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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힙합 스타의 큰 발걸음, 릭 로스(Rick Ross)의 'God Forgives, I Don't'




01 Pray For Us  
02 Pirates 
03 3 Kings (Feat. Dr. Dre & Jay-Z) 
04 Ashamed 
05 Maybach Music IV (Feat. Ne-Yo) 
06 Sixteen (Feat. Andre 3000)  
07 Amsterdam 
08 Hold Me Back 
09 911 
10 So Sophisticated (Feat. Meek Mill)  
11 Presidential (Feat. Elijah Blake) 
12 Ice Cold (Feat. Omarion) 
13 Touch`N You (Feat. Usher) 
14 Diced Pineapples (Feat. Wale & Drake) 
15 Ten Jesus Pieces (Feat. Stalley) 
Deluxe Edition ↓
16 Triple Beam Dreams (Feat. Nas) 
17 Rich Forever (Feat. John Legend) 

탄탄한 기본기와 탁월한 조율 능력을 갖춘 래퍼
플로리다 출신의 래퍼 릭 로스(Rick Ross)가 다섯 번째 정규 앨범 [God Forgives, I Don't]를 발표했다. 데뷔 연도가 2006년이니 꽤 부지런한 행보라 할 수 있다. 앞서 발표한 네 장의 정규 앨범은 탑 텐 히트곡 하나 없이도 꾸준히 사랑 받았고, 미국에서 2위에 오른 전작 [Teflon Don](2010)을 제외한 모든 앨범이 1위를 기록했다. 미국 내 누적 판매량은 250만장을 넘긴 상태다. 골드도 기록하기 힘들 정도로 위축된 음반 시장의 현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릭 로스는 에미넴(Eminem)처럼 화려하거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처럼 천재적인 이미지는 아니지만, 기본기가 탄탄한 실력파로 회자된다. ‘교도소 간부’라는 남다른 경력은 엉뚱한 논란을 부르기도 했지만, 상승세를 꺾진 못했다. 특유의 거친 외모 때문인지 남성 팬이 압도적으로 많고, 음악적 인맥이 탄탄하다. 평단은 탁월한 조율 능력을 릭의 최대 강점으로 손꼽는다. 갱스터 랩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주제와 호화로운 피처링은 식상하거나 피곤한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릭은 그 평범함 속에서 훌륭한 완성품을 내놓는다. 마치 재료의 맛을 잘 살리는 일류 요리사처럼 말이다.

트리나(Trina), 트릭 대디(Trick Daddy) 등 인지도 있는 아티스트 앨범에 참여하며 내공을 쌓은 릭 로스는 메인스트림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데뷔작 [Port Of Miami](2006)는 미국 발매 첫 주에 18만장 이상 판매되며 1위에 올랐다. 앞서 공개된 싱글 ‘Hustlin'’과 ‘Push It’이 좋은 반응을 얻었고, 에이콘(Akon)이 참여한 ‘Cross That Line’도 인상적이었다. 앨범은 발매 3개월 만에 미국에서 골드를 기록했다. 2007년에는 데프 잼과 계약하기 전에 녹음한 곡들을 모은 컴필레이션 [Rise To Power]를 수아브 하우스 레이블에서 발매했고, 오래 전부터 존경했던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대표작 [Thriller]에서 제목을 따온 2집 [Trilla]는 2008년 3월에 공개했다. 앨범은 1주 만에 20만장 가깝게 판매됐고, 티페인(T-Pain)이 피처링한 싱글 ‘The Boss’는 미국 랩 차트 2위에 올랐다. 넬리(Nelly)와 에이버리 스톰(Avery Storm)이 함께한 ‘Here I Am’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알 켈리(R. Kelly), 제이 지(Jay-Z), 릴 웨인(Lil Wayne)도 참여하여 앨범은 더욱 화려해졌다.


1년 만에 완성한 3집 [Deeper Than Rap](2009)은 릭 로스 스타일을 확립한 역작이다. 카니예 웨스트, 존 레전드(John Legend), 로빈 시크(Robin Thicke), 니요(Ne-Yo) 등 화려한 게스트 사이에서 릭은 중심을 잃지 않았다. 판매량은 조금 감소했지만,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데뷔 이후 줄곧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한 릭은 2010년 7월에 발매된 4집 [Teflon Don]에서 한결 더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갱스터 랩의 정수를 보여준 묵직한 'MC Hammer'와 'B.M.F.(Blowin' Money Fast)', 대중성을 간과하지 않은 ‘Live Fast, Die Young’, 'Aston Martin Music'이 공존하고, 래핑과 비트, 피처링의 조화가 돋보인 ‘Maybach Music III’ 같은 멋진 곡을 만날 수 있는 앨범이었다. 스핀 매거진은 “유머와 감성적 깊이가 풍부한 릭 로스 최고의 앨범”이라고 극찬했고, 롤링 스톤, 피치포크 등 여러 음악 매체에서 2010년 베스트 앨범 목록에 [Teflon Don]을 포함시키며 릭의 전성기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한편의 영화 같은 클래식한 힙합 앨범
2011년 10월, 릭은 다섯 번째 앨범이 1990년대 힙합 사운드로 채워질 것이라고 얘기했다. 앨범 작업은 한편의 영화를 만드는 것 같았으며 2011년 12월에 발매될 예정이었지만, 건강에 문제가 생겨 2012년으로 연기되었다. 녹음에 참여한 드레이크(Drake)는 MTV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스눕 독(Snoop Dogg)의 [Doggystyle],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의 [Ready To Die], 클립스(Clipse)의 [Lord Willin’] 같은 앨범”이라고 극찬했다. 앨범 발매가 늦어지자 릭은 올해 1월에 믹스테잎 [Rich Forever]를 먼저 공개했고, 믹스테잎 수록곡 중 나스(Nas)가 피처링한 ‘Triple Beam Dreams’와 존 레전드가 피처링한 ‘Rich Forever’는 딜럭스 에디션 보너스 트랙으로 실리게 되었다.


1시간을 훌쩍 넘기는 신작은 어둡고, 거대하며, 피처링 비중이 줄었다. 스케일은 데뷔작 [Port Of Miami]와 비슷하다. 어셔(Usher)가 피처링한 ‘Touch'N You’는 지난 5월에 공개된 첫 싱글로 미국 알앤비 차트와 랩 차트 20위권에 들었다. 릭의 탄력 있는 래핑과 어셔의 보컬 모두 빛나는 관능적인 곡이다. 믹 밀(Meek Mill)이 피처링한 두 번째 싱글 ‘So Sophisticated’은 첫 싱글보다 더 격렬하다. 릭 특유의 육중한 중저음에 믹의 현란한 래핑이 더해졌다. 클래식한 힙합을 지향한 ‘3 Kings’는 닥터 드레(Dr. Dre)와 제이 지의 참여로 화제가 된 곡이다. 1970년대 스타일의 비트와 간결한 사운드,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인다. 아웃캐스트(OutKast)의 안드레 3000(Andre 3000)이 피처링하고 작곡에도 참여한 8분대의 대곡 ‘Sixteen’은 앨범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 중 하나다. 호른과 스트링, 블루지한 기타가 어우러져 아웃캐스트처럼 우아하고 정교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니요가 피처링한 ‘Maybach Music IV’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사운드는 웅장하고 화음은 풍성하다. 일렉트릭 기타와 신시사이저도 적절하게 활용한다. 엘리야 블레이크(Elijah Blake)가 피처링한 ‘Presidential’은 보이즈 투 맨(Boyz II Men) 같은 아카펠라 코러스가 반복되는 가벼운 곡이다. 감성적인 피아노 연주가 돋보이는 ‘Diced Pineapples’에는 드레이크와 웨일(Wale)이 참여했다. 재지한 느낌이 있는 근사한 곡이다. 스탈레이(Stalley)가 피처링한 ‘Ten Jesus Pieces’는 소울의 거장 커티스 메이필드(Curtis Mayfield)의 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이 곡은 든든한 조력자인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의 프로듀싱이 빛난다.

피처링이 없는 곡들은 개인적이고, 분위기가 어두운 편이다. 거칠게 코러스를 반복하는 ‘Hold Me Back’은 세 번째 싱글로 투쟁을 이야기한다.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911’, 라임과 플로우, 세련된 비트와 피아노가 돋보이는 ‘Pirates’에는 릭의 삶과 경험이 녹아있다. 1970년대 소울과 펑크(Funk), 1990년대 힙합이 조합된 ‘Amsterdam’은 ‘영화 같은 앨범’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트랙이다. 릭은 직접 프로듀싱을 하지 않는 대신 모든 소리를 지휘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입힌다. 그렇게 완성된 음악들은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자연스럽다. 과욕이 낳는 부작용을 경계해왔던 릭이지만, 그의 발걸음은 점점 커지고 있다. [God Forgives, I Don't]는 강렬한 비트와 매끄러운 흐름, 완벽한 구성을 자랑하는 힙합 앨범이다.


머라이어 캐리 신곡에 참여한 릭 로스와 믹 밀



릭 로스와 믹 밀은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신곡 ‘Triumphant (Get 'Em)’에 참여했다. 이 곡은 디지털로 지난 8월 3일에, 그리고 국내에서는 6일에 공개됐다.

추천곡
Pirates
3 Kings
Maybach Music IV
Sixteen
Amsterdam
Diced Pineapples
Ten Jesus Pieces

싸이월드 뮤직 2012년 7월 다섯째주 이주의 앨범 원고 [ 원문보기 ]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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