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ncert

내가 관람한 최고의 내한공연 Top 10 (2002 ~ 2011)

10.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 – 2002년
2002년 7월, 레이지본, 크라잉넛, YB 그리고 제인스 애딕션(Jane's Addiction)에 이어 헤드라이너로 등장한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무대는 5시간 릴레이 공연을 마무리하기에 충분했다. <By The Way>와 <Scar Tissue>를 모두 신나게 따라 불렀고, <Otherside>는 라이브가 더 감동적이었다. 흥겨운 축제 분위기 속에 모두가 기다린 <Give It Away>가 연주됐을 때, 관객들은 하늘을 향해 높이 뛰어올랐다. 앵콜곡을 연주할 때 플리(Flea)는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등장했고, 모두 <Under The Bridge>를 합창했다. 이 공연이 끝난 뒤 나는 며칠간 레드 핫 칠리 페퍼스 음악만 들을 정도로 후유증이 컸다. 나에겐 같은 해에 열린 한일 월드컵보다 더 강한 여운을 남겼다.


2002년 처음 한국을 찾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

9. 비요크(Bjork) – 2008년
놀라운 가창력과 퍼포먼스, 올림픽 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환호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무대였다. 한국에서도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녀는 마치 모든 소리를 리드하는 지휘자 같았다. 마지막 곡인 <Declare Independence>는 믿을 수 없는 공연의 완벽한 피날레였다. 80분이라는 길지 않은 공연이었지만, 아주 강한 여운을 남겼다. 가수 이상은은 이날 공연을 “일상의 작은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여신의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던 비요크 내한공연 (사진제공: 나인엔터테인먼트)

8. 트래비스(Travis) – 2009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고 유별난 팬들의 열정이 밴드를 감동시켰고, 결국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냈다. <Closer>가 흐를 때 팬들은 미리 준비한 종이 비행기를 날렸고, <Flowers In The Window>에 맞춰 꽃가루를 뿌렸다. 이런 작은 이벤트에서 진심이 느껴졌고, 뭉클한 감동과 행복한 여운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밴드는 예정에 없던 세 번째 앵콜곡 <Happy>를 연주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공연이 끝난 뒤 프랜시스 힐리(Francis Healy)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에서의 밤을 생각해보면 할말을 잃을 정도며, 이번 공연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공연이었다.


한국 팬들에게 감동한 스코틀랜드 출신 밴드 트래비스 (사진제공: 나인엔터테인먼트)

7. 익스트림(Extreme) – 2008년
익스트림(Extreme)의 인기와 진가를 확인할 수 있던 폭발적인 공연이었다. 오프닝으로 <Decadence Dance>를 연주할 때 공연장은 무너질 것 같았다. 공연이 끝난 뒤 누노 베턴커트(Nuno Bettencourt)가 “한국 팬들의 엄청난 환호로 기타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최고 히트곡 <More Than Words>의 존재감은 생각보다 작았다. 팬들에게 감동한 밴드는 결국 2곡을 더 연주하고 퇴장했다. 예상보다 길었던 2시간 15분의 공연, 밴드와 관객 모두 완벽하게 미쳐있었다.


신들린 연주와 퍼포먼스를 선사한 밴드 익스트림 (사진제공: 나인엔터테인먼트)

6. 패티 스미스(Patti Smith) – 2009년
2009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패티 스미스(Patti Smith)를 만났다. 젊은 관객들은 지루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겐 잊을 수 없는 공연이 됐다. 63세의 패티는 여전히 카리스마 넘쳤으며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이 환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까지 들게 했다. 왕년의 록 스타가 아닌 록의 거장을 맞이한 기분이었는데, 비교적 점잖았던 관객들도 <Gloria>와 <Rock ‘N’ Roll Nigger>가 연주될 때는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의 <Are You Experienced?>가 연주될 때는 1969년 우드스탁(Woodstock)이 생각나기도 했다.

5.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 – 2010년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 최고의 무대는 펫 샵 보이즈(Pet Shop Boys)였다. 닐 테넌트(Neil Tennant)가 활짝 웃는 모습을 자주 본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닐은 “한국이 정말 환상적이며, 여기에 오기까지 왜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다. <Go West>를 노래할 때 관객들의 반응은 역시 폭발적이었다. 잘 모르는 곡을 노래해도 관객들은 즐거워했다. 닐과 공연 모두 섹시했고, 다리가 끊어지도록 뛰어 놀았지만 지치지 않았다. 그들의 음악은 탁 트인 야외 공연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4. 이글스(Eagles) – 2011년
40년 세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고, 중장년층 관객들의 비중이 높았다. 인터미션을 두고 1, 2부로 나눠 공연을 진행했고, 잔잔하게 시작해 후반부에 뜨거워지는 특유의 스타일도 여전했다. 명곡 <Hotel California>는 공연 초반부에 연주됐다. 이 곡은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아니었고. 오히려 덜 알려진 곡들이 더 인상적이었다. 멤버들의 평균 연령이 60대 중반이라 목소리에선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하지만 밴드의 화음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연주는 정교했다. 세션들의 활약으로 사운드는 풍성했고, 3시간의 공연을 거뜬히 소화해냈다. 일부 흥에 겨운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경호원들이 그것을 제지한 건 안타까웠지만, 비싼 티켓 가격 이상의 정중한 대접을 받은 특별한 공연이었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무려 3시간을 공연한 전설의 밴드 이글스

3. 오아시스(Oasis) – 2009년
2009년에만 오아시스(Oasis)를 두 번이나 볼 수 있었다. 4월 1일 단독공연은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꽉 채운 열정적인 관객들이 밴드를 감동시켰고, 노엘 갤러거는 한국 팬들을 위한 곡이라며 어쿠스틱으로 <Live Forever>를 노래했다. 몇 달 뒤에 열린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의 무대는 더욱 뜨거웠다. 멤버들도 한국 팬들이 익숙하다는 표정이었고, 영국에서와 달리 아주 친절한 모습을 보여줬다. 움직임이 별로 없는 리암 갤러거(Liam Gallagher)는 탬버린을 던지며 흥분된 상태임을 나타냈고, <Don’t Look Back In Anger>를 합창하며 눈물을 흘리는 팬도 있었다. 페스티벌이 모두 끝났음을 알리는 폭죽이 터졌을 때, 공연이 끝났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다. 내 생애 최고로 짜릿한 여름 밤이었다.


한국 팬들을 매우 특별하게 생각하는 오아시스 (사진제공: 나인엔터테인먼트)


2. 그린 데이(Green Day) – 2010년
이 공연을 제대로 즐긴 사람이라면 아무리 체력이 좋아도 최소 하루는 앓았을 것이다. (나는 이틀을 앓았다.) 좌석을 예매했지만 공연 시작 후 단 한 번도 자리에 앉을 수 없었다. 멤버들이 등장하여 <21st Century Breakdown>과 <Know Your Enemy>를 연주했을 때부터 이마에 땀이 맺혔다. 특히 연주보다는 노래와 퍼포먼스에 더 비중을 둔 빌리 조 암스트롱(Billie Joe Armstrong)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난폭한 지휘자처럼 1만 관객을 리드했다. 멘트보다 싱얼롱이 더 많았고, 자신의 엉덩이를 두 번이나 보여주는 특별한(?)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노래 중간에 종종 관객을 무대 위로 올려 함께 노래하기도 했는데, <Longview>를 연주할 때 ‘그린 데이 키스 사건’이 터졌다. 빌리가 무대 위로 올린 여학생이 빌리에게 갑자기 키스를 한 것. 이 소동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가 됐다. 다른 공연과 달리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지 않았지만, 그래서 관객들은 무대와 음악에 더 집중했다. 마지막까지 함성이 끊이질 않았고, 150분 넘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박수를 너무 많이 쳐서 지문은 사라진 것 같았다. 지금까지 꽤 많은 공연을 봤지만, 이처럼 화끈하게 놀아본 적은 없던 것 같다.



1. 욘시(Jonsi) – 2010년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프론트맨 욘시(Jonsi)가 솔로앨범을 내고 한국을 찾았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건 공연이 아니라 환상에 가까웠다. 모든 장면들을 사진과 영상으로 간직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눈 뜨고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의 신비한 노래들이 라이브에서 더욱 황홀하고 강렬하게 폭발할 때, 관객들 역시 폭발했다. 팬들은 메시지를 담은 종이비행기와 눈가루를 욘시에게 선물했다. 욘시의 입에서는 결국 'Amazing'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시규어 로스 노래는 연주하지 않았지만, 솔로 앨범의 모든 곡을 연주했다. 비주얼과 사운드 모두 환상적이었던 무대에 완전히 몰입했고, 90분을 넘지 않은 공연은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욘시의 컨디션이 100%는 아니었지만, 흠잡을 것이 없는 공연이었다. 처음으로 공연을 보며 내 가슴을 만져봤다. 비교적 얌전하게 관람했지만, 공연이 끝나자 온몸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체력 이상의 무언가를 소모했기 때문이다. 욘시의 공연은 ‘깨고 싶지 않은 달콤한 꿈’ 같았다. (일본 고베에서 볼 예정인) 시규어 로스 공연 때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까 싶다. 벌써부터 그날이 기다려진다.


마법 같은 공연을 선사한 시규어 로스(Sigur Ros)의 프론트맨 욘시 (사진제공: 워너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