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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이상은 공연 후기_ 따뜻한 에너지와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 로맨틱한 밤



2가지의 다른 감성으로 나뉜 작은 콘서트 ‘Say Yes’
약 1년 만에 열린 단독공연 타이틀 ‘Say Yes’ 앞에는 그럴듯한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종의 ‘의무감’은 전혀 섞여있지 않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편안했던 것 같다. ‘이유’보다는 ‘내용’이 궁금했을 팬의 입장에선 밴드와 어쿠스틱 편성으로 나뉜 이틀간의 작은 콘서트가 더없이 반갑고 소중했을 것이다. 느긋하게 앉아서 즐길 수 있는 27일 공연이 더 맞을 것 같던 나는 26일의 밴드 버전 스탠딩 공연을 다녀왔다. 예상보다 훨씬 많았던 10~20대 관객들 사이에서 뻔뻔하게 ‘젊은이 인증’을 받았다.




고정된 이미지와 상식으로 가둘 수 없는 자유로운 아티스트
어린 시절이었지만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담다디’와 ‘사랑할 꺼야’로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이상은은 당시 초등학생도 다 아는 최고의 인기 가수였다. 중성적인 이미지 때문인지 유달리 여성 팬도 많았다. 그러나 커다란 인기의 이면엔 18살 소녀가 이해할 수 없는 어둠이 있었고, 진실과 먼 사랑 노래를 부르며 소외감을 느꼈다. 누군가를 동경하고 흉내내기 위해 애썼던 10대 소녀의 괴리감은 커졌고, 인기를 뒤로한 채 미술 공부를 위해 훌쩍 뉴욕으로 떠났다. 쉽지만은 않았던 공부를 마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발표한 3집 [더딘하루]는 진짜 이상은의 출발을 알렸다. 감성표현은 훨씬 풍부해졌고, 이후 5집에서 히트한 ‘언젠가는’으로 다소 멀어진 대중의 시선을 되돌려 놓았다. 이후 [공무도하가]와 [외롭고 웃긴 가게]라는 놀라운 결과물들을 공개하며 현실과 비현실, 그리고 동서양의 간극을 좁혔다. 음악을 알아가는 다양한 과정 속에서 탄생된, 단순하게 좋은 수준을 넘어선 신비하고 아름다운 작품들이었다. 그녀의 음악은 어디로 떠날지 알 수 없는 여행 같았고,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그 시절 이상은은 그룹 버브(The Verve)가 선사한 영적인 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록에도 관심을 가졌다. 입맛 까다로운 록 팬들도 그녀의 음악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마치 비요크(Bjork)와 포티쉐드(Portishead)를 사랑했던 것처럼. 자연스레 10대가수 이미지는 사라졌고, 자유로운 아티스트 이상은이 남았다. 그녀는 2000년대에도 인상적인 앨범들을 계속 발표했고, 깊고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또 다른 미래를 그린 이상은의 공연
불행하게도 ‘결혼식이 있는 주말’이라 다소 불편한 복장으로 홍대를 찾았다. 공연이 열린 상상마당 라이브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그녀가 진행하는 ‘골든디스크’ 애청자도 있었고, 오래된 팬으로 추정되는 관객들이 보였다. 정다운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에서 활동하는 실력파들로 구성된 밴드의 연주로 공연이 시작됐고, 곧이어 이날의 주인공인 이상은이 등장했다. 특유의 보이스는 변함없었고, 가끔 TV에서 본 모습보다 훨씬 더 편안해 보였다.

주로 1990년대 곡들을 선보인 1부 공연은 비교적 차분했고, 노래 중간중간에 대화하듯 편하게 이야기를 건넸다. 개인적으로는 [외롭고 웃긴 가게] 앨범 곡들이 특히 반가웠다. 1부 공연의 끝 곡 ‘모나스트리’가 끝나고 게스트로 젊은 친구들을 불렀다며 그룹 몽구스를 소개했다. 유쾌한 멜로디가 더해진 신스팝을 선사한 몽구스의 라이브는 오디오로 들을 때보다 몇 배는 더 신나고 짜릿했다. 첫 곡 ‘Cosmic Dancer’부터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몽구스는 이상은 누나의 ‘돌고래 자리’를 좋아하고, 같은 무대에 서서 영광이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들의 무대는 활기로 가득했고, 열정과 좋은 기운은 고스란히 2부 공연으로 이어졌다.


젊은 게스트 몽구스



확실히 2부 공연은 1부보다 더 즐기는 분위기였다. 익숙한 멜로디의 ‘비밀의 화원’을 첫 곡으로 부른 뒤 “이상은 음악 듣는 많은 사람들이 사회 부적응자”라고 말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생각보다 10~20대 관객들이 많은 것에도 의아해하며 “젊은 친구들 앞에서 노래하는 건 역시 부담스럽다”는 농담을 건넸다. 이어진 ‘Bliss’는 뛰어난 리믹스 버전을 수록해 지난 여름 디지털 앨범으로 공개됐다. (그 앨범엔 ‘비밀의 화원’ 리믹스도 함께 수록됐다) 자유롭고 섬세한 이상은의 일렉트로니카는 또 다른 미래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관객들의 반응도 기대이상으로 좋았다. ‘돌고래 자리’의 인기는 역시 대단했고, 흥에 겨운 관객들만큼 이상은의 몸동작도 커졌다. 선율과 리듬에 취해 자유롭게 춤추는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소녀 같았다. 또 다른 즐거움을 안긴 건 정다운 밴드였다. ‘오늘도 크리스마스’가 끝난 뒤 그녀는 밴드 멤버를 소개하려다 기타를 맡은 정다운에게 예정에 없던 ‘코딱지’를 연주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같은 밴드에 소속된 베이시스트 박영신과 함께 ‘코딱지’를 익살스럽게 선사했고,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파격적인(?) 제목만큼 노랫말도 재미있는 곡이었다. 고백하자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 곡부터 찾아서 들었다.


'코딱지' 선사하신 정다운 밴드



2부에서는 가장 최근에 발매된 14집 [스타더스트]의 곡들이 주로 연주됐다. 조금 더 규모가 큰 공연장에서 화려한 비주얼, 퍼포먼스가 어우러지면 멋지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이 된다는 얘기에 모두가 깜짝 놀랐고, 25주년 기념 베스트 앨범 발매 계획도 살짝 공개했다. 아울러 디너쇼를 펼칠 예정이니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오라는 끔찍한(!) 농담도 건넸다. (왠지 데뷔 50주년을 맞이해도 홍대에서 공연할 것 같다) 25년간 여행을 다닌 그녀는 늘 음악 앞에서 겸손했다. (크지 않은 공연장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와주셨다며 고마워했고, 허세나 가식은 단 1%도 느낄 수 없었다. 공연은 그녀가 늘 마지막에 부른다는 ‘언젠가는’을 다같이 합창하며 끝났다. 가슴 벅찬 피날레였다. 크리스마스를 한달 앞두고 미리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2시간 가까이 서서 공연을 관람했지만 피곤함을 느낄 수 없었고, 왠지 모를 로맨틱함이 느껴지는 밤이었다. 동행했던 친구도 공연이 즐거웠다며 갑자기 노래가 부르고 싶다고 했다. 그날 밤 나는 또 하나의 공연을 관람하게 됐다.

11월 26일 공연 Setlist

1부
01 Say Yes (13집 - The Third Place)
02 너에게 주고 싶은 것 (3집 – 더딘 하루)
03 비가 (7집 – 외롭고 웃긴 가게)
04 사막 (7집 – 외롭고 웃긴 가게)
05 Samdocheon (6집 – 공무도하가)
06 모나스트리 (14집 – 스타더스트)

게스트 – 몽구스
Cosmic Dancer / Mon Amie Irony / 변해가네 / 서울의 밤 청춘의 밤
2부
07 비밀의 화원 (11집 – 신비체험)
08 Bliss (14집 – 스타더스트)
09 돌고래 자리 (12집 – Romantopia)
10 오늘도 크리스마스 (14집 – 스타더스트)
11 멤버소개 / 코딱지 (정다운밴드)
12 Stardust (14집 – 스타더스트)
13 Positiva (14집 – 스타더스트)
14 Cosmic Nomad (14집 – 스타더스트)
Encore
15 사랑해 사랑해 (1집 - Happy Birthday)
16 언젠가는 (5집 – 언젠가는)


이상은


몽구스


이상은 - 언젠가는

본 후기는 제가 싸이월드 뮤직 (Cyworld BGM) 스페셜 섹션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이 주의 공연으로 이상은 콘서트 'Say Yes' 후기를 썼습니다. 싸이월드 뮤직 스페셜 섹션에는 음악평론가 배순탁, 뮤지션 이한철, 빅마마의 이지영, 작가 생선(김동영) 등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음악 이야기들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주의 앨범, 공연, 뮤직에센셜에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내용은 싸이월드 뮤직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 원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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