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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경쾌한 댄스 팝을 내세운 4집 앨범, 마룬 파이브(Maroon 5)의 'Overexposed'


01 One More Night
02 Payphone (Feat. Wiz Khalifa)
03 Daylight
04 Lucky Strike
05 The Man Who Never Lied
06 Love Somebody
07 Ladykiller
08 Fortune Teller
09 Sad
10 Tickets
11 Doin' Dirt
12 Beautiful Goodbye  
Deluxe Edition ↓
13 Wipe Your Eyes
14 Wasted Years
15 Kiss
UK, Korea, Brazil & Thailand Deluxe Edition Bonus Tracks  ↓
16 Moves Like Jagger (Feat. Christina Aguilera)
17 Payphone (Feat. Wiz Khalifa) (Supreme Cuts Remix)  
18 Payphone (Feat. Wiz Khalifa) (Cutmore Remix)

마룬 파이브(Maroon 5)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해외 밴드다. 여러 포스터들이 곳곳에 붙어있는 홍대 거리에서, 양면으로 인쇄된 밴드의 신작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도 봤다. 그만큼 음반과 음원 판매량은 폭발적이다. 지난 두 번의 내한공연은 모두 전석 매진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2011년을 뜨겁게 달군 <Moves Like Jagger>는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의 <I'm Yours>처럼 누구나 다 아는 팝송이 됐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뜨겁다”는 얘기로 특별한 애정을 과시한 마룬 파이브는 오는 9월 14일과 15일, 아시아 투어 일환으로 서울과 부산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열한 예매 경쟁에 뛰어들지 짐작조차 하기 힘들다.

올해는 마룬 파이브가 데뷔 10주년을 맞은 해다. 데뷔작 「Songs About Jane」(2002)은 10주년 기념 딜럭스 에디션도 발매됐다. (국내 발매일은 7월 4일이다.) 데뷔작은 미국에서 400만장, 영국에서 150만장이 판매되는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발매 당시의 상황은 다소 절망적이었다. 데뷔 싱글 <Harder To Breathe>가 괜찮은 반응을 얻었지만, 앨범은 인기를 끌지 못했기 때문이다. 카라스 플라워스(Kara's Flowers) 시절부터 시작된 오랜 무명 생활은 끝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두 번째 싱글 <This Love>의 뒤늦은 히트로 앨범도 차트 상위권에 진입했고, 마룬 파이브는 데뷔 2년 만에 이름이 알려지게 됐다. 그리고 2005년, 그래미 어워드는 3년 전에 데뷔한 밴드에게 ‘신인상’을 안기며 롱런을 도왔다. 훵크와 소울, 팝과 록이 조합된 앨범은 신선한 자극을 안겼고, <She Will Be Loved>, <Sweetest Goodbye>, <Sunday Morning>은 광고, 영화 등에 삽입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뒤늦은 성공에 힘입어 발매된 라이브 앨범 「Live - Friday The 13th」(2005)에 실린 <This Love>는 2006년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팝 퍼포먼스를 수상했다.

데뷔작의 인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행복한 상황 속에서 완성된 2집 「It Won't Be Soon Before Long」(2007)은 좀 더 팝적이고 댄서블했다.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 첫 싱글 <Makes Me Wonder>는 3주 만에 인기가 급상승하며 64위에서 단숨에 1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곡은 댄스 차트 1위도 차지했다. 앨범 초반부에 주로 배치된 댄스록 넘버들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1980년대 팝에서 영감을 얻은 <Won't Go Home Without You>, <Not Falling Apart>의 리프는 친근했고, 멜로디는 달콤했다. <Nothing Lasts Forever>, <Goodnight Goodnight> 같은 섬세한 발라드는 여성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앨범은 미국과 영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리믹스 앨범 「Call And Response」(2008)는 직선적인 힙합과 R&B를 선호하는 멤버들의 복합적인 취향이 반영된 흥미로운 프로젝트였다. 가장 화제가 된 곡은 메리 제이 블라이즈(Mary J. Blige)가 피처링한 <Wake Up Call (Mark Ronson Remix)>이었다.

3집 「Hands All Over」(2010)의 사운드는 밴드 지향적이면서도 여전히 농염했다. 소울 성향의 록을 선사한 1집과 댄서블한 2집을 합친 느낌이었다. 무난한 첫 싱글 <Misery>로 팬들을 춤추게 하며 건재를 알렸고, <Give A Little More>, <Stutter>는 활력이 넘쳤다. 상쾌한 느낌의 <Never Gonna Leave This Bed>, 차분한 발라드 <Just A Feeling>, 레이디 앤터벨룸(Lady Antebellum)이 참여한 <Out Of Goodbyes>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앨범을 대표할 대형 히트곡은 나오지 않았고, 판매량도 부진했다. 밴드 해체와 애덤 리바인(Adam Levine)의 솔로 활동은 사실처럼 보도되기도 했다. 멤버들은 오래전부터 30대가 되면 밴드를 그만할 생각이라고 농담처럼 얘기했는데, 마침 시기가 일치하면서 소문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덤은 최근 인터뷰에서 해체설을 부인하며 팬들을 안심시켰다.

2011년, 애덤은 미국 NBC의 오디션 프로그램 ‘The Voice' 심사위원으로 발탁되었다. 같은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가 피처링한 마룬 파이브의 새 싱글 <Moves Like Jagger>도 공개되었다. 밴드 특유의 그루브와 크리스티나의 화려한 가창력이 만난 이 곡은 미국에서 1위에 오르며 500만장이 판매됐고, 3집 개정판에도 수록되었다. 덕분에 뒷심을 발휘한 3집 앨범은 미국에서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일렉트로 팝을 지향한 <Moves Like Jagger>는 외부 음악가와 작업한 첫 번째 작품이었다. 이 곡이 큰 성공을 거두면서 탄력을 받은 밴드는 당초 계획보다 빠르게 신작을 준비했다. 몇몇 곡들은 <Moves Like Jagger>처럼 외부 음악가와 함께 작업하기로 했다. 스웨덴 출신의 맥스 마틴(Max Martin)은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고, 밴드는 2011년 가을부터 투어와 앨범 녹음을 병행했다. 애덤은 4집 「Overexposed」가 우리 앨범 중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다양하고 팝적이라고 이야기했다. 래퍼 위즈 칼리파(Wiz Khalifa)가 피처링한 첫 싱글 <Payphone>은 지난 4월에 공개되었다.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팝/록 사운드에 적당히 빠른 템포로 흥을 돋운 이 곡은 예상대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음원 차트를 휩쓸었고, 미국 2위, 영국에서는 처음으로 1위를 기록한 싱글이 됐다. 한편 영화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 사운드트랙에 실린 <Come Away To The Water>는 앨범에 수록되지 않았다.

두 번째 싱글은 앨범의 톱 트랙 <One More Night>로 결정됐다. 흥겹고 친근한 레게 스타일의 곡으로 기타 사운드가 매력적이며,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이 곡에 밀려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Fortune Teller>와 <Tickets>, <Doin' Dirt>, 그리고 <Moves Like Jagger>와 흡사한 분위기의 <Lucky Strike>는 경쾌한 댄스 팝으로 방향을 선회한 현재의 마룬 파이브를 보여주는 곡들이다. 콜드플레이(Coldplay)의 최근 곡들과 흡사한 <Love Somebody>도 인상적이다. 록과 훵크, 소울이 조합된, 이전 앨범들과 비슷한 사운드는, <Daylight>, <Ladykiller> 등에서 만날 수 있다. 차분한 피아노 선율과 담백하게 노래하는 애덤의 보컬이 어우러진 깔끔한 발라드 <Sad>도 친숙하다. 이 곡은 아델(Adele)의 <Someone Like You>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기존 팬들이 가장 좋아할만한 곡은 리드미컬한 발라드 <Beautiful Goodbye>다. 아름다운 선율과 작은 여유를 선사하는, 달콤한 휴식 같은 곡이다.

이번에도 스탠더드 에디션과 딜럭스 에디션이 동시에 발매되는데, 한국반에는 무려 6곡이 추가된다. (미국반은 3곡이다.) 데뷔작에 수록할 예정이었지만 끝내 누락된 <Wasted Years>는 「Live - Friday The 13th」에 수록되었고, 스튜디오 버전은 이번 딜럭스 에디션에서 최초로 공개하게 되었다. 프린스(Prince)의 히트곡 <Kiss>는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같은 창법에 좀 더 블루지한 느낌으로 7분간 연주한다. <Payphone>은 두 개의 리믹스 버전을 들을 수 있다. 화제의 싱글 <Moves Like Jagger>도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됐다. 네 번째 앨범 「Overexposed」는 춤추기 좋은 리듬과 친근한 멜로디가 넘치는 대중적인 앨범이다. 이제 앨범으로, 그리고 공연장에서, 마룬 파이브가 권하는 경쾌한 댄스 팝을 즐길 시간이다.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 2012년 7월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