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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13년 만에 선보이는 재결성 신작, 벤 폴즈 파이브의 'The Sound Of The Life Of The Mind'


01. Erase Me
02. Michael Praytor, Five Years Later
03. Sky High
04. The Sound of the Life of the Mind
05. On Being Frank
06. Draw a Crowd
07. Do It Anyway
08. Hold That Thought
09. Away When You Were Here
10. Thank You for Breaking My Heart

2000년 10월,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공식적인 해체를 선언한 벤 폴즈 파이브(Ben Folds Five)가 12년 만에 돌아왔다. 벤 폴즈와 로버트 슬레지(Robert Sledge), 대런 제시(Derren Jessee)가 다시 뭉친 것이다.


Ben Folds Five ⓒSony Music

1993년, 노스캐롤라이나주 채플 힐에서 결성된 ‘기타 없는 트리오’ 벤 폴즈 파이브는 셀프 타이틀 데뷔작으로 1995년에 데뷔했다. 질주하는 피아노와 거칠게 변조된 베이스, 탄탄한 드럼이 어우러진 벤 폴즈 파이브만의 사운드는 매우 신선했다. 위트와 유머와 살아있는 노랫말은 그들을 더 돋보이게 했다. 데뷔작은 평단의 찬사를 받고, 싱글 <Underground>와 <Where's Summer B.?>는 영국에서 소폭의 히트를 기록했다. 비록 자국에서는 별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밴드의 무한한 잠재력을 간파한 메이저 레이블 소니는 계약을 제시했고, 벤 폴즈 파이브는 2년 만에 메이저 데뷔를 하게 된다. 메이저 데뷔작인데도 홈 레코딩으로 완성한 2집 「Whatever And Ever Amen」은 1997년에 발매되었다. 비틀즈(The Beatles)의 초기 히트곡 같은 첫 싱글 <Battle Of Who Could Care Less>는 영국에서 26위에 올랐고, 미국 모던 록 차트에도 진입했다. 하지만 후속 싱글들의 반응은 미미했다. <Battle Of Who Could Care Less>와 분위기가 흡사한 <Kate>, 기타 없이도 충분히 록적인 사운드를 들려주는 <One Angry Dwarf & 200 Solemn Faces>는 미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렇게 해를 넘긴 밴드는 네 번째 싱글 <Brick>을 공개했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인기를 끌었다. 섬세한 감수성이 돋보인 이 곡은 미국 모던 록 차트 6위에 올랐다. 싱글로 커트되진 않았지만 재치 있고 감성적인 <Smoke>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국 팬들의 ‘뒤늦은 발견’은 앨범의 인기로 연결됐고, 미국에서 42위까지 오른 앨범은 플래티넘을 기록하게 된다. 한편 벤 폴즈 파이브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데뷔작을 발매했던 캐롤라인 레코드는 미발표곡과 데모, 라이브 트랙을 모은 컴필레이션 「Naked Baby Photos」(1998)를 선보인다.

1999년에 발매된 3집 「The Unauthorized Biography Of Reinhold Messner」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제대로 된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첫 앨범이다. 첫 싱글로 공연장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는 흥겨운 로큰롤 <Army>는 미국 모던 록 차트 17위에 올랐다. <Brick>의 감수성을 전수받은 슬로우 템포의 <Magic>, <Hospital Song>, 재지한 느낌이 강조된 <Don't Change Your Plans>, <Jane> 등 트리오 편성에 바이올린과 첼로, 색소폰, 트럼펫 등 다양한 악기가 추가되어 사운드는 더 풍성해졌다. 이 앨범을 끝으로 밴드는 해체를 선언했고, 벤 폴즈는 솔로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2008년 9월, 벤 폴즈 파이브는 마이스페이스(Myspace) 주최로 열리는 콘서트 시리즈 ‘프론트 투 백(Front To Back)’에 출연해 공연을 펼쳤다. 이 공연에서 밴드는 「The Unauthorized Biography Of Reinhold Messner」 앨범 곡들을 순서대로 모두 연주했고, 앵콜로 1~2집에 수록된 곡들도 연주했다. 그것은 일회성 공연이었지만, 벤 폴즈 파이브로는 8년 만에 오른 무대였다. 그리고 2011년, 밴드와 솔로 활동을 아우르는 베스트 앨범 「The Best Imitation Of Myself: A Retrospective」를 작업하면서 다시 만난 벤 폴즈 파이브는 ‘Rarities 1991-2011’에 수록될 3곡을 새롭게 녹음했다. 그와 더불어 벤 폴즈 파이브의 새 앨범도 만들기로 결정했고, 내쉬빌 스튜디오에서 올해 1월부터 6주간 많은 곡들을 녹음했다. 후에 벤 폴즈는 추가로 2장의 앨범을 더 낼 수 있을 만큼 많은 곡이 녹음되었다고 밝혔다.


Ben Folds Five ⓒSony Music

벤 폴즈 파이브가 13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며 4집 앨범인 「The Sound Of The Life Of The Mind」는 9월 18일에 발매되었다. 그에 앞서 공개한 업템포의 첫 싱글 <Do It Anyway>는 특유의 속도감과 재지한 리듬, 그리고 독특한 하모니를 선보이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앨범은 수려한 코러스를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탑 트랙 <Erase Me>부터 전형적인 벤 폴즈 파이브 사운드를 선사한다. 아주 열정적이고 숙련된 연주는 기본이다. 가사에 중점을 두고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 같은 화음을 내는 흥겨운 로큰롤 <Michael Praytor, Five Years Later>는 밝고 긍정적이다. 대런이 작사한 <Sky High>는 벤 폴즈의 절제된 피아노 연주와 보컬을 중심으로 아늑하고 아름답게 흐른다. 벤 폴즈가 텐씨씨(10cc)에게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곡이다. 음악광이며 축구광인 영국 작가 닉 혼비(Nick Hornby)는 동명 타이틀곡 <The Sound Of The Life Of The Mind>의 노랫말을 썼다. 리듬 파트와 코러스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곡이다.

제목을 의식하지 않고도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를 떠올릴 수 있는 <On Being Frank>는 화려한 피아노를 중심으로 스탠더드 팝을 웅장하고 세련되게 편곡한 느낌이다. 일렉트릭 키보드와 피아노의 조화가 인상적인 <Draw A Crowd>는 독특한 코러스의 매력을 잘 살렸다. 벤 폴즈의 솔로 작업과 흡사한 <Hold That Thought>는 뛰어난 앙상블을 보여주며, 오케스트레이션이 가미된 <Away When You Were Here>는 고인이 된 아버지를 추억하는 곡이다. 클래시컬한 피아노와 아카펠라 같은 하모니가 인상적인 슬로우 템포의 엔딩 트랙 <Thank You For Breaking My Heart>도 아름답다. 10곡을 수록한 「The Sound Of The Life Of The Mind」의 44분은 잠깐의 티타임처럼 짧게 느껴진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신기하게도 밴드 초기에 느낄 수 있던 신선함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되어있다. 밴드와 솔로는 각각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적어도 벤 폴즈 파이브의 완벽한 부활을 얘기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앨범이다. 
  
핫트랙스 매거진 2012년 10월호 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