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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흥미로운 결과와 의미 있는 수상,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지난 2월 29일 악스코리아에서 열린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시상식은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이 사회를 맡았고, 대중과 언론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상식장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았고, 수상자가 발표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진진했다. 수상결과를 트위터로 실시간 중계하는 음악 팬들도 많이 보였다. 오프닝 무대로 전년도 ‘최우수 록 노래’, ‘올해의 신인’을 수상한 게이트 플라워즈와 한국 록의 전설 신대철이 함께 ‘Ghost’를 선사했고, 박주원, 10cm, 가리온도 축하공연을 펼쳤다. 공연은 모두 훌륭했고, 김태훈의 진행도 무난했다.


↑ 게이트 플라워즈 with 신대철



↑ 10cm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음악인
내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올해의 음반으로 정차식을, 음악인으로 조덕환을 예상했지만 대중음악상의 선택은 모두 장기하와 얼굴들이었다. 이게 결코 이변은 아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이번 시상식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였으니까. 넘치는 아이디어를 음악과 영상, 퍼포먼스로 풀어내는 영민함은 대중을 감동시켰고, 평단의 감탄을 자아내기에도 충분했다. 트레이드마크 같던 ‘안경’과 ‘수염’을 버려 확 달라진 외모만큼 음악 작업방식에도 큰 변화를 줬다. 원테이크 방식으로 녹음했고, 키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렇게 완성된 두 번째 앨범은 스스로가 자부심을 가질만한 역작이 됐다. 장기하는 수상 소감으로 “저희 음악을 들어주시고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다음 음반도 진짜 좋은 음악으로 찾아 뵙겠다”고 말했다. “솔직히 상을 받고 싶었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얘기도 했다.


↑ 장기하

장기하와 얼굴들 4관왕, 아이유 3관왕
그래도 앞서 예상한 7개 부문 중 올해의 노래와 신인, 모던 록 음반 등 3개를 맞춰서 다행이다. 사실 하나도 못 맞추면 어쩌나 싶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최우수 록 음반과 노래까지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최우수 록 음반을 수상할 때는 시상자인 크래쉬(Crash) 안흥찬에게 받은 티아라를 머리에 썼는데, 이 부문의 전통이 됐다. 지난 최우수 록 음반 수상자인 갤럭시 익스프레스(Galaxy Express), 서울전자음악단, 크래쉬도 티아라를 썼다고 한다. 장기하는 올해의 음반을 수상할 때도 티아라를 쓰고 무대에 올라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아이유는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팝 노래, 네티즌 선정 올해의 여자 아티스트를 수상하며 3관왕에 올랐다. “2011년을 대표하는 단 한 곡의 노래를 꼽는데 있어서 아이유의 ‘좋은 날’이 부족하다면, 그 자리는 과연 어떤 노래로 채워야 할까?”라는 심사평처럼, 그녀는 누구도 무시 못할 큰 사랑을 받았다. 내 친구들 중에도 나만큼 아이유를 모르는 녀석은 없다. 시상식 당일 목감기로 오전 스케줄을 취소했던 아이유는 꼭 참석하고 싶어했던 시상식에도 결국 불참했다. 이에 당사자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결과와 소감, 의미 있는 수상
5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이승열은 최우수 모던록 음반과 노래를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 그는 “쑥스럽고 떨리는 마음으로 상을 받겠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자신을 돌봐줬다고 말한 소속사 플럭서스뮤직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올해의 신인상은 바이바이배드맨(Bye Bye Badman)이 받았다. 작년 여름 밴드와 인터뷰를 하면서 “앨범 작업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을 예정”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늦가을에 발표한 1집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 밴드는 "이 영광을 저희에게 돌리고,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키보드 고형석에게도 축하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우수 팝음반은 아이유와 시상자로 나온 10cm를 제치고 야광토끼가 수상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더 좋은 음악,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가리온(Garion)의 MC 메타는 메타와 렉스의 ‘무까끼하이’로 최우수 랩&힙합 노래를 수상했다. 결혼을 앞둔 그는 "예비신부에게 이 상을 바친다"고 말했다.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은 보니가 수상했다. 그녀는 “아직 보니라는 가수를 잘 모르시겠지만, 이 수상을 계기로 많은 분들이 제 음악을 듣고 공연도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 오시면 후회하지 않도록 더 멋있는 음악을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공로상은 한국 재즈의 거인으로 불리는 이판근이 수상했다.


↑ 이승열


↑ 바이바이배드맨

가장 대중적인 부문인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은 버벌진트, 아이유, 인피니트가 수상했다. 버벌진트는 “앞으로도 치열하게 하고 싶은 음악을 꾸준히 해나갈 테니 많은 관심 가지고 지켜봐 달라”며 함께 수상한 인피니트와 아이유에게도 축하를 건넸다. 인피니트는 “이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고, 앞으로 좋은 퍼포먼스뿐만 아니라 좋은 노래도 들려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팀들은 시상식에 불참하거나 수상만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인피니트는 처음부터 자리를 지켜 화제가 됐다. 또한 후보에 오른 많은 음악인들이 수상여부와 상관없이 자리를 빛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그래미’를 연상시키는 장면이었다. 정차식과 조덕환, 검정치마,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10cm가 수상에 실패한 건 뜻밖이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상식이었다. 한편 노동자와 영화감독이 특별상을 수상하는 이색적인 장면도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타를 만들었지만 주목 받지 못하고 부당해고를 당한 콜트&콜텍 노동자들은 회사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싸움을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으로 세상에 알린 김성균 감독은 노동자들과 함께 특별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대중음악상의 폭넓은 시선이 이처럼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꿈의 공장
감독 김성균 (2010 / 한국)
출연
상세보기

밝은 미래를 보여준 9회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가 끝나면 수상자들의 앨범은 차트 상위권에 오른다. 시상식의 권위를 높여주는 건 대중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한국대중음악상도 공신력 있는 음악 시상식으로 계속 발전해나가고 있다. 수상을 계기로 음악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보니의 얘기가 현실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없는 음악인들의 축제, 성공적인 9회 시상식에서 밝은 미래를 보았다. 10회 시상식에서는 수상자들이 올해보다 덜 어색해하길 바라며, 수상자는 물론 후보에 오른 모든 음악인들에게 축하를 보내고 싶다.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결과
올해의 음반: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올해의 노래: 아이유 ‘좋은 날’
올해의 음악인: 장기하와 얼굴들
올해의 신인: 바이바이배드맨
최우수 록 음반/노래: 장기하와 얼굴들 [장기하와 얼굴들] / 장기하와 얼굴들 ‘그렇고 그런 사이’
최우수 모던록 음반/노래: 이승열 [Why We Fail] / 이승열 ‘돌아오지 않아‘
최우수 팝 음반/노래: 야광토끼 [Seoulight] / 아이유 ‘좋은 날’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노래: IDIOTAPE [11111101] / 2NE1 ‘내가 제일 잘나가’
최우수 랩&힙합 음반/노래: 시모 & 무드슐라 [Simo & Mood Schula] / 메타와 렉스 ‘무까끼하이’
최우수 알앤비&소울 음반/노래: 보니 [1990] / 정기고 ‘Blind'
최우수 영화TV음악: 만추
최우수 재즈 음반: 박근쌀롱 [습관의 발견]
최우수 크로스오버 음반: 박주원 [슬픔의 피에스타]
최우수 연주 음반: 송영주 [Tale Of A City]
공로상: 이판근
특별상: 콜트-콜트 노동자와 다큐멘터리 [꿈의 공장]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남자 아티스트 / 여자 아티스트 / 그룹: 버벌진트 / 아이유 / 인피니트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을 수상한 아티스트의 노래들

그 때 그 노래 - 장기하와 얼굴들
깊은 밤 전화번호부 - 장기하와 얼굴들
좋은 날 – 아이유
라망 (L'amant) - 아이유
Why We Fail - 이승열
너의 이름 – 이승열
Even Floor – 이디오테잎
Pluto – 이디오테잎
내가 제일 잘 나가 - 2NE1
내꺼하자 – 인피니트
시간아 (Woohyun Solo) – 인피니트
Bee - Bye Bye Badman
데칼코마니 - Bye Bye Badman
긍정의 힘 – 버벌진트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Feat. Koonta) – 버벌진트
Blind – 정기고
슬픔의 피에스타 - 박주원
애인 (Feat. 김광민) - 박주원
기다릴게 - 보니
무엇이라도 – 보니
April Rain - 송영주
Tale Of A City - 송영주
무까끼하이 - MC Meta, DJ Wreckx      
귀로 - MC Meta, DJ Wreckx
Road To Me 진담 – 박근쌀롱
Fall Into Winter (P&b Duo) – 박근쌀롱
Do-Lye-Ka Dance - Simo
조금씩 다가와줘 – 야광토끼
나와 둘이 – 야광토끼
되돌릴 수 있다면 (Feat. 제인) - 알렉스

 

싸이월드 뮤직(Cyworld Music) 스페셜 > 2012년 3월 둘째 주 이주의 앨범 원고
기사 원문 http://music.cyworld.com/special/weekalbum/weekalbum_view.asp?seq=1207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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