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우리, 다시 미칠 수 있을까? 뉴욕 인디 밴드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의 'Mosquito'

01 Sacrilege
02 Subway
03 Mosquito
04 Under the Earth  
05 Slave  
06 These Paths  
07 Area 52  
08 Buried Alive (featuring Dr. Octagon)
09 Always
10 Despair
11 Wedding Song


아름다운 광기의 불꽃, 대중과 평단의 꾸준한 지지를 받은 3인조 밴드 예 예 예스
200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결성된 3인조 밴드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의 존재감은 특이한 이름 못지않게 돋보인다. 만일 내가 21세기 뉴욕 인디 밴드에 대한 특집 기사를 쓰게 된다면, 예 예 예스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들에게는 확실히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개성 있는 보이스와 화려한 퍼포먼스, 거기에 독특한 패션 감각까지 갖춘 한국계 보컬리스트 캐런 오(Karen O)를 굳이 내세우지 않더라도 말이다.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밴드명이 뉴욕 방언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베이시스트 없이 3인조를 고수한다는 것이다. 예 예 예스는 기타리스트 닉 지너(Nick Zinner)와 드러머 브라이언 체이스(Brian Chase), 그리고 보컬리스트 캐런 오가 13년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거기에 투어 멤버가 가세하는 형태다. (참고로 앨범을 녹음할 때 베이스는 대부분 닉과 캐런이 연주한다.)


  혹시 기억하는가? 예 예 예스는 2006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출연하여 거센 폭우와 함께 한국 팬들을 처음 만났다. 그들은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환상적인 무대 매너를 과시했는데, 특히 어머니의 나라에서 첫 공연을 펼친 캐런 오의 소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수차례 한국 땅을 밟았던 캐런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단독 공연을 펼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캐런의 바람과 달리 단독 공연은 성사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도 위안이 됐던 것은 2006년 이후 마니아층이 제법 두터워졌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예 예 예스는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한 ‘무명에 가까운’ 밴드일까? 이건 아마도 한국에서나 가능한 유형의 질문일 것이다. 사실 예 예 예스는 오랜 무명 생활을 겪을 틈조차 없었다. 2001년 여름에 발표한 데뷔 EP 「Yeah Yeah Yeahs」는 아주 인상적인 예고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원시적인 리프와 리듬이 고민 없이 나열된 ‘의뭉스럽고 강렬한’ 13분짜리 EP에 실린 다섯 곡은 평단과 음반 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급기야 「Yeah Yeah Yeahs」 EP는 영국 인디 차트 정상을 밟았고, NME가 선정한 2002년 베스트 싱글 2위에 랭크되었다. 그렇게 데뷔 EP 하나로 명성을 얻은 밴드는 음반사들의 러브콜과 굵직한 페스티벌의 게스트 섭외까지 받았다. 하지만 밴드는 오히려 더 냉정하고 침착하게 반응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공연을 펼치면서 앨범까지 완성해내는 것이었지만, 밴드는 주요 일정도 취소해가며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과도한 언론의 주목이 캐런을 예민하게 만든 탓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첫 번째 정규 앨범에 대한 부담감이었다.


  2003년 4월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의 인터스코프에서 발매된 데뷔작 「Fever To Tell」은 밴드의 오랜 고민이 유의미했음을 확인시켜줬다. 음악 매체들은 일제히 스트록스(The Strokes)와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의 뒤를 이을 밴드가 등장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제법 큰 보폭과 맹렬한 기세를 앞세워 전진하는 ‘Date With The Night’가 영국 차트 20위권에 진입했고, 디스코와 개러지 록이 그럴듯하게 믹스된 ‘Man’, ‘Tick’,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인 ‘Pin’, 블론디(Blondie)와 소닉 유스(Sonic Youth)의 매력을 계승한 ‘Y Control’ 등 앨범에는 참신하고 신선한 곡들이 넘쳤다. 그리고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은 깊고 독창적인 러브송 ‘Maps’는 피치포크가 선정한 ‘2000년대 노래 500선’ 중 6위, 롤링 스톤이 선정한 ‘2000년대 최고의 노래’ 7위, 그리고 2009년 NME가 선정한 ‘최고의 얼터너티브 러브송’ 1위에 랭크되었다. 꾸준한 반응을 얻은 앨범은 미국에서 골드, 영국에서 실버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100만 장이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2집 「Show Your Bones」는 2006년 3월에 발매되었다. 사운드는 데뷔작에 비해 부드러워졌고, 어쿠스틱 기타의 비중이 높아졌다. 대중 지향적인 ‘Cheated Hearts’, ‘Dudley’, 어쿠스틱 기타를 앞세운 ‘Way Out’, ‘Turn Into’, ‘Sweets’ 등은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곡들이다. 캐런의 개성 있는 창법이 돋보인 톱 트랙 ‘Gold Lion’은 캐나다 차트 2위에 올랐으며, 미국과 영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밴드 특유의 매력은 개러지 록을 추구한 ‘Fancy’, ‘Mysteries’에서도 빛을 발했다. 미국 11위, 영국 앨범 차트 7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 이 앨범은 특히 영국 매체들의 호평을 받았다. NME는 2006년 결산에서 이 앨범을 2위에 올려놓았고, Q와 언컷(Uncut)도 높은 점수를 주며 극찬했다. 2006년의 거의 모든 일정을 투어로 채운 밴드는 세 번째 EP 「Is Is」를 2007년 7월에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여기에 실린 곡들은 ‘Fever To Tell Tour’ 중이던 2004년에 썼으며,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닉 로네이(Nick Launay)가 프로듀서로 합류했다.

 

  2009년 3월에 발매된 3집 「It’s Blitz!」에서 예 예 예스는 하나의 요소 같았던 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실패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밴드는 보란 듯이 성공을 일궈냈다. 특유의 기타 사운드를 과감하게 내려놓은 ‘Heads Will Roll’은 미국 댄스 차트 1위에 올랐다. ‘Dull Life’, ‘Shame And Fortune’에서는 예전 못지않은 거친 록 사운드를 선사하지만, 대다수 곡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하지만 그 변화가 ‘4월에 내리는 눈’만큼 낯설진 않다. 강렬한 일렉트로닉 비트와 캐런 특유의 신들린 보컬로 분위기를 달구는 톱 트랙 ‘Zero’, 신스팝의 수혈을 받은 ‘Soft Shock’은 마치 선명한 데자뷰처럼 다가온다. ‘Skeletons’, ‘Hysteric’, ‘Little Shadow’ 등은 우아한 진화의 완성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곡들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댄스에 접근하는 ‘Dragon Queen’에는 티비 온 더 라디오(TV On The Radio)의 튠드 아데빔프(Tunde Adebimpe)와 데이빗 앤드류 시텍(David Andrew Sitek)이 참여했는데, 특히 데이빗은 변화를 구체화한 조력자로 여러 곡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영국과 호주에서 특히 반응이 좋았던 이 앨범은 NME의 2009년 결산에서 3위, 스핀(Spin)의 2009년 결산에서는 2위에 올랐다. 또한, 밴드가 2000년대에 발표한 세 장의 정규 앨범은 모두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팬의 입장에서 2010년대에는 수상과도 인연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다시 미칠 수 있을까? 4집 [Mosquito]
예 예 예스만큼 꾸준히 대중과 평단의 지지를 받은 밴드가 흔치 않다. 그래서 부담은 더 클 것 같다. 지금의 위치에서 ‘어중간한 앨범’을 만들 순 없는 노릇이니까. 「Mosquito」라는 타이틀의 4집 앨범은 밴드가 4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이다. 그리고 밴드 역사상 가장 어렵게 녹음을 마친 앨범일 것이다.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캐런은 앨범을 작업하면서 닉과 갈등을 겪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던 캐런과 충돌한 닉은 밴드 해체를 고려했을 정도로 분위기가 심각했던 적도 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앨범은 완성되었고, 다시 예 예 예스로 하나 된 멤버들은 연초부터 미국과 호주를 중심으로 공연하며 서서히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2월 25일 첫 싱글 ‘Sacrilege’를 디지털로 공개하며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캐런의 드라마틱한 보컬과 가스펠 합창단이 가세한 이 곡은 발매와 동시에 피치포크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음악보다 더 격렬하고 파격적인 뮤직비디오는 3월 26일에 공개했다.


  밴드는 영감을 얻을 때마다 곡을 쓰고 데모를 녹음했던 10년 전 방식으로 앨범을 작업했다. 캐런이 외마디 소리처럼 “I'll suck your blood!"를 외칠 때마다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타이틀곡 ‘Mosquito’는 그때 그 느낌을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재현한다. 낡은 재료로 새로운 것을 완성해내는 능력은 루츠 레게에서 영감을 얻은 ‘Under The Earth’, 신들린 보컬을 앞세워 20년 전 프라이멀 스크림(Primal Scream)을 소환하는 ‘Slave’, 스투지스(The Stooges)의 ‘I Wanna Be Your Dog’ 리프와 흡사한 ‘Area 52’에서 거리낌 없이 드러낸다. 일렉트로닉 샘플링과 타악기, 좀 더 높은 곳을 향하는 캐런의 보컬이 근사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These Paths’, 엘시디 사운드시스템(LCD Soundsystem)의 제임스 머피(James Murphy)와 힙합의 거장 쿨 키스(Kool Keith)가 참여한 ‘Buried Alive’도 참신하다. 또한, 특유의 우아함을 엿볼 수 있는 곡들도 어김없이 존재한다. 캐런이 뉴올리언스에 머물렀을 때 만든 진정한 뉴욕의 노래 ‘Subway’는 제목을 모르고 들어도 규칙적인 속도로 달리는 지하철과 평범한 일상을 떠올릴 수 있는 정적인 곡이다. 바쁜 현대인들은 이 쓸쓸한 곡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2011년 결혼식을 올린 캐런의 경험과 심적 고통이 반영된 엔딩 트랙 ‘Wedding Song’은 낮게 깔리는 키보드가 인상적인 슬로우 넘버다. 딜럭스 에디션에는 데모와 어쿠스틱, 라이브 버전까지 총 네 곡이 보너스로 수록되었다.


  앨범 「Mosquito」는 전작 「It’s Blitz!」와는 또 다른 노선을 취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새로운 방향이 아닌, ‘과거로의 회귀’다. 마치 오래전에 헤어진 연인이 재회해 “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밴드는 분노를 폭발시키며 “우리, 다시 미칠 수 있을까?”를 외친다. 익숙해지기에 앞서 취하게 되는 음악, 예 예 예스의 종잡을 수 없는 매력은 2010년대에도 유효하다.

 

Yeah Yeah Yeahs Discography
- Yeah Yeah Yeahs (2001, EP)
- Machine (2002, EP)
- Fever To Tell (2003, 1집)
- Show Your Bones (2006, 2집)
- Is Is (2007, EP)
- It's Blitz! (2009, 3집)
- Mosquito (2013, 4집)

 

윤태호 (B.Goode Magazine Contributor)

 

예 예 예스 4집 [Mosquito] 음반 해설지 (유니버설 뮤직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