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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해체 위기를 이겨내고 만든 야심작, 파라모어의 'Paramore'

01 Fast In My Car 
02 Now  Paramore
03 Grow Up 
04 Daydreaming 
05 Interlude: Moving On 
06 Ain't It Fun 
07 Part II 
08 Last Hope 
09 Still Into You 
10 Anklebiters 
11 Interlude: Holiday 
12 Proof 
13 Hate To See Your Heart Break 
14 Crazy Girls (One Of Those) 
15 Interlude: I'm Not Angry Anymore 
16 Be Alone 
17 Future 

벌써 4~5년 전이라 정확한 타이틀은 잘 모르겠지만, 2장짜리 해외 컴필레이션 앨범이었다는 게 기억난다. 나는 그때 ‘Misery Business’를 처음 듣고 파라모어(Paramore)를 알게 되었다. 지금도 밴드 대표작으로 언급되는 그 곡은 가볍고 경쾌하면서도 단조롭지 않아 더 매력적이었다. 2집 [Riot!](2007)은 차트에서도 선전한 ‘Misery Business’에 이어 ‘Crushcrushcrush’, ‘That's What You Get’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며 미국에서만 150만장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특히 놀라웠던 것은 그 당시 보컬리스트 헤일리 윌리엄스(Hayley Williams)의 나이가 겨우 19세였다는 사실이다. 어린 나이 때문에 ‘소녀 록커’ 이미지를 얻은 헤일리는 음악 스타일이 다른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과 비교되기도 했다. (참고로 헤일리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와 절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앨범 [Riot!]으로 자국에서 성공을 맛본 파라모어는 결성 4년 만인 2008년, 그래미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같은 해 영화 ‘트와일라잇(Twilight)’ 사운드트랙에 실린 ‘Decode’의 히트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3집 [Brand New Eyes]를 발표한 2009년 밴드는 전성기를 맞았다. [Brand New Eyes]는 미국 앨범차트 2위, 영국을 포함한 5개국 앨범차트 1위에 오르며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파라모어 앨범이 됐다. 예전보다 더 강렬한 느낌의 싱글 ‘Ignorance’, ‘Brick By Boring Brick’도 훌륭했지만, 여유와 성숙함을 드러낸 어쿠스틱 발라드 ‘The Only Exception’은 파라모어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해체 위기를 이겨내고 만든 야심작 [Paramore]
연이은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던 파라모어는 2010년 창단 멤버인 조쉬 패로(Josh Farro)와 잭 패로(Zac Farro) 형제의 탈퇴로 큰 위기를 맞았다. 이후 밴드 해체와 헤일리의 솔로 데뷔가 조심스레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밴드는 3인조로 재편되어 ‘트랜스포머 3(Transformers: Dark Of The Moon)’ 사운드트랙에 실린 'Monster'를 2011년 발표하며 건재를 알렸다. 그리고 2012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신작을 준비하면서 에어(Air), 벡(Beck),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 토리 에이모스(Tori Amos) 등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한 베이시스트 저스틴 멜달 욘센(Justin Meldal Johnsen)을 프로듀서로 영입해 변화를 예고했다.

2012년 12월 6일, 셀프 타이틀 앨범 발매 소식을 전한 파라모어는 첫 싱글 ‘Now’를 올해 1월에 공개했다. 과거 못지않게 강렬하고 더 광범위한 사운드를 과시한 이 곡은 영국 록 차트 2위에 오르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3월 14일에 공개된 두 번째 싱글 ‘Still Into You’는 고티에(Gotye) 같은 느낌의 파워 팝으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이 곡 역시 영국 록 차트 2위에 오르며 신작의 기대감을 높였다.

앨범의 스케일은 커졌고, 음악은 다양해졌다. 총 17곡이 실린 파라모어의 4집 [Paramore]는 60분을 훌쩍 넘긴다. 빠르게 전개되는 리프와 웅장한 드럼을 앞세워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는 톱 트랙 ‘Fast In My Car’, 풍성한 리프와 멜로디에 신서사이저를 살짝 더한 ‘Grow Up’에서 우쿨렐레와 함께 잠시 숨을 고르는 1분대의 소품 ‘Interlude: Moving On’으로 도달하기까지의 초반 흐름은 굉장히 매끄럽다. 미국드라마 글리(Glee)와 어울릴 것 같은 합창곡 ‘Ain't It Fun’은 1990년대 팝의 감성이 충만하며, 1950~60년대 팝을 앙증맞게 재현한 듯한 ‘(One Of Those) Crazy Girls’도 사랑스럽다. 스트록스(The Strokes) 같은 날카로운 리프와 긴박한 템포로 2분간 질주하는 로큰롤 ‘Anklebiters’, 댄서블한 록 넘버로 특히 공연장에서 좋은 반응이 예상되는 ‘Proof’, 특유의 유연한 템포 조절이 돋보이는 정제된 펑크 팝 ‘Be Alone’ 등은 지난날의 시련도 말끔하게 청산할 것으로 보인다.


감미로운 발라드로 컨트리 팝 느낌이 더해진 ‘Hate To See Your Heart Break’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헤일리는 이제 겨우 스물 다섯이지만) 밴드의 성장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엔딩 트랙 ‘Future’는 7분 50초의 대곡으로 도전적이며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인다. 이 곡은 특히 디스토션 걸린 기타와 거친 드럼이 흐름을 주도하는 중후반부가 압권이다. 해체 위기를 이겨내고 만든 야심작 [Paramore]는 ‘불길한 예감’과 ‘낮은 기대치’를 완벽하게 뒤엎는 파라모어 최고의 작품이다. 아울러 ‘올해의 앨범 리스트’에 포함될 자격 또한 충분하다.

싸이월드 뮤직 4월 15일 이주의 앨범 원고 [ 링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