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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모던 알앤비와 클래식 소울의 우아한 결합, 제시 웨어(Jessie Ware)의 'Devotion'



01 Devotion
02 Wildest Moments
03 Running
04 Still Love Me
05 No to Love
06 Night Light
07 Swan Song
08 Sweet Talk
09 110% / If You're Never Gonna Move
10 Taking in Water
11 Something Inside
Deluxe Edition
12 Running (Disclosure Remix)
13 Strangest Feeling
14 What You Won't Do for Love
15 Wildest Moments (Acoustic Version)
16 Running (Acoustic Version)

2012년을 빛낸 신인 같지 않은 신인, 제시 웨어
2012년 음악계는 유독 노장들과 신인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2월 10일에 열리는 ‘55회 그래미 어워드’ 후보에도 새로운 이름이 꽤 많이 보인다. 특히 ‘올해의 신인’은 ‘올해의 앨범’만큼 경쟁 구도가 흥미롭다. 가장 돋보이는 이름은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프랭크 오션(Frank Ocean)이지만, 미국적인 포크록을 선보인 더 루미니어스(The Lumineers), 서던 록과 블루스, 컨트리의 멋진 배합으로 농익은 사운드를 과시한 알라바마 셰이크스(Alabama Shakes)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2월 20일에 열리는 ‘브릿 어워드 2013’의 신인상 후보들도 매우 쟁쟁하다. 노엘 갤러거(Noel Gallagher) 공연의 서포트 아티스트로 활약한 싱어 제이크 버그(Jake Bugg), ‘Call Me Maybe’로 9개국 차트 1위에 오른 칼리 레이 젭슨(Carly Rae Jepsen), 그리고 ‘제2의 샤데이(Sade)’라는 수식어와 함께 등장한 영국 알앤비 싱어 제시 웨어(Jessie Ware)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 BBC 저널리스트 존 웨어(John Ware)의 딸인 제시 웨어는 어릴 때부터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남들처럼 스타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그리 강하진 않았다. 서식스 대학교(University of Sussex)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아버지의 발자취를 따라 언론계(유대교 신문)에 종사하기도 했다. 그녀의 운명이 달라진 것은 2010년, 서브트랙트(SBTRKT)의 싱글 ‘Nervous’에 보컬로 참여하면서부터다. 이후 제시 웨어는 서브트랙트 데뷔작에 수록된 ‘Sanctuary’와 ‘Right Thing To Do’에서 보컬을 맡았고 삼파(Sampha), 조커(Joker) 등 다른 아티스트 작품에도 참여하여 자신만의 매력을 발산했다. 대중은 물론 음반 관계자의 관심을 끌기에도 충분했던 그녀의 보이스는 PMR 레코드와의 계약으로 이어졌고, 런던 출신의 밴드 더 인비저블(The Invisible)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데이브 오쿠무(Dave Okumu)와 협력해 데뷔작을 완성하게 되었다.

앨범은 지난 2012년 8월에 음반이 발매되었지만 한국에서는 음원 발매가 늦어졌고, 결국 해를 넘겨 1월 14일에야 공개되었다. 대신 음반과 달리 다섯 개의 보너스 트랙이 더해진 딜럭스 버전을 동시에 발매했다. 참고로 딜럭스 버전의 가장 큰 메리트라면 2011년 10월에 10인치 바이닐로 한정 발매된 데뷔 싱글 ‘Strangest Feeling’이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모던 알앤비와 클래식 소울의 우아한 결합
제시 웨어는 [Devotion]을 통해 알앤비와 소울, 컨템포러리, 신스팝 등 다양한 장르를 능숙하게 나열하고, 효율적으로 결합한다. 감정은 매우 풍부하며 표현은 자연스럽다. 절제된 비트와 낮게 깔린 베이스를 기반으로 어둡고 짙은 회색 빛을 내는 톱 트랙 ‘Devotion’부터 밀려오는 황홀감은 신비하고 몽환적인 파워 발라드 ‘Wildest Moments’가 이어간다. 빅 비트와 기타 리프가 점점 존재감을 드러내는 세련된 소울 넘버 ‘Running’은 제시 웨어가 특정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절대적인 애정을 드러낸 곡이다. 코러스와 드럼 루프는 프린스(Prince)의 ‘The Ballad Of Dorothy Parker’를 참고했다.

초반 흐름이 너무 좋다. 지금 이 상태를 축구에 비유하자면 전반전 10분만에 3골이 터진 상황이다. 그리고 프린스의 흔적은 이어지는 ‘Still Love Me’에서도 발견된다. ‘Running’처럼 프린스 노래를 참고하진 않았지만, 꽤 대담하고 관능적이다. 그와 유사한 분위기는 강렬한 선율과 전개를 과시하는 ‘Swan Song’에서도 느낄 수 있다. 좀 더 현대적인 사운드는 소울과 투스텝, 랩이 조합된 ‘No To Love’, 속삭이는 것 같은 보컬을 살포시 얹은 환상적인 리듬 트랙 ‘110% / If You're Never Gonna Move‘에서 만끽할 수 있다. 원테이크로 녹음된 것 같은 생동감이 느껴지는 ‘Night Light’는 펑키한 베이스가 돋보인다. 

가장 순수한 형태로 클래식 소울을 구현하는 ‘Sweet Talk’, 1980년대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을 떠올리게 하는 피아노 중심의 소울 발라드 ‘Taking In Water’, 플로렌스 앤 더 머신(Florence And The Machine)처럼 스펙터클한 사운드에 섬세함이 더해진 ‘Something Inside’ 등 다소 평범해 보이는 곡들에서도 그녀만의 개성과 재능은 돋보인다. 데뷔작이라는 것을 믿기 힘들만큼 깊고 여유로운 [Devotion]은 큰 히트곡 없이 영국 차트 5위에 올랐고, 가디언과 피치포크 등 다수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다. 같은 해에 데뷔한 프랭크 오션이나 라나 델 레이(Lana Del Rey)에 비해 대중의 성원은 조금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만, 영국 유명 일간지 옵저버가 ‘주목해야 할 인물’로 지목한 것은 2013년에도 유효하다. 참고로 제시 웨어는 2013년 브릿 어워드 신인상과 영국 여자 가수상 후보에 오른 상태다.

참고 앨범


Prince - Sign 'O' The Times (1987)
‘Running’의 배경인 ‘The Ballad Of Dorothy Parker’가 수록된 프린스의 걸작. 올뮤직가이드, 롤링 스톤, Q 등 여러 매체에서 만점을 받았다.


Sbtrkt - Sbtrkt (2011)
서브트랙트의 데뷔작으로 DJ 매거진이 선정한 올해의 앨범, NME와 피치포크의 2011년 베스트 앨범 톱 50에 들기도 했다. 제시 웨어는 두 곡에 보컬로 참여했다.


Sade - The Ultimate Collection (2011)
가장 최근에 출시된 샤데이의 완벽한 베스트 컬렉션. 고른 선곡에 신곡과 리믹스 버전까지 추가되었다. 제시 웨어가 마음에 들었다면 이 앨범은 ‘성지순례 코스’다.

싸이월드 뮤직 1월 3주 이주의 앨범 원고 [ 기사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