 [Old Ideas]에 이어 또 한 번 그의 음악을 통해 모든 걸 내려놓게 되었다. 차원이 다른 깊이와 여운, 빠르게 흡수되지 않는 ‘시에 가까운 음악’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3 Elbow - The Take Off And Landing Of Everything
너무 정체되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엘보우는 과거보다 더 깊고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는 확신이 선다. 엘보우의 지난 음악들이 나쁘지 않게 들렸다면 반드시 들어봐야 할 앨범이다.

 

4 U2 - Songs Of Innocence
애플의 신제품 발표 현장에서 깜짝 공개한 유투의 새 앨범은 모든 곡을 아이튠즈 스토어에서 무료로 배포하며 화제를 모았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밴드’와 ‘혁신적인 기업’이 손을 맞잡고 펼친 통 큰 이벤트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약 한 달 뒤에 발매된 음반은 판매량이 부진했다. 평단의 반응도 엇갈렸다. 하지만, 유투의 저력은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 중인 핫한 인물들을 프로듀서로 영입한 결과는 성공적이며, 예상보다 더 역동적이고 도전적인 음악들은 충분한 감동과 흥분을 안긴다.

 


5 D'Angelo And The Vanguard - Black Messiah
2014년 베스트를 마무리할 무렵 이 앨범이 터졌다. 개인적으로 디안젤로의 열혈 팬은 아니지만, 14년을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압도적이고, 매력적이다.

 


6 Pink Floyd - The Endless River
무려 20년 만에 발표한 핑크 플로이드의 새 앨범 [The Endless River]는 6년 전 세상을 떠난 릭 라이트에게 헌정되었다. 데이빗 길모어와 닉 메이슨은 1994년 발표한 [The Division Bell] 세션 중 릭과 함께 연주한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파트를 추가하여 누구도 예상치 못한 21세기 핑크 플로이드 앨범을 탄생시켰다. 앨범은 총 4개의 파트로 구성되어있으며,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사운드를 전개한다. 유일하게 보컬이 삽입된 장엄한 엔딩 트랙 “Louder Than Words”는 앨범 전체를 집약한 메시지와 함께 밴드의 50년 여정을 마무리한다. 평단의 미지근한 반응은 의식하지 않아도 좋을 아름답고 감동적인 피날레다.

 


7 Damon Albarn - Everyday Robots
소리의 여백이 많지만, 절대 공허하지 않다. 데이먼 알반의 첫 솔로 앨범은 블러 또는 고릴라즈였다면 불가능했을 미니멀한 사운드를 담아냈다.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의도적으로 힘을 뺀 데이먼의 보컬이 어우러진 차분한 음악들은 화려하지 않아도 빛이 난다. 매력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내는 능력도 여전히 탁월하다. 탄자니아에서 만난 작은 코끼리를 소재로 한 “Mr. Tembo”는 우쿨렐레와 성가대 합창으로 생동감을 더하며, 뱃 포 래쉬스가 피처링한 “The Selfish Giant”는 아늑하고 아름답다. 거장 브라이언 이노의 참여도 큰 힘이 되었다. 데이먼은 ‘지극히 개인적인’ 솔로 앨범을 통해 기대 이상의 음악적 성과를 보여줬다.

 


8 Paolo Nutini - Caustic Love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완성도로 나를 놀라게 만든 앨범이다. 군더더기 없는 빈티지 소울을 선사한 첫 싱글 “Scream”을 필두로 베티 라베티 곡을 샘플링한 “Let Me Down Easy”, 탄탄한 리듬 섹션과 코러스가 인상적인 소울 발라드 “Better Man”, 끈끈한 소울 트랙 “Iron Sky”, 재널 모네가 피처링한 “Fashion” 등 왕성한 창작력에 설득력까지 갖춘 13곡을 수록했다.

 


9 Damien Rice - My Favourite Faded Fantasy
발표한 앨범보다 더 많은 내한공연을 펼치며 ‘살 아저씨’라는 친근한 호칭까지 얻은 데미안 라이스가 지난 8년간 술만 마신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앨범. 데미안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못했던 평단도 이번에는 ‘응집력 부족’ 같은 키워드로 꼬투리를 잡긴 힘들 것이다. 그만큼 완성도가 높고, 듣기에도 좋다.

 

10 Michael Jackson – Xscape
정규 앨범으로 분류하기엔 다소 애매한 구석이 있었지만,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꼭 넣고 싶었다. 마이클 잭슨 사후에 발매된 두 번째 앨범 [Xscape]는 1983년부터 1999년 사이에 녹음한 곡 중 8곡이 실렸으며 앞서 발매된 [Michael]보다 더 새롭게 다가온다. 마이클이 최종적으로 오케이를 외친 노래들을 모은 앨범처럼 만들겠다는 목표에 100% 도달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팝의 황제가 남긴 훌륭한 곡들을 더 들을 기회가 있다는 사실은 작은 위안이 된다. 참고로 이 앨범은 새롭게 작업한 트랙에 오리지널 버전이 더해진 딜럭스 에디션을 무조건 추천한다. 

 


11 Coldplay - Ghost Stories
[Ghost Stories]를 콜드플레이 앨범 중 최고로 손꼽을 팬은 매우 적어보이지만, 꽤 오랫동안 이런 앨범을 기다려온 나는 두 팔 벌려 환영이다. [Mylo Xyloto]의 화려함과는 상반된 이 차분한 앨범은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듣게 될 콜드플레이 앨범이 아닐까 싶다.

 


12 Jack White – Lazaretto
화이트 스트라입스 시절보다 잭 화이트 솔로를 더 좋아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그의 명료함에 감탄하게 된다.

 


13 Robert Plant - Lullaby and... The Ceaseless Roar
로버트 플랜트의 음악 여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14 Tori Amos - Unrepentant Geraldines
토리 여신의 음악은 들으면 들을수록 행복하다. 아울러 ‘오디오로 음반 듣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친절하게 알려주기까지 한다.

 


15 Royal Blood - Royal Blood
놀라서 거품을 물 정도는 아니었지만, 감탄사를 내뱉게 만드는 앨범이다. 조금만 덜 못생겼다면 순위는 더 높았을 것이다. (나는 어째서 ‘남자의 외모’를 따지는 걸까..)

 


16 Lykke Li - I Never Learn
올해의 내 정서와 맞는 ‘맞춤형 앨범’으로 회사에서 BGM(?)으로 무수히 활용했다. 조용히 또는 멍하니 듣기에,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들어도 좋은 잿빛의 앨범이다.

 


17 The War On Drugs - Lost In The Dream
해외 매체들이 선정한 2014년 베스트 앨범 상위권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해 안 들어볼 수가 없었다. 사실 아주 따분한 음악을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듣는 내내 귀가 즐거웠다. (내 기준에서) 중독될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18 Anathema - Distant Satellites
(인기는 없지만) 2010년대 최고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로 아나테마를 선정하고 싶다. 밴드가 Kscope에서 발표한 3장의 앨범은 모두 완벽 그 자체다.

 


19 Manic Street Preachers – Futurology
이렇게 꾸준히 ‘걸작’을 만들어내는 기세가 놀랍다.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는 점점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매닉스가 한 물 갔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일단 밴드가 2010년대에 발표한 3장의 앨범을 모두 들어보시길. 

 


20 Pharrell Williams – Girl
‘잘나가는 프로듀서’였던 퍼렐 윌리엄스를 ‘세계적인 팝스타’로 만들어준 매력적인 팝 앨범. 게스트 비중을 줄이고 보컬에 주력한 퍼렐의 선택은 탁월했다.

 


21 Lana Del Rey – Ultraviolence
라나 델 레이는 비슷한 시기에 화려하게 데뷔한 신인 중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줬다.

 


22 Ingrid Michaelson - Lights Out
반복해서 들어도 지겨워지지 않는 유려한 팝 앨범

 

 
23 Morrissey - World Peace Is None of Your Business
모리세이의 새로운 노래들을 더 많이, 더 오래 듣고 싶다. 내한공연 못간 게 한이다.

 


24 Judas Priest - Redeemer of Souls
2000년대에 발표한 앨범들보다 더 만족스러운 ‘올해의 회춘’ 앨범

 


25 Thom Yorke - Tomorrow's Modern Boxes
‘이상하게’ 반복해서 듣게 되는 정말 ‘이상한’ 앨범

 


26 Suzanne Vega - Tales From The Realm Of The Queen Of Pentacles
거의 20년 만에 수잔 베가의 정규 앨범을 들었다. 1990년 버전의 "Tom's Diner"를 듣고 ‘댄스 가수’로 착각했던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27 Prince - Art Official Age
2007년 [Planet Earth] 이후 ‘가장 듣기 좋은’ 프린스 앨범이라 더 반갑다.

 


28 Opeth - Pale Communion
처음 들었을 때의 실망감이 점점 희석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어느덧 이 리스트에까지 진입한 오페스의 저력.

 


29 Foo Fighters - Sonic Highways
“우린 여전히 잘나가는 미국 밴드야”라고 외치는 것 같은 ‘정직한’ 앨범

 


30 Linkin Park - The Hunting Party
오랜 실험(또는 방황)을 끝낸 앨범. 예상을 뛰어넘는 헤비함과 뛰어난 밸런스가 돋보인 첫 싱글 "Guilty All The Same"이 정말 훌륭했다. 2003년 [Meteora] 이후 발표한 앨범 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