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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r-end

화이트퀸의 2012년 해외 베스트 앨범 30

음악 평론가들은 연말마다 여러 매체에서 실시하는 연말 결산에 참여한다. 팝을 소개하는 매체는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틀어도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적은 게 현실이지만, 좋은 음악을 소개하는 즐거움까지 적어진 것은 아니다. 그 즐거움에 동참하는 나는 연말 결산을 위해 연초부터 꾸준히 리스트를 업데이트했던 엑셀 파일을 열어보고, 구입한 음반들을 책상 한구석에 쌓아둔다. 그리고 해외 음악지들의 연말 결산도 살펴본다. 빼먹은 앨범과 노래는 없는지, 순위 산정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를 다시 꼼꼼하게 살펴보고 올해의 베스트를 완성한다. 그렇게 완성된 결과를 넘긴 뒤에는 늘 아쉬움이 생기지만 마음은 홀가분하다.

2012년 팝 음악계는 ‘노장 아티스트들의 깊이가 돋보였던 해’라는 문장으로 정리하고 싶다.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패티 스미스(Patti Smith), 밥 딜런(Bob Dylan), 닐 영(Neil Young), 그리고 밴 모리슨(Van Morrison)까지 60~70대 노장들의 신작은 훌륭함을 넘어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데뷔 50주년을 맞은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는 20년만의 신작을 선보였고,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는 50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 발표와 함께 투어를 시작했다. 반면에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 미카(Mika), 뮤즈(Muse) 등 국내에서도 높은 판매량이 예상됐던 아티스트들은 뜻밖의 부진을 겪었고, 2011년 최고 히트작인 아델(Adele)의 「21」처럼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도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하나의 수치일 뿐, 2012년 팝 음악계는 부진을 거듭한 음반 시장처럼 절망적이지는 않았다.


레너드 코헨 ⓒSony Music

아무튼, 이런저런 이유로 블로그에는 아주 늦게 2012년 결산을 올리게 되었다. 1분기라는 시간은 순위를 조금씩 바꿔놓았고, 리스트를 늘려놓았다. 여기에 올라온 앨범들은 모두 시디를 샀으니, 나중에 단체 사진이라도 찍어줘야겠구나.

2012년 해외 베스트 앨범 Top 30


1. Leonard Cohen - Old Ideas
올해 1월에 발매된 「Old Ideas」는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이 8년 만에 발표한 신작으로 연초부터 ‘올해의 앨범 리스트’를 업데이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리스트의 가장 높은 자리를 지켰다. 누구나 좋아할만한 음악은 여전히 아니었지만 상업적 성과도 눈부셔 10개국 음반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팔순을 앞둔 나이에 음악의 소중함을 깨달은 노년의 시인은 깊은 사색에 잠긴다. 삶의 기억들을 어루만지고, 더 낮아진 목소리로 속삭인다. 지금은 음악 하나에만 집중하기 힘든 시대지만, 오프닝 트랙 <Going Home>이 흐르는 순간부터 40분간 모든 걸 내려놓게 된다. 이걸 아름답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밤이 깊고 고독할수록 좋은 것은 분명하다. 세상의 소음을 잠시 차단하고 아무 말 없이 이 앨범을 듣는 건 일종의 명상이며, 느긋한 휴식이다. 시에 가까운 음악. 순식간에 흡수할 수 없는, 서서히 음미하는 음악이 뭔지를 노장 아티스트 레너드 코헨이 제대로 보여준다.


2. Bob Dylan - Tempest
앨범 발매를 앞두고 음악지 롤링 스톤과 모조,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언컷은 극찬과 함께 만점을 안겼다. 그러나 개인적인 기대감은 그렇게까지 높지 않아서 ‘지나친 예우’ 혹은 ‘성급한 판단’을 의심했는데, 그 의심은 앨범을 듣자마자 풀렸다. 강한 연주와 날카로운 보컬이 없는데도 이 앨범은 압도적이고, 박수를 치진 않더라도 고개를 숙이게 된다.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덤덤하면서도 조금은 어둡고, 스토리는 한층 다양해졌다. 고전적이고 희극적인 첫 싱글 <Duquesne Whistle>, 딜런식 블랙 코미디가 담긴 블루스 넘버 <Early Roman Kings>, 사랑을 잃은 한 남자의 끔찍한 이야기를 담아낸 잔혹한 발라드 <Tin Angel>, ‘타이타닉’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서사시이며 14분에 달하는 타이틀곡인 <Tempest> 등은 여전히 불가사의한 ‘딜런 매직’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무심한 듯 고집스럽고 독창적인 밥 딜런의 음악과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앨범이다.


3. Fiona Apple - The Idler Wheel...
이 앨범을 다 듣고 피오나 애플을 잊고 지낸 지난 몇년을 부끄러워하게 되었다.


4. Sigur Ros - Valtari
다수의 곡들이 2008년 이전에 만들어졌지만, 좋은 앨범으로 뚝딱 완성되지는 않았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나온 앨범 「Valtari」의 흐름은 매우 느리고 정적이며, 조금은 어둡고 관조적이다. 아득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첫 싱글 <Ekki Mukk>는 충분한 설명이 된다. <Varud>는 특유의 장엄한 클라이맥스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고, 타이틀곡 <Valtari>는 8분을 넘기는 긴 연주곡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수도 있지만, 「Valtari」는 시우르 로스 역사상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기록이다. 아름다운 풍경을 말없이 바라보듯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조용히 몰입할 수 있어 행복한, 우리가 원하고 기다렸던 시우르 로스의 음악이다. 


5. Patti Smith - Banga
「Banga」는 커버곡으로 구성된 「Twelve」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패티 스미스의 신작이다. 앨범 녹음은 2011년부터 시작했고, 다양한 경험들을 토대로 가사를 썼다. 디지털로 먼저 공개한 첫 싱글 <April Fool>은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하고, 1980년대 느낌도 있었다. 예사롭지 않은 신작이라는 느낌이 왔고, 그 느낌은 적중했다. 10분을 훌쩍 넘기는 즉흥적인 싸이키델릭 명상곡 <Constantine's Dream>은 시계를 1960년대로 돌려놓으며, R&B 느낌이 있는 감성적인 발라드 <Maria>는 2011년 세상을 떠난 프랑스 여배우 마리아 슈나이더(Maria Schneider)를 생각하며 만든 곡이다. 어느덧 60대 중반이 된 패티 스미스가 들려주는 원숙한 록은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고, 섹시하다. 영국 BBC의 한 평론가는 데뷔작 「Horses」 이후 발매된 앨범 중 최고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 앨범은 한국에서 라이선스 발매도 되지 못했지만, 패티 스미스는 다가오는 2월 2일에 첫 단독 내한공연을 펼친다. 앨범의 완성도를 생각하면 더더욱 놓칠 수 없다.


6. Jack White - Blunderbuss
잭 화이트의 첫 솔로 앨범은 매우 솔직하면서도 복잡하다. 그의 우상인 밥 딜런(Bob Dylan)이 이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앨범 「Blood On The Tracks」(1975)처럼 말이다. 6년간의 결혼 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잭은 ‘무너진 관계’에 대한 몇몇의 노래를 만들었고, ‘헤어진 그녀’인 카렌 엘슨(Karen Elson)은 백 보컬로 참여했다. 잭은 이처럼 아이러니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대중에게 개인사를 공개하지만, 정작 음악에는 복잡한 트릭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간 여러 밴드에서 꾸준히 추구해온 ‘블루스에 기반을 둔 21세기 로큰롤’이 더욱 세심해지고, 명료해졌을 뿐이다. 퉁명스러운 리프에 화려한 심벌즈와 피아노가 어우러진 컨트리 소울 <Missing Pieces>, 화이트 스트라이프(The White Stripes) 시절보다 더 명쾌한 리프를 선사하는 <Sixteen Saltines>만으로도 충분한데, 「Blunderbuss」는 그 묘한 매력을 끝까지 유지한다. 방심하고 있다가 ‘잭의 치밀한 한수’에 꼼짝없이 당한 기분. 그만큼 ‘낮았던 기대치’가 새삼 부끄럽다. 


7. Van Morrison - Born To Sing: No Plan B
이 앨범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재즈의 둥지에 분노를 은폐했다”고 평한 매체가 있다. 흐름은 느긋하고 멜로디는 따뜻하지만, 금융위기로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에 대한 시선은 날카롭기 때문이다. 로맨틱하게 들리는 ‘Open The Door (To Your Heart)’는 탐욕과 물질주의를 비판하며, 블루스 록 사운드에 “당신은 엘리트에 의해 지배되는 자본주의 체제의 노예”라는 노랫말을 더한 엔딩 트랙 ‘Educating Archie’도 날카롭다. 밴 모리슨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고집이 여전한 것 같아서 반갑다. 완만한 흐름을 보이는 이 60분짜리 앨범은 지나치게 무겁지도, 불편하지도 않다. 밴 모리슨이 낯선 사람들도 어렵다는 선입견 정도는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8. The Beach Boys - That's Why God Made The Radio
이 앨범은 서프 뮤직을 주로 선보인 전성기만큼 여름 분위기가 넘치는 건 아니다. 물론 비치 보이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음악들을 시도했던 그룹이다. 핵심 멤버인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은 전성기 때 이미 서프 뮤직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으니까. 음악적으로 보면 1960년대보다 1970년대에 더 가깝다. 다양한 장르들이 매끄럽게, 그리고 아름답게 섞여있다.


9. The Smashing Pumpkins - Oceania
사실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는데, 예상을 훨씬 웃도는 완성도다. 쉽게 얘기하자면, 독재자 빌리 코건을 스매싱 펌킨스로 인정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그의 외모와 몸매에서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만 콧소리 심한 보컬과 카리스마는 여전하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변화는 예전처럼 신경질적이지 않은 사운드다. 이건 약간의 적응이 필요하겠지만, 매우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소 미지근했던 지난 재결성을 만회할만한, 성공적인 리부트다.


10. Air - Le Voyage Dans La Lune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elies) 감독의 영화 '달세계 여행'은 무려 110년 전에 만들어진 16분짜리 흑백 무성영화다. 최초의 공상과학 영화로 불리는 이 작품은 뛰어난 테크닉과 대담한 시도로 영화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유실됐던 영화의 컬러 필름은 1993년에 발견되었고, 복원 작업을 거쳐 새롭게 완성된 영화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에어(Air)가 맡게 되었다. 사실 2010년대에 1902년 영화와 어울리는 음악을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한 도전이었다. 실패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무엇보다 3년 만에 발표한 에어의 신작이 아닌, 110년 만에 제작된 사운드트랙 느낌이 훨씬 강했다. 많은 에너지와 예술적 영감을 제공한 영화가 없었다면, 이런 음악은 절대로 완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앨범은 1970년대 같은 아날로그 사운드를 지향하며, 영화처럼 유머와 낭만이 가득하면서도 현실성은 떨어지는 에어의 특성이 잘 살아있다. 에어를 평범한 일렉트로니카 듀오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소리로 설명하는, 낯선 풍경처럼 묘한 매력이 느껴지는 앨범이다.


11. Van Halen - A Different Kind Of Truth
원년 보컬 데이빗 리 로스(David Lee Roth)가 합류한 밴 헤일런(Van Halen)이 마침내 돌아왔다. 「A Different Kind Of Truth」는 무려 14년만의 신작이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2000년대 중반에 컴백했겠지만, 에디의 건강과 여러 문제가 얽혀 모든 작업이 늦어졌다. 디지털로 첫 싱글 <Tattoo>가 공개됐을 때,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다. 아주 매력적인 느낌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어 발매된 앨범을 듣고 안심했다. <Tattoo>는 그저 평범한 싱글일 뿐, 두 번째 싱글 <She's The Woman>은 전형적인 밴 헤일런 사운드를 선사하며, 빠르고 강하게 질주하는 <China Town>, <Bullethead>, <As Is>가 기존 팬들을 흡족하게 만든다. 대곡 지향적이지 않고 간결한, 1980년대 느낌의 순수한 록 사운드를 지향하고 있어 반가움은 더 크다. 발라드는 없고, 거의 모든 곡이 활기차다. 데이빗 리 로스의 컴백, 그리고 밴 헤일런의 완벽한 부활이다.


12. Kendrick Lamar - Good Kid, m.A.A.d City
많은 사람들이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의 「Channel Orange」를 올해의 데뷔작으로 선택하고 있지만, 나는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의 메이저 데뷔작 「Good Kid, m.A.A.d City」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뛰어난 응집력을 과시하는 이 앨범은 강한 후크 대신 전반적인 분위기와 정교한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두고 있다. 힙합 매거진 XXL은 “켄드릭의 세심함이 엿보이는 짜임새 있는 앨범”이라고 극찬하며 만점을 안겼다. 폴라로이드 사진을 스캔한 것 같은 앨범 커버에는 그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고, 빈민가에서 성장하며 겪은 가혹한 현실이 반영된 노랫말은 대부분 사실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마디로 픽션은 없는, 메이저에 입성한 힙합 아티스트의 미니 자서전이라 해도 좋을 꾸밈없는 앨범이다. 독특한 구성력과 절제된 사운드, 그리고 깊은 여운이 남는 ‘2010년대 힙합 클래식’의 탄생이다. 


13. Muse - The 2nd Law
아이디어와 의욕이 넘쳤던 뮤즈는 새로운 것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The 2nd Law」를 완성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주제곡으로 선정된 <Survival>은 합창단의 가세로 서사적인 특징이 강조되었고, 1970년대 퀸(Queen) 같은 오페라 스타일도 가미했다. 첫 공식 싱글 <Madness>는 미니멀한 신스팝을 지향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변화의 폭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록과 일렉트로닉, 블랙뮤직,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를 나열하고 조합하는 구성력은 독보적인 수준이다. 「The 2nd Law」는 꾸준히 음악을 만들어온 밴드, 꾸준히 음악을 들어온 팬들에게 최적화된 결과물이며, 뮤즈의 앞날을 기대하게 만드는 ‘정말 신선한’ 앨범이다.


14. Frank Ocean - Channel Orange
상대적으로 낮은 순위는 내 취향일뿐, 아주 멋진 데뷔작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15. Tame Impala - Lonerism
호주 출신의 4인조 록 밴드 테임 임팔라(Tame Impala)의 2집 「Lonerism」을 들으며 엠지엠티(MGMT)에 열광했던 2년 전을 떠올렸다. 유별나게 사랑스럽고, 황홀하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테임 임팔라는 「Lonerism」을 통해 엠지엠티보다 더 노골적으로 1960~70년대 사이키델릭 사운드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낸다. 따라서 굉장히 낡은 느낌을 상상하게 되지만, 사운드는 뜻밖에도 현대적이다. 일부 팬들이 ‘신종 마약’이라 칭할 만큼 중독성도 강하다. 특히 이펙트를 적절히 활용해 신비한 느낌을 극대화한 보컬은 현대판 사이키델릭 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16. Jessie Ware - Devotion
모던 알앤비와 클래식 소울의 우아한 결합이 돋보인, 신인 같지 않은 신인의 깊고 여유로운 데뷔작.


17. Green Day - iDOS!
펑크 팝과 개러지 록이 공존하는 멋진 앨범.


18. Jason Mraz - Love Is A Four Letter Word
특유의 낙관적인 세계관과 친환경적 성향이 잘 반영된 사랑 앨범이며, 제이슨 므라즈 최고의 앨범이다.


19. Anathema - Weather Systems
영국 리버풀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아나테마(Anathema)의 아홉 번째 정규 앨범 「Weather Systems」는 전작 「We're Here Because We're Here」의 음악적 성과를 잇는 정교하고 시적인 앨범이다. 진중한 사운드에 팝적인 느낌이 더해졌지만 가볍지 않고, 수작업을 고집하는 장인처럼 자부심을 갖고 음악에 집중한 흔적이 엿보인다. 앨범은 영국 차트 50위에 1주간 머무른 게 전부일만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 20년간 묵묵히 아나테마를 지지해온 팬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런 앨범이 한국에서 정식 발매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환율을 살펴보며 해외 음반 쇼핑몰을 허우적거린다.  


20. Passion Pit - Gossamer
마이클 엥겔라콥스(Michael Angelakos)에 의해 결성된 패션 피트(Passion Pit)는 쉽게 기억되는 멜로디와 코러스를 무기로 무거운 메시지도 가볍게 포장할 줄 아는 밴드다. 「Gossamer」는 2009년 발매되어 호평 받은 데뷔작 「Manners」에 이은 두 번째 앨범이다. 마이클은 이번 앨범이 아주 환상적이고 흥미진진할 것이라며 흥분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자신감이 허세가 아니었음을 멋지게 증명했다. 올해의 노래 중 하나로도 손색없는 R&B 스타일의 <Constant Conversations>는 음악 매체 피치포크의 ‘Best New Track'에 선정되기도 했다. 개인적인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마이클은 앨범을 만들면서 완벽한 작곡가들의 고통을 공감했고, 자기 조롱과 혐오를 담은 가사를 쓰기도 했다. 데뷔작과 비교하면 가사는 더 사실적이고, 사운드는 광범위하다. 성장통을 겪은 20대 청년의 고민은 이처럼 아름답고 화려한 음악으로 귀결되었다. 밸런스가 강조된 멋진 팝 앨범이다.


21. Bat For Lashes - The Haunted Man
커버만 인상적인 게 아니다.


22. Ben Folds Five - The Sound Of The Life Of The Mind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신기하게도 밴드 초기에 느낄 수 있던 신선함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있다. 밴드와 솔로는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벤 폴즈 파이브의 완벽한 부활을 얘기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23. Mumford & Sons - Babel
정말 좋은 앨범이지만, 그래미 어워드 '올해의 앨범' 수상은 조금 뜻밖이었다. 


24. Soul Asylum - Delayed Reaction
1981년 결성된 이래 수많은 좌절을 겪고도 쉽게 쓰러지지 않았던 밴드 소울 어사일럼(Soul Asylum)이 다시 일어섰다. 밴드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Runaway Train>이라는 히트곡으로 성공을 경험하고,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하여 히트작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1998년작 「Candy From A Stranger」의 실패로 레이블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고, 멤버이자 친구였던 베이시스트 칼 뮬러(Karl Mueller)는 200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국 2006년에 발표한 「The Silver Lining」은 칼의 유작이 되었다. 그렇게 소울 어사일럼도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밴드는 꾸준히 공연을 펼쳤고, 인디 레이블 429에서 신작 「Delayed Reaction」을 발표했다. 전성기인 1990년대 사운드와 느낌은 분명 다르지만, 소울 어사일럼은 그 시절의 활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무명 시절인 1980년대처럼 에너지 넘치는 곡들부터 블루지한 발라드, 잔잔하고 모던한 록 넘버까지 완성도 높은 곡들로 채워진 탄탄한 앨범을 보란 듯이 내놓았다. 밴드의 최고 히트작인 「Grave Dancers Union」(1992) 이후 발표한 앨범 중 가장 뛰어나다.


25. Slash - Apocalyptic Love
분석은 필요하지 않다. ‘굉장히 신나는 앨범’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너무 정직해서 흥미가 반감될 수도 있겠지만, 원초적인 주류 록 앨범이 적은 시대라 「Apocalyptic Love」의 존재감은 더욱 돋보인다.


26. John Mayer - Born And Raised
여자를 울리는 ‘나쁜 남자’의 담백함.


27. Pet Shop Boys - Elysium
낭만을 잃지 않으신 50대 오빠들.


28. Green Day - iUNO!
타이밍은 매우 적절했는데, 빌리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불운이라면 불운이다.


29. Jake Bugg - Jake Bugg
한국에서는 이제야 라이선스 발매가 성사되었다. 결코 평범한 친구가 아니다.


30. Rufus Wainwright - Out Of The Game
로맨틱한 영화 보면서 달콤한 팝콘 먹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