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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asis

밴드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는 앨범, 비디 아이(Beady Eye)의 'Be'

01 Flick of the Finger (Gallagher, Archer, Bell) 3.46
02 Soul Love (Gallagher) 5.10
03 Face the Crowd (Bell) 4.00
04 Second Bite of the Apple (Archer) 3.28
05 Soon Come Tomorrow (Bell) 4.58
06 Iz Rite (Archer) 3.26
07 I'm Just Saying (Bell) 3.45
08 Don't Brother Me (Gallagher) 7.30
09 Shine a Light (Gallagher) 5.04
10 Ballroom Figured (Archer) 3.31
11 Start Anew (Gallagher) 4.29
Deluxe Edition Bonus Tracks 
12 Dreaming of Some Space (Gallagher) 1.51
13 The World's Not Set in Stone (Gallagher) 4.46
14 Back After the Break (Archer) 4.09
15 Off at the Next Exit (Archer) 3.36 
Japanese Edition Bonus Tracks
16 Girls in Uniform (Bell) 6.23
17 Evil Eye (Gallagher) 5.01

“비디 아이(Beady Eye)는 취미로 하는 밴드가 아니야. 나는 오아시스(Oasis)에서 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고 있으니까.” –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

리암 갤러거는 최근 인터뷰에서 데뷔작의 반응이 다소 실망스러웠음을 인정했다. 영국 3위, 미국 31위라는 괜찮은 성적을 기록한 데뷔작은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를 이끌어냈지만, 일부 팬들은 비디 아이를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없는 오아시스’로 인식하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한 그때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팬들이 ‘오아시스 해체’를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여서 비디 아이는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 같은 이미지도 있었다.

오아시스와 비교하면 앨범 판매량과 공연 규모는 확실히 작아졌다. 하지만 리암은 그와 무관하게 비디 아이가 하나의 독립된 밴드로 인정받길 원했고, 2011년 말까지 이어진 월드 투어가 끝날 무렵엔 이미 신곡을 쓰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편 1집 투어 당시 비디 아이는 오아시스 곡을 일체 연주하지 않았지만, 스톤 로지스(The Stone Roses) 재결성 공연 서포트를 자처한 2012년에는 오아시스의 ‘Rock 'N' Roll Star’와 ‘Morning Glory’를 연주했다. 그리고 그때 ‘The World’s Not Set In Stone’이라는 신곡도 선보였다. (이 곡은 비디 아이 2집 딜럭스 에디션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되었다.) 그해 스톤 로지스 공연 서포트와 더불어 가장 인상적인 활동은 런던 올림픽 폐막식 공연이었다. 여기서 비디 아이는 오아시스 시절의 대표곡 ‘Wonderwall’을 선보였는데, 공연과 편곡 모두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공연을 관람한 노엘도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을 만큼 말이다. 이후 비디 아이는 본격적으로 새 앨범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 Sony Music

새 프로듀서와 함께한 놀랍고 환상적인 앨범, [Be]
“비디 아이 2집은 오아시스가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다음으로 만들었어야 했을 앨범이야.” - 리암 갤러거

2012년 11월, 밴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두 번째 앨범의 레코딩 소식을 전했다. 특히 놀라웠던 것은 예 예 예스(Yeah Yeah Yeahs), 포올스(Foals) 등 인디 밴드 프로듀서로 명성을 떨친 티비 온 더 라디오(TV On The Radio) 출신의 데이브 시텍(Dave Sitek)을 프로듀서로 영입한 것인데, 데이브는 데모를 듣고 바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제프 우튼(Jeff Wootton)의 뒤를 이어 새 베이시스트로 카사비안(Kasabian)의 기타리스트 제이 멜러(Jay Mehler)가 밴드에 합류했다.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제이 멜러는 투어 멤버가 아닌 정식 멤버일 가능성이 크다.


리암이 원한 2집 타이틀은 'Universal Gleam'이었다. 하지만 밴드와 레이블의 반대로 2집 타이틀은 「Be」가 되었고, 리암도 이 타이틀을 만족스러워했다. 한편 많은 변화를 예고한 새 앨범에 대해 밴드 멤버들과 프로듀서, 매니저 등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매우 놀랍고 환상적”이라고 평했으며, 리암은 평소 별로 좋아하지 않던 ‘실험적’이란 표현까지 덧붙이며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2집 앨범은 2013년 4월 캘리포니아 라디오방송국 KCRW에서 공개한 신곡 ‘Flick Of The Finger’로 베일을 벗었다. 1960년대 벨벳 언더그라운드(Velvet Underground) 같은 리듬과 브라스 섹션이 어우러진 이 웅장하고 화려한 곡은 일찌감치 공연의 오프닝으로 낙점되었다. 곡 말미에 프랑스 혁명가 장 폴 마라(Jean Paul Marat)의 명언을 인용한 ‘Flick Of The Finger’는 록의 반항 정신이 담긴 위풍당당한 곡으로 청자를 압도하기에 충분하며, 클래쉬 매거진은 이 곡이 블루칼라(Blue Collar) 로큰롤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공식적인 첫 싱글 ‘Second Bite Of The Apple’은 디지털로 공개됐다. 이 곡은 프로듀서 데이브의 역량이 발휘된 매혹적인 글램 소울 넘버로 이국적인 퍼커션과 몽롱하면서도 열광적인 사운드가 찬연히 빛나며, 싸이키델릭의 환상까지 경험할 수 있다. 리암이 낮은 톤으로 노래하는 ‘Soul Love’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오아시스의 ‘To Be Where There's Life’처럼 어느 순간 무의식적으로 멜로디를 흥얼거리게 되는, 음울하면서도 신비한 곡이다. 데뷔작의 톱 트랙 ‘Four Letter Word’보다 더 맹렬하게 질주하는 ‘Face The Crowd’는 생기 넘치는 리프를 앞세운 폭발적인 로큰롤이다. 리암이 “엑스터시에 취한 비틀즈(The Beatles) 노래 같다”고 언급한 ‘Iz Rite’는 사랑스러운 멜로디와 화사한 코러스를 앞세운, 한결 부드러워진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이 드는 곡이다. 또한 유독 공연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Bring The Light’를 능가할 기세인 ‘I’m Just Saying’도 오아시스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환영할만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Roll With It’이나 ‘Morning Glory’처럼 객석을 흔들어 놓을 것이다.

앤디 벨(Andy Bell)이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한 ‘Soon Come Tomorrow’는 조금은 몽환적이고 담담한 발라드로 블루지한 솔로가 인상적이다. 신서사이저와 시타르가 가미된 ‘Don’t Brother Me’는 모두의 짐작처럼 형제(특히 노엘)에 관한 곡이다. 비록 인터뷰에서는 “두 형 모두 멍청한 놈들”이라고 얘기했지만, 리암은 형제의 애증을 이 영롱한 곡에 축약했다. 데뷔작에서 ‘Beatles And Stones’로 애정을 과시한 밴드는 이번 앨범에서 아예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노래와 제목이 같은 ‘Shine A Light’을 선보인다. 1960년대 스타일의 리프와 영롱한 피아노, 특이한 전자음이 묘하게 믹스된 새로운 개념의 싸이키델릭 넘버다. 겜 아처(Gem Archer)가 “경이로운 사운드”라고 극찬한 어쿠스틱 발라드 ‘Ballroom Figured’는 프로듀서 데이브의 손길을 거쳐 완전히 다른 곡이 되었다. 데이브는 처음 녹음된 밴드 버전의 다양한 요소들을 과감히 제거하며 특유의 ‘소리의 마법’을 선보인다. 의도적으로 닐 영(Neil Young) 같은 사운드를 만들어낸 ‘Start Anew’는 감동적인 서사시로 리암이 최상의 보컬을 들려준다.

한편 아직 음원으로는 공개되지 않은 딜럭스 에디션 보너스 트랙도 매우 인상적이다. 노골적으로 비틀즈 사운드를 계승한 ‘The World’s Not Set In Stone’, 애상적인 분위기의 어쿠스틱 발라드 ‘Back After The Break’, 데뷔작의 ‘The Morning Son’을 연상시키는 어쿠스틱 넘버 ‘Off At The Next Exit’ 모두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다. 일본반 보너스 트랙으로 실린 ‘Girls In Uniform’은 ‘Millionaire’가 생각나는 어쿠스틱 튠이며 무난한 비사이드 트랙 같은 ‘Evil Eye’는 미드 템포의 정제된 곡이다.

비디 아이의 2집 [Be]는 현재 영국 차트 2위로 데뷔한 상태다. 그리고 (신인 밴드였다면 더 높은 점수를 줬을 게 분명한) 평단도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악감정을 드러낸 인터넷 악플 수준의 칼럼과 함께 0점을 준 한심한 매체도 하나 있지만, 그건 가볍게 무시해도 좋다. 리암 갤러거의 매력적인 보컬과 멤버들의 작곡 능력, 그리고 데이브의 마법 같은 프로듀싱이 더해진 신작은 데뷔작의 음악적 성과를 가뿐히 뛰어넘는다. 굉장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신곡들은 예전만큼 강렬하진 않지만 각각의 색깔이 뚜렷하다. 하나의 독립된 밴드로서 존재가치를 증명한 비디 아이는 두 번째 앨범으로 ‘노엘 갤러거 없는 오아시스’라는 수식어를 완전히 지워버린다. 오아시스 재결성과 별개로 비디 아이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아주 멋진 앨범이다.


참고 앨범

1집 -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 (2011)
리암 갤러거가 “오아시스의 [Definitely Maybe]만큼 좋거나 혹은 능가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낸 데뷔작이다. 밴드는 앨범 발매에 앞서 단조로운 로큰롤 넘버 ‘Bring The Light’을 무료 다운로드로 공개했는데,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인 팬들은 공연장에서 이 곡의 진가를 확인했다. 정제되지 않은 톱 트랙 ‘Four Letter Word'는 오아시스의 ‘The Hindu Times'나 ’Rock 'N' Roll Star' 같은 짜릿한 로큰롤로 더 자유분방하다. 오아시스 시절에 만든 데뷔 싱글 ‘The Roller’는 비틀즈의 ‘All You Need Is Love’와 존 레논의 ‘Instant Karma’, ‘Nobody Told Me’의 느낌을 오묘하게 섞은 근사한 곡으로 가장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를 향한 노골적인 애정공세를 펼친 ‘Beatles And Stones’는 시대를 역행한 고전적인 로큰롤이다. 슬라이드 기타가 인상적인 ’Wind Up Dream‘은 1960년대 말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가 결합된 것 같은 사운드다. 제법 요란한 글램 록을 선보인 ’Standing On The Edge Of Noise‘는 비디 아이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거친 사운드를 맛볼 수 있다.

물론 데뷔작이 요란한 로큰롤만 넘치는 것은 아니다. 싱글로 발매된 ‘Millionaire’는 강렬하지 않지만 흥겹다. 귀여운 비트는 사랑스럽고 약간 옹알거리는 듯한 리암의 다정한 목소리는 뜻밖이다. 예쁘고 다정한 멜로디에 경쾌한 비트를 실은 ‘For Anyone’은 오아시스 시절 리암이 작곡한 ‘Songbird'를 연상시킨다. 은은하게 깔린 멜로트론이 아름다운 ’The Beat Goes On‘은 달콤한 팝송이다. 몽환적인 ‘Wigwam’은 6분대의 긴 곡으로 비틀즈의 ‘Baby You're A Rich Man'을 연상시키며, 리암의 작품 중 가장 좋은 흐름을 지닌 곡이다. 엔딩 트랙 ’The Morning Son‘은 리암의 사색적인 발라드로 훌륭한 구성과 클라이맥스를 자랑한다. 영국에서 3위에 오르며 20만장 이상 판매된 [Different Gear, Still Speeding]은 계산되지 않은 순수한 로큰롤 앨범이다.

싸이월드 뮤직 2013년 6월 18일 이주의 앨범 원고 [ 기사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