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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톰 요크의 진일보한 사이드 프로젝트, 아톰스 포 피스(Atoms For Peace)의 'Amok'


01 Before Your Very Eyes...
02 Default
03 Ingenue
04 Dropped
05 Unless
06 Stuck Together Pieces
07 Judge, Jury and Executioner
08 Reverse Running
09 Amok  

올해가 라디오헤드(Radiohead) 데뷔 20주년이다. 순간 “벌써?”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긴 공백 없이 꾸준한 활동을 펼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Creep’이 21년 전 노래라는 사실) 라디오헤드는 2000년에 발표한 [Kid A]를 기점으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음악들을 주로 선보였지만 실패는 없었다. 슬럼프를 겪으며 음악적 방향을 선회한 톰 요크(Thom Yorke)의 기괴한 사운드가 확실히 밴드와 동떨어져 있었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2003년작 [Hail To The Thief] 투어가 끝날 무렵 멤버들의 이해관계는 조금씩 어긋난 상태였다. 그리고 그때 톰이 만들고 있던 음악들 역시 밴드와 동떨어진 방향이었다. 그 음악들을 밴드에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톰은 인디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 그게 첫 번째 솔로 앨범 [The Eraser](2006)다. 이 앨범은 미국 차트 2위, 영국 차트 3위 등 도합 10개국 차트 톱 10에 진입하는 뜻밖의 반응을 얻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9년, 톰 요크는 솔로 앨범 곡들을 로스앤젤레스의 작은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선보였다. 특히 화제를 모은 것은 톰과 함께 공연한 멤버들로 오랫동안 라디오헤드 프로듀서로 함께한 나이젤 고드리치(Nigel Godrich), 벡(Beck), 알이엠(R.E.M.)과 작업했던 베테랑 드러머 조이 와론커(Joey Waronker), 브라질 출신의 퍼커션 주자 마우로 리포스코(Mauro Refosco), 그리고 레드 핫 칠리 페퍼스(Red Hot Chili Peppers)의 베이시스트 플리(Flea)가 무대를 채우고 있었다. 톰은 그 쟁쟁한 멤버들과 함께 미국에서 세 차례 공연을 펼치며 신곡도 연주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번 앨범에 수록된 ‘Judge, Jury And Executioner’다. 밴드가 6개월 뒤 미국 공연을 재개했을 때 톰의 솔로곡 아톰스 포 피스(Atoms For Peace)는 밴드명으로 결정되었고, 톰은 이것이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님을 시사했다. 그리고 2011년 가을, 인터뷰를 통해 플리와 함께 앨범 작업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솔로 앨범에서 진일보한 리듬 프로젝트
3일만에 녹음을 끝마친 아톰스 포 피스의 데뷔작 [Amok]의 사운드는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본적인 밑그림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The Eraser]보다 화려하고, 세분화되어 있다. 많은 기대감과 궁금증을 자아낸, 톰 요크와 플리라는 상반된 캐릭터 조합으로 이뤄낸 균형은 오프닝 'Before Your Very Eyes'부터 빛이 난다. 1970년대 아프로비트와 소리를 죽인 기타 리프, 플리의 민첩한 저음 베이스, 그리고 신서사이저의 진동이 더해진 이 곡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Hard To Concentrate’와 라디오헤드의 ‘Bloom’을 묘하게 합쳐놓은 것 같다.

한편 작년 9월 디지털로 먼저 공개된 그루브한 첫 싱글 'Default'는 ‘Pyramid Song’처럼 추상적인 밑그림에 다른 멤버들의 연주를 덧입혀 색감의 선명함을 표현한 것 같은 리듬 트랙이다. 으스스한 백킹 보컬과 톰 요크의 팔세토 창법이 인상적인 미니멀한 구성의 두 번째 싱글 ‘Judge, Jury And Executioner’는 어둡고 무겁다. 라디오헤드의 B-Side 트랙 같은 느낌도 있다. 아날로그 신서사이저의 불안한 음정을 중심으로 뒤틀리듯 전개되는 발라드 ‘Ingenue’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2월 28일 공개된 뮤직 비디오의 제작과 안무는 라디오헤드의 ‘Lotus Flower’ 뮤직 비디오 제작자인 가스 제닝스(Garth Jennings)와 웨인 맥그리거(Wayne McGregor)가 맡았다. 여기서 톰은 한 여성과 함께 새로운 안무(!)를 선보인다. (처음에는 리허설 영상으로 착각했다.)


Ingenue Music Video

임종을 앞둔 자의 불길한 속삭임 같은 'Unless'는 어두운 공기로 뒤덮인 리드미컬한 댄스 트랙이다. 미래지향적인 사운드지만 과거 [Hail To The Thief] 시절도 회상하게 만드는 'Dropped'에서 전반적인 곡의 속도와 에너지를 조율하는 것은 플리로, 그의 존재감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또 하나의 곡은 우주적 공간감이 느껴지는 ‘Stuck Together Pieces’다.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이 연상되며 재즈처럼 자유분방한 드러밍이 돋보이는 일렉트로닉 넘버 ‘Reverse Running’은 2000년대 라디오헤드 팬들에게 어필할만한 곡이다. 형용할 수 없는 황홀감을 펑키한 리듬과 점강음으로 구축한 느낌의 타이틀곡 ‘Amok’는 간결한 끝맺음으로 청자의 멍한 상태를 깨운다.

아톰스 포 피스는 오히려 톰 요크의 솔로 1집보다 더 자유롭고, 달콤한 사이드 프로젝트다. 또한 [Amok]는 라디오헤드를 향한 애정, 그리고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톰 요크의 다음 행보까지 기대하게 만드는 앨범이며, 라디오헤드보다 더한 활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참고로 아톰스 포 피스는 여름 록 페스티벌 라인업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태인데, 공연장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추천곡
Before Your Very Eyes
Ingenue
Dropped
Stuck Together Pieces
Amok

싸이월드 뮤직 3월 1주 이주의 앨범 원고 [ 기사원문 ]


별건 없지만 Limited Edition이란 딱지가 선사하는 묘한 긴장감 + 그것을 손에 넣었을 때의 쾌감


앨범은 미국 2위, 영국 차트 5위로 데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