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간결하고 세련된 팝 레코드, 뱀파이어 위켄드의 'Modern Vampires Of The City'


01 Obvious Bicycle 
02 Unbelievers 
03 Step 
04 Diane Young 
05 Don't Lie 
06 Hannah Hunt
07 Everlasting Arms 
08 Finger Back 
09 Worship You 
10 Ya Hey 
11 Hudson 
12 Young Lion 

두 장의 앨범으로 세계를 흔든 영민한 밴드
미국 동부의 8개 명문 사립대학을 총칭하는 ‘아이비 리그(Ivy League)’ 중 컬럼비아 대학교 출신의 청년들이 2006년 결성한 뱀파이어 위켄드(Vampire Weekend)는 단 두 장의 앨범으로 세계를 흔드는 밴드가 되었다. 아프로비트와 펑크, 팝이 미묘하게 결합된 개성 넘치는 사운드에 지적인 노랫말을 더한 이 영민한 4인조 밴드는 여러 레이블과 평단, 대중은 물론 동료 뮤지션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사실 뱀파이어 위켄드는 평범한 직장인 밴드로 남을 수도 있었다. 대학 졸업 후 보컬리스트 에즈라 코에닉(Ezra Koenig)은 중학교 영어 교사가 되었으며, 드러머 크리스 톰슨(Chris Tomson)은 음악과 연관된 직업을 가졌지만 연주자가 아닌 아키비스트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멀쩡한 직업을 가진 엘리트 청년들이 하루아침에 록 스타가 되는 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 같았다. 그런데, 영화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2007년 초 자체 제작한 셀프 타이틀 EP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뜻밖의 큰 반응을 얻은 것. 이를 계기로 뱀파이어 위켄드는 XL 레코딩과 계약을 체결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공연을 펼친다. 그리고 11월에는 신즈(The Shins)와 합동 공연도 갖는다. 또한 에즈라가 인도 여행 중에 영감을 얻어 완성한 ‘Cape Cod Kwassa Kwassa’는 롤링 스톤이 선정한 ‘2007년 베스트 송’ 100선 중 67위에 랭크된다.

XL 레코딩과 계약 이후 뱀파이어 위켄드는 차분하게 데뷔를 준비했다. 이미 확고한 음악 세계를 구축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감이 넘쳤고, 대중의 취향이나 유행을 의식할 필요 또한 없었다. 이국적인 아프로 팝에서 몇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얻은 밴드는 유쾌한 기운이 느껴지는 기발한 음악들을 만들었다. 그렇게 완성된 데뷔작 [Vampire Weekend]는 2008년 1월에 발매되어 미국 17위, 영국 15위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롤링스톤, 피치포크, NME가 선정한 ‘2008년 베스트 앨범’ 톱 10에 오르는 등 평단의 극찬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엠지엠티(MGMT)의 [Oracular Spectacular]와 함께 인디 록을 대표하는 데뷔작으로 남게 됐다. 또한 코첼라, 보나루, 글래스톤베리, 레딩 등 굵직한 페스티벌에도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게 되었다.

눈부신 성과를 거둔 데뷔작으로 인해 대중과 평단의 기대치는 훨씬 높아졌다. 당시 투어와 창작을 병행하던 멤버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독창적인 사운드’에 집념을 보인 멤버들은 자신감 있는 태도로 일관했다. 마치 굉장한 앨범을 예고하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2010년 1월에 공개된 2집 [Contra]는 굉장했다. 미국 1위, 영국 3위라는 성적도 대단했지만 데뷔작을 넘어선 음악적 성과는 더 놀라웠다. 특유의 미니멀한 구성에 신스팝, 스카, 레이브 등 새로운 장르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영역을 확장했고, 리듬 섹션은 견고해졌다. 또한 앨범 [Contra]는 여러 매체들이 선정한 ‘2010년 베스트 앨범’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으며, 그래미 어워드 ‘베스트 얼터너티브 뮤직 앨범’ 부문에 노미네이트된다. 그리고 ‘2010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 팬들과 첫 만남을 갖는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Modern Vampires Of The City]
2011년부터 준비한 3집 앨범 작업은 예정보다 길어져 2012년을 넘기게 되었고, 뱀파이어 위켄드는 2013년 1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신작 타이틀 이니셜과 발매일을 공개했다. 뉴욕이 아닌 로스앤젤레스에서 처음 녹음된 이 앨범의 또 다른 변화는 프로듀서에서 찾을 수 있다. 앞선 두 장의 앨범은 밴드 멤버인 로스탐 바트망글리(Rostam Batmanglij)가 프로듀싱을 전담했지만, 이번 앨범에는 어셔(Usher), 위 아 싸이언티스츠(We Are Scientists), 플레인 화이트 티즈(Plain White T's) 등과 작업한 에이리얼 레잇셰이드(Ariel Rechtshaid)가 외부 프로듀서로 기용되어 로스탐과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에즈라는 Q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신작의 사운드가 어둡고 유기적”이라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신곡 ‘Diane Young’과 ‘Step’은 더블 싱글 형태로 3월 18일에 공개됐다. 버디 홀리(Buddy Holly), 엘비스 코스텔로(Elvis Costello) 풍의 로커빌리를 현대적으로 재정비한 ‘Diane Young’은 다층적 구조의 사운드를 선보이며, ‘Diane Young’과 상반된 분위기의 느긋하고 아름다운 발라드 ‘Step’은 하프시코드의 청명한 소리가 인상적이다. 또한 뱀파이어 위켄드의 실험성이 발휘된 후속 싱글 ‘Ya Hey’는 고풍스러운 바로크 팝을 지향하는 곡으로 점점 아득해지는 후반부의 코러스가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1960년대 풍의 코러스를 선보이는 톱 트랙 ‘Obvious Bicycle’은 경쾌한 팝송이다. 곡 전개는 차분하면서 부드럽지만, 노랫말은 어두워진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오래된 팝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사운드와 결합한 것으로, 주제는 다소 무겁지만 밝은 팝과 로큰롤을 지향하며 템포를 높인 ‘Unbelievers’,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익숙한 멜로디와 스트링 편곡으로 풍성함을 더한 ‘Don't Lie’, 아프로비트와 키보드를 적절하게 활용한 ‘Everlasting Arms’, 경쾌한 비트와 유쾌한 멜로디를 앞세워 청자를 흔드는 ‘Finger Back’, 빠른 전개와 동양적인 선율, 그리고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의 신비함이 어우러진 ‘Worship You’ 등이 대표적이다. 

미니멀리즘을 앞세운 ‘Hannah Hunt’는 섬세한 피아노 반주가 아름답다. 밸런스 또한 완벽하다. 그간 발표한 곡 중 분위기가 가장 어두운 ‘Hudson’에서는 불길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주술적인 보컬과 음산한 코러스, 긴장감이 감도는 리듬 파트가 묘한 앙상블을 이루는 매혹적인 영화 같은 곡이다. 클래시컬한 피아노가 흐르는 짤막한 엔딩 트랙 ‘Young Lion’은 부드러운 하모니와 함께 평화로운 결말을 선사한다.

삶과 죽음, 종교, 현실 등 제법 무거운 주제를 다룬 앨범 [Modern Vampires Of The City]의 분위기는 확실히 과거보다 기괴하고 혼란스럽다. 새로운 소리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이어간 뱀파이어 위켄드는 이처럼 친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을 연출해낸다.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특유의 팝적 센스와 영민함, 그리고 신선함은 여전히 유효하니까. 참고로 뱀파이어 위켄드는 ‘2013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출연이 확정된 상태다. 기대해도 좋다. 

반드시 들어봐야 할 뱀파이어 위켄드 노래 베스트 5 (2007~2012)

Oxford Comma [Vampire Weekend]
상큼한 매력을 과시하는 밝고 대중적인 곡으로 아프로비트 영향권에서 벗어나 오히려 더 눈에 띈다. 더 고 비트윈스(The Go-Betweens) 출신의 대선배 로버트 포스터(Robert Forster)에게서 “지난 5년간 나온 노래 중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던 곡.

A-Punk [Vampire Weekend]
경쾌한 템포와 수려한 멜로디가 영리하게 배합된 곡이다. ‘기타 히어로’ 등 비디오 게임에도 등장한 이 곡은 롤링 스톤이 선정한 ‘2008년 베스트 송’ 100선 중 4위에 랭크됐다.

Walcott [Vampire Weekend]
뱀파이어 위켄드 음악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인 ‘소리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화려한 곡이다. 참고로 최근 공연에서는 마지막 곡으로 연주되고 있다.

Cousins [Contra]
멕시코 시티에서 녹음한 빠르고 헤비한 곡으로 리듬 섹션이 돋보인다. 2012년 공연부터 오프닝으로 연주되고 있으며, 영국 인디 차트에서 3위를 기록했다.

Giving Up The Gun [Contra]
뱀파이어 위켄드의 진화를 엿볼 수 있는 곡으로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집요한 소리의 탐구가 돋보인다. 많은 연주자들과 배킹 보컬이 동원된 곡. 


싸이월드 뮤직 2013년 5월 15일 이주의 앨범 원고 [ 원문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