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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1950년대 로큰롤 같은 매력적인 데뷔작, 피스(Peace)의 'In Love'


Deluxe Edition Tracklist

01 Higher Than the Sun
02 Follow Baby
03 Lovesick
04 Float Forever
05 Wraith
06 Drain
07 Delicious
08 Waste of Paint
09 Step a Lil' Closer
10 Toxic
11 Sugarstone
12 California Daze
13 Scumbag
14 Bloodshake  

 

지금 영국은 버밍엄 출신의 4인 밴드 피스(Peace)를 주목하고 있다. 피스는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 싱글 <Bblood>로 2012년 초 마카비스(The Maccabees),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 포올스(Foals)에 비견되는 밴드란 찬사를 받았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반응이 뜨겁다. 일찌감치 밴드를 눈여겨본 NME는 극찬과 더불어 피스에게 ‘2013 NME 어워드 투어’ 오프닝을 맡겼고, 거물급 아티스트를 대거 배출한 BBC ‘Sound Of 2013’에도 노미네이트 되었다. 이런 좋은 흐름 속에서 뛰어난 라이브 능력까지 인정받은 피스는 5월초 런던의 클럽에서 4일간 펼친 공연을 모두 매진시켰고 글래스톤베리, 티 인 더 파크, 레딩 페스티벌 등 굵직한 음악 축제에도 초대 받은 상태다. 거기에 추가로 일본의 섬머소닉과 한국의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도 출연할 예정이라 더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피스는 2013년 기대주로 활약하고 있지만 불과 4년 전만해도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영국의 높은 청년실업률 때문에 모두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했던 것. 당시 해리슨 코이서(Harrison Koisser)는 버밍엄 나이트클럽 앞에서 보드를 들고 서있는 일을 했으며 사무엘 코이서(Samuel Koisser)는 HMV 매장 일을, 그리고 사무직이 어울려 보이는 더글라스 캐슬(Douglas Castle)은 육체노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2009년 여름 노벰버 앤 더 크리미널(November And The Criminal)이란 밴드를 결성해 셀프 타이틀 EP까지 제작한 그들은 2010년 10월 밴드명을 피스로 바꾸게 된다. 그때 밴드는 해리슨이 ‘엉망진창’이라고 회상한 공연들을 펼치며 곡을 만들었다.

 

ⓒSony Music 

 

  작은 클럽을 전전하던 무명의 밴드를 도운 것은 ‘소셜 미디어’였다. 반응이 궁금해서 올린 <Bblood> 데모가 뜻밖의 인기를 얻자 반신반의했던 자신들의 능력을 신뢰하기 시작한 것. 그렇게 온라인에서 얻은 인기 덕분에 A&R 관계자가 밴드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기도 했다. 결국 컬럼비아 레코드와 계약을 체결한 피스는 2012년 4월 데뷔 싱글 <Follow Baby>를 발표한다. 이 싱글은 500장 한정의 7인치 바이닐로도 발매되었다. (그중 200장은 멤버들의 사인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9월에는 데뷔 EP 「Delicious」를 발표한다. NME는 EP에 실린 4곡 중 <Bloodshake>와 <California Daze>를 2012년 베스트 트랙 50선에 포함시켰고, 「Delicious」 EP에 9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안겼다. 정식 데뷔를 앞둔 피스는 2012년 11월부터 1집 앨범 레코딩에 들어간다.  


  영국에서 16위까지 오른 데뷔작 「In Love」는 3월 25일 발매되었다. 여전히 따끈따끈한 이 앨범은 최근 라이선스 발매도 성사되었는데, 네 곡이 추가된 딜럭스 에디션이라 더 반갑다. 해리슨은 「In Love」가 “꾸밈없는 정서를 담아낸 순수한 앨범”이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특유의 둔중한 코드에서 그런지 영향력이 느껴지는 데뷔 싱글 <Follow Baby>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녹음 당시 형편이 좋지 못했던 밴드는 여러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조각들을 퍼즐처럼 끼워 맞춰 곡을 완성한 것. EP에도 실렸던 <California Daze>는 매력적인 러브송으로 특히 은은한 코러스가 아름답다.

 


ⓒSony Music  

 

  셔플 리듬과 와와 기타가 조합된 톱 트랙 <Higher Than The Sun>, 타악기와 경쾌한 코러스, 디스코 리듬이 어우러진 <Delicious>, 강렬한 기타로 청자를 흔드는 <Toxic>의 사운드는 꽤 이국적이다. 큐어(The Cure)의 <Boys Don't Cry>가 연상된다는 평가를 받은 <Lovesick>은 수려한 멜로디를 과시한다. 해리슨은 친구 집에서 갑자기 떠오른 멜로디로 15분 만에 <Lovesick>을 완성했다. 화려하고 로맨틱한 발라드 <Float Forever>에서는 비틀즈(The Beatles)와 오아시스(Oasis) 영향력이 느껴지며, 해피 먼데이즈(Happy Mondays)와 스톤 로지스(Stone Roses)의 전성기를 재현하는 <Waste Of Paint>는 나른한 그루브와 음산한 코러스를 앞세운 곡으로 블러(Blur)의 <There’s No Other Way>와 흡사하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잼세션으로 시작된 <Wraith>는 끝없이 리프를 반복하고 무의미한 단어들을 내뱉다가 완성된 곡으로 역시 코러스가 돋보인다. 기타 울림이 절묘한 <Drain>, 너바나(Nirvana) 곡을 파퓰러하게 소화한 것 같은 <Scumbag> 등은 딜럭스 에디션에서 만날 수 있는 곡들이다. 앨범 「In Love」는 풍부한 기타 사운드와 1950년대 로큰롤 같은 단조로운 쾌감, 그리고 예리한 상상력이 더해진 매력적인 데뷔작이다. 

 

월간 비굿 매거진 3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