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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영국이 주목하는 미국 밴드 하울러(Howler)의 심플한 데뷔작 'America Give Up'


01 Beach Sluts
02 Back to the Grave
03 This One's Different
04 America
05 Too Much Blood
06 Wailing (Making Out)
07 Pythagorean Fearem
08 Told You Once
09 Back of Your Neck [written by Howler and Steve Cruze]
10 Free Drunk
11 Black Lagoon  

미국 미네소타 출신 하울러(Howler)는 NME가 선정한 2011년 베스트 신인 상위권에 오르는 등 영국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레이블 러프 트레이드(Rough Trade)와 계약을 체결한 것도 좋은 징조다. 성공 가능성은 충분하다. 작년 여름 첫 EP 「This One's Different」(2011)로 BBC와 NME의 호평을 받았고, 데뷔작 「America Give Up」은 지난 1월에 공개됐다. 아직은 이름을 알리는 단계라 영국 차트 75위에 오른 게 전부지만, 본격적으로 영국 투어를 펼치는 5월 이후부터 차트에서도 선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7월부터는 각종 페스티벌에서 공연할 계획인데, 7월 29일 일본 후지 록 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이건 내한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앨범 발매에 앞서 공개된 <Back Of Your Neck> 비디오는 오래된 느낌의 영상과 밴드 연주 장면이 적절하게 섞여있었다. 완벽한 여름 분위기에 1950년대가 연상되는 리프, 쉽게 기억되는 코러스로 매력을 과시한다. 여름을 대표하는 밴드 비치 보이스(The Beach Boys)가 생각나기도 한다. 밴드 사운드는 1960년대 아메리칸 록과 1980년대 포스트 펑크 영향을 받았다고 소개되고 있지만, 그냥 ‘팝적인 로큰롤’로 정리하는 게 더 깔끔할 것 같다. 직선적인 로큰롤에 팝의 감성을 더한 <Wailing(Making Out)>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밴드는 비틀즈(The Beatles)와 스미스(The Smiths),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의 장점들을 적절하게 재활용한다. 물론 과거 오아시스(Oasis)처럼 노골적인 건 아니다. 1980년대 뉴웨이브와 1990년대 슈게이징을 현대적으로 승화시키는 재주도 빼어나다. 장르를 구체적으로 분류하는 건 어렵다. 서프 록을 끌어온 유쾌한 오프닝 트랙 <Beach Sluts>의 넘치는 질주감, 보컬과 코러스는 다소 나른하지만 경쾌함을 이어가는 <Back To The Grave>, 라이브를 기대하게 만드는 <This One's Different>의 역동적인 비트까지 초반부의 기세가 매우 좋다. 밴드가 소속된 레이블의 선배이며 종종 비교대상으로 거론되는 스트록스(The Strokes)와 닮은 구석도 있지만, 분위기는 다르다. 하울러보다는 오히려 스트록스가 더 세련된 느낌이다. 1980년대에 근접한 사운드는 제목과 달리 평온한 <Free Drunk>와 상쾌한 부유감을 맛볼 수 있는 <Too Much Blood>에서 즐길 수 있다. <Too Much Blood>는 2~3분대 곡들로 구성된 앨범에서 유일하게 4분을 넘기는 곡이다. 구성이 간결한 <Pythagorean Fearem>, <Black Lagoon>의 ‘익숙한 소란스러움’은 현재 주목받는 미국 인디 록 밴드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굉장히 신선하거나 혹은 진부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 32분짜리 앨범 하나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영국 매체들의 시선은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다. 특히 이제 막 10대를 벗어난 젊은 밴드의 설익은 느낌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프론트맨 조던 게이트스미스(Jordan Gatesmith)의 잠재력도 높아 보인다. 밴드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인 여름도 가까워지고 있으니, 기대를 더 높여도 좋을 것 같다.

월간 핫트랙스 매거진 2012년 5월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