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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행복한 퍼렐의 여성 찬가,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G I R L'

01. "Marilyn Monroe"  
02. "Brand New" (with Justin Timberlake)
03. "Hunter"  
04. "Gush"  
05. "Happy"
06. "Come Get It Bae"  
07. "Gust of Wind"  
08. "Lost Queen"  
09. "Know Who You Are" (with Alicia Keys)
10. "It Girl"  

 

행복한 퍼렐이 부르는 여성에 대한 찬가
팝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2013년 최고 히트곡인 로빈 시크(Robin Thicke)의 <Blurred Lines>와 다프트 펑크(Daft Punk)의 <Get Lucky>를 모를 리가 없다. 이 두 곡은 모두 퍼렐 윌리엄스가 피처링을 했다. 이후 공개된 <Happy>는 로빈 시크도, 다프트 펑크도 아닌 퍼렐 자신의 곡이다.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2’에 삽입된 이 곡은 75개국 차트를 정복했다. 실로 놀라운 결과다. <Happy>는 ‘24시간짜리 뮤직비디오’라는 이벤트도 기발했지만, 자꾸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는 곡 자체의 힘이 더 컸다. 곡의 폭발적인 인기 덕에 뮤직비디오의 스케일도 커졌다. 전 세계에서 <Happy> 비디오를 제작하는 캠페인이 펼쳐졌다. 유튜브에 등록된 4분짜리 오피셜 뮤직비디오는 1억 3천만 뷰를 넘겼고, 싱글 판매량은 미국에서만 200만을 넘겼다. 한마디로 ‘해피 신드롬’이다.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2014년 대표곡 리스트에 오를 자격이 충분한 <Happy>는 여전히 뜨겁다. 현재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4주째 1위(3월 29일자 기준)를 지키고 있다. <Happy>를 뛰어넘는 곡은 당분간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퍼렐은 넵튠즈(The Neptunes) 시절 이후 정확히 10년만인 56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프로듀서’ 부문을 수상하며 프로듀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이제 <Happy>가 수록된 두 번째 솔로 앨범 「G  I  R  L」을 통해 솔로 아티스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일만 남았다.

 

  뒤늦게 퍼렐을 알게 된 사람들은 넵튠즈란 이름이 낯설게 다가올 것이다. 넵튠즈는 채드 휴고(Chad Hugo)와 함께 1992년 결성한 프로듀서 듀오로, 블랙스트리트(Blackstreet) 멤버였던 테디 라일리(Teddy Riley)의 눈에 띄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여성 트리오 SWV의 히트곡 <Use Your Heart>를 시작으로 메이스(Mase), N.O.R.E. 등 알앤비, 힙합 뮤지션들과 작업한 넵튠즈는 켈리스(Kelis)의 데뷔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후 제이 지(Jay Z), 디디(Diddy),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와의 작업을 통해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고, 넬리(Nelly)의 <Hot In Herre>를 시작으로 굵직한 히트곡들을 내놓았다. 2003년 발표한 넵튠즈의 유일한 앨범 「Clones」는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미국 차트 1위에 올랐다. 퍼렐과 채드가 샤이 헤일리(Shay Haley)와 함께 결성한 밴드 N.E.R.D도 성공했다. 2002년 「In Search Of...」로 미국에서 골드를 기록한 N.E.R.D는 지금까지 총 네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Pharrell Williams ⓒSony Music


  스눕 독(Snoop Dogg), 루다크리스(Ludacris), 제이 지 등 힙합 뮤지션들의 피처링으로 성공을 경험한 퍼렐은 2006년 「In My Mind」라는 앨범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웬 스테파니(Gwen Stefani)가 피처링한 <Can I Have It Like That>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앨범은 미국 차트 3위에 올랐다. 넬리, 제이 지, 제이미 컬럼(Jamie Cullum), 칸예 웨스트(Kanye West) 등 게스트 참여가 돋보인 앨범에는 당시 퍼렐이 추구하고 있던 음악들이 오롯이 담겼다. 하지만 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솔로 활동이 익숙하지 않았던 퍼렐은 이후 넵튠즈와 N.E.R.D에 무게 중심을 두고 좀 더 다양한 뮤지션들과 콜래보레이션을 펼치며 활동 영역을 확장해간다. 2010년에는 애니메이션 ‘슈퍼배드’ 사운드트랙 프로듀서를 맡으며 그가 좋아했던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Hans Zimmer)와도 인연을 맺게 된다. 

 

  「G  I  R  L」은 아주 오랜만에 발표하는 솔로 앨범이지만, 작업 기간이 그리 길진 않았다. 퍼렐은 다프트 펑크가 <Get Lucky>를 공개한 작년 봄 컬럼비아 레이블 관계자와 만났다. 레이블 관계자는 “새로운 솔로 앨범을 제작하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것을 잘 알지만, 곧 마음을 바꾸게 될 것”이라며 계약을 제안했다. “당신이 원했던 앨범을 만들라”는 얘기 외에 특별한 전제조건도 없었다. 이런 뜻밖의 제안에 마음을 움직인 퍼렐은 과하지 않고 심플하면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앨범 타이틀은 컬럼비아에서 계약을 제안했을 때부터 생각했던 것이다. 엄선한 10곡은 모두 여성을 향한 경의를 담고 있다. 음악적 영감의 원천이기도 한 여성의 위대함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많았던 퍼렐은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앨범을 완성해갔다. 게스트 비중은 줄이고 자신은 보컬에만 주력했다. 셀프 프로듀싱은 물론 키보드, 신서사이저, 퍼커션 연주까지 직접 해내며 다재다능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한스 짐머는 스트링 세션을 조율하며 힘을 보탰다. 퍼렐은 “지금까지 내가 작업했던 것 중 최고”라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바이올린 연주자 앤 마리 칼혼(Ann Marie Calhoun)과 함께 만든 톱 트랙 <Marilyn Monroe>는 1970년대 펑크와 디스코, 극적인 스트링 세션이 어우러진 매혹적인 곡이다. 켈리 오스본(Kelly Osbourne)이 백 보컬로 참여했으며 앨범의 두 번째 싱글로 낙점됐다. 다프트 펑크가 참여한 <Gust Of Wind>도 1970년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다프트 펑크에게 그래미 트로피를 다섯 개나 안긴 앨범 「Random Access Memories」에 수록해도 어색하지 않을 곡으로,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앞서 언급한 히트곡 <Happy>는 간결하면서도 쉽게 싫증나지 않는다. 편안한 사운드에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와 흥이 더해져 엄청난 반응을 얻고 있다. <Happy>의 뒤를 이을 가장 강력한 ‘히트곡 후보’는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와 듀엣을 이룬 <Brand New>다. 퍼렐이 존경하는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처럼 뛰어난 악곡과 특유의 팔세토 창법이 돋보이는 열정적인 곡이다. 팀발랜드(Timbaland)가 비트박스를 맡은 것도 흥미롭다. 1970년대 팝을 재현한 <Hunter>도 팔세토 창법의 매력을 과시한다. 스트링과 재지한 키보드의 조화, 넵튠즈가 지향한 고전적인 사운드가 적절하게 반영된 <Gush>, 퍼렐과 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의 보컬이 곡에 잘 녹아든 거침없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Come Get It Bae>는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분위기를 전환한다. 

 

  아프리칸 리듬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Lost Queen>에는 조조(JoJo)의 감미로운 보컬이 더해진 히든 트랙 <Freq>가 포함되었다. 네오 소울과 레게 리듬이 어우러진 <Know Who You Are>는 앨리샤 키스(Alicia Keys)와 듀엣을 이뤘다. 수려한 멜로디와 밸런스가 돋보인다. 섬세한 코러스와 펑키한 리듬이 인상적인 클로징 트랙 <It Girl>은 프린스(Prince)처럼 관능적인 알앤비다. 
 
  퍼렐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프로듀서이며, 뜨거운 아이콘이다. 마치 그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올해 초 열린 굵직한 시상식 무대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화려한 성공 뒤에 퍼렐이 있다”는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대해 그저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간 음악은 물론 패션, 디자인까지 아우르며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준 퍼렐은 이제 잘나가는 프로듀서의 영역을 넘어 세계적인 팝스타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앨범 「G  I  R  L」은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월간 비굿 매거진 10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