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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오페스(Opeth) 2012년 일본 도쿄 공연 후기 '완벽한 연주와 사운드'


Opeth at Shinkiba Studio Coast, Tokyo, Japan on February 18, 2012
스웨덴 밴드 오페스(Opeth)의 공연을 보기 위해 일본 도쿄에 갔다. 도쿄는 첫 방문이며, 일본에서 공연을 보는 것 또한 처음이다. 오페스는 1995년 데뷔작 [Orchid]를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총 10장의 정규앨범을 선보인 중견밴드다. 북유럽 특유의 차가움과 서정을 동시에 지닌 밴드는 블랙/데스메탈을 많이 모르는 나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이렇게 연주 잘하고 앨범 구성도 완벽한 밴드를 뒤늦게 알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했다.

작년에 발매된 앨범 [Heritage]도 만족스러웠다. 국내발매는 성사되지 않아 비싼 수입음반을 구해서 들었다. 작년 가을에 일본투어 소식을 듣고 이건 꼭 봐야한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예매를 했다. 신작도 발매되지 않은 한국에 올 가능성은 없다고 본 것. 그렇게 모든 예약을 마쳤더니, 내한공연 소식도 들려왔다. 살짝 좌절했지만, 예정대로 일본을 가기로 했다. 그것도 원래 일정에 하루를 더 추가해서.


공연장 가는길


오페스 공연이 있는 2월 18일 낮에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긴자역 주변을 조금 구경한 후 공연이 있는 신키바역으로 향했다. 공연장인 스튜디오 코스트를 찾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았다. 복장만 봐도 오페스 공연을 가는 게 분명한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했기 때문. 그 사람들만 따라가면 되는 거였다. 공연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기념품을 줄서서 구경/구입하는 모습도 신기했다. 나도 1,500엔이라는 거금을 주고 오페스 수건을 샀다. 공연장 입장은 스태프가 불러주는 번호 순서대로다. 관객들 복장은 한국보다 훨씬 화려한데, 이렇게 질서정연하다니. 일본어를 모르면 입장도 쉽지 않겠다. (이래서 누구랑 가느냐가 매우 중요) 의무적으로 사야하는 500엔짜리 음료를 들고, 드디어 공연장에 들어갔다. 예정된 시간인 오후 6시를 1분도 어기지 않고 오페스가 등장했다. 심장이 멈춘 것 같은 느낌. 


공연장 내부


코 앞에 오페스가 있다

첫 곡 <The Devil's Orchard>이 연주될 때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완벽한 연주는 물론 너무나 잘 잡힌 사운드에 귀가 놀랐다. 헤드폰으로 음악을 감상하는 것보다 더 귀가 편한 것 같았고, 밸런스도 완벽했다. 모든 파트의 소리들이 선명하게 들린다. 한국과는 차이가 너무 크다. 1970년대부터 일본 공연 실황들이 발매될 수 있던 이유도 여기서 찾았다. 주로 최근 곡들이 연주되어 격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일본 관객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차분하다. 일부 외국 관객들이 크게 오페스를 외쳐도 절대 따라하지 않는다. 이런 공연문화도 신선하다.




공연도 재밌지만 미카엘의 엉뚱함과 유머감각도 최고였다. 자신과 목소리가 비슷한 영화 해리포터의 스네이프 교수 이야기를 비롯한 깨알 같은 유머들을 구사했다. 공연 막판엔 자신의 기타를 객석으로 넘겨 파도타기를 시켰는데, 무사히 미카엘에게 돌아왔다. 미카엘도 놀라는 표정으로 “Oh, Thank You, Tokyo!"를 외치고 다음 곡을 연주하려는데, 튜닝이 엉망이 되어 있어서 모두 박장대소했다. 열광적인 한국 관객들은 기타를 돌려주지 않을 것 같았는지,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는 후문. <Heir Apparent>를 연주하기 전에는 ”데스메탈 곡을 하나 연주할건데 무섭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마치 아이들 놀라지 말라고 미리 달래는 모습 같았다. <Heir Apparent>가 연주될 때 음향에 문제가 생겨 약 2분간 프레드릭의 연주를 들을 수 없었지만, 연주를 중단하지 않고 무사히 곡을 마무리했다. 이후 프레드릭은 표정이 조금 굳어졌지만, 마지막까지 멋진 연주를 들려줬다. 공연 막판에 관객들은 드럼 솔로를 외쳤지만, 수줍음 많은 마틴은 하이햇 몇 번 치더니 결국 포기했다. 생각지도 못한 깜찍한 모습.


매력적인 미카엘


개인적으론 특히 [Face Of Melinda]와 [To Rid The Disease]가 마음에 들었다. 꼭 연주해줬으면 했던 [The Drapery Falls]가 흐를 때의 감동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앵콜은 나를 오페스 세계에 입문시킨 앨범 [Damnation] 곡인 <Deliverance>였다. 더 이상 바랄게 없었다. 6시에 시작된 공연은 7시 50분에 끝났고, 110분은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고, 몸과 마음이 모두 즐거웠다. 내가 원했던 음악여행의 첫 장을 오페스가 장식했다. 2주가 지났지만 후유증은 큰 건 깊은 여운으로 해석해야겠다.



Setlist
01 The Devil's Orchard
02 I Feel The Dark
03 Face Of Melinda
04 Slither
05 Credence
06 To Rid The Disease
07 Folklore
08 Heir Apparent
09 The Grand Conjuration
10 The Drapery Falls
Encore
11 Deliverance


오페스 수건과 티켓.
티켓과 수건, 음료까지 합쳐서 쓴 돈이 총 8,000엔(약 12만원). 살인적인 일본 물가와 높은 엔화를 생각하면, 공연은 저렴한 편이다. 역으로 우리나라 공연이 비싼 편이기도.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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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ystazo.tistory.com BlogIcon 만물의영장타조 2012.03.03 14:16 신고

    와우! 열성팬이시군요.
    제 지인중에도 어떤 뮤지션의 공연을 보러 일본으로 두번이나 건너간 열성팬이 계신데..
    진정한 팬이라면 정말 이래야 할 것도 같네요. ㅎㅎ
    덕분에 새로운 그룹도 알게 되고 감사합니다.
    오페스~~ 집에 가서 잘 들어봐야겠네요. ^^

    • Favicon of https://whitequeen.tistory.com BlogIcon 화이트퀸 2012.03.04 23:56 신고

      올해 섬머소닉도 굉장히 가고 싶어요. 무려 시규어 로스와 그린 데이가 출연하는! 뉴 오더도 있네요. 비행기 티켓이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일본에서 공연보는 거 정말 좋네요. 오페스는 Damnation 앨범 먼저 들어보세요. 타조님도 맘에 드실 겁니다. ^^

  • BlogIcon bgk 2012.03.18 18:38

    일본까지..정말 대단하십니다~ 저도 국내공연은 봤습니다만 이렇게 2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경험은 처음인 최고의 라이브였어요. 글 잘봤습니다.

    • Favicon of https://whitequeen.tistory.com BlogIcon 화이트퀸 2012.03.19 03:16 신고

      절대 한국엔 오지 않을거라 확신하고 일을 벌렸는데, 이런 대형사고가 터졌죠. ㅎㅎ 한국에서 보신 분들도 부러워요. 앞선 엑스 재팬, 화이트스네이크, 램 오브 갓 내한 공연 사운드가 실망스러웠는데, 일본 공연은 확실히 사운드가 좋더군요.
      오페스는 정말 대단했죠? 제 인생 최고의 공연 Top5에 들 것 같아요. 방문 감사합니다. ^^

  • aaa 2012.11.01 16:37

    제가 도쿄에서 다른 공연 봤을 때는 일본인들 잘 놀던데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인가? ㅎㅎㅎ
    사진 몰래 찍느라 고생했었던 기억이 있었고.
    다른 공연에서는 사진 찍으면 퇴장시킨다고 안내방송 하더라구요.
    어떻게 찍으셨나 궁금하네요.

    • Favicon of https://whitequeen.tistory.com BlogIcon 화이트퀸 2012.11.05 13:29 신고

      도쿄라서 특별히 얌전한 건 아니고, 말씀처럼 케이스 바이 케이스 같아요. ㅎㅎ 어떤 아티스트냐에 따라 다를 수도 있고요. ^^
      오페스 공연은 사진 찍어도 특별히 뭐라 안 해서 편하게 찍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