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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엑스 재팬(X-Japan) 내한공연 후기_ 추억에 젖은 팬들의 박수와 환호는 따뜻했다


2011년 10월 28일, 엑스 재팬(X-Japan) 내한공연_ 체조경기장

누구에겐가는 우상이자 영웅 같았던 존재
감수성이 예민했던 10대 시절,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과 엑스 재팬(X-Japan)은 우상이자 영웅이었다. 어렵게 구한 라이브 영상과 뮤직비디오를 처음 봤던 순간을 떠올리면 묘한 미소가 번진다. 지금이라면 절대로 느낄 수 없을 충격이자 감동이었다. 하지만 당시 엑스 재팬의 음악은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일본음악이 개방되지 않았던 시기라 최소 시디 3장 값은 지불해야 음악을 들을 수 있었고, 고가의 복사본 비디오테이프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만큼 많은 사람이 엑스 재팬에 열광했고, 1990년대에만 비공식적으로 팔린 앨범이 100만장은 넘는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들을 직접 본다는 것은 당시로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포토 부스와 머천다이즈

10년이 걸린 재결성, 신곡 발표와 새로운 멤버 영입
1997년 12월 31일 도쿄 돔에서의 마지막 콘서트 이후 엑스 재팬이 재결성 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영화 ‘쏘우 4’의 엔딩 테마로 쓰인 ‘I.V.’라는 신곡과 함께 2007년 10월, 공식적으로 재결성을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도쿄 돔에서 재결성 공연이 펼쳐졌고, 2009년에는 히데(Hide)의 뒤를 잇는 기타리스트로 루나 시(Luna Sea) 출신의 스기조(Sugizo)를 영입했다. 재결성 이후 요시키(Yoshiki)의 건강악화로 많은 어려움도 겪었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꽤 많은 공연을 소화해내고 있다. 신곡들도 하나 둘 공개되고 있다.



올해 첫 아시아투어 장소로 선택한 서울, 끊임없이 “사랑해”를 외친 공연
많은 사람들이 엑스 재팬의 전성기는 한참 지났다고 말하지만, 그들의 공연을 보는 것은 내게 여전히 ‘놀라운 일’이었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2년 전 취소된 내한공연의 아픔을 직접 경험했기에, 그저 무사히 공연을 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체조경기장 앞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고, 연령대도 다양했다. 화려한 분장과 의상을 갖춘 팬들도 꽤 많이 보여 파티에 온 기분이 들기도 했다. 리허설이 길어져 입장도 늦어졌고, 공연은 예정된 시간을 1시간이나 넘긴 밤 9시에 시작됐다. 조명이 꺼지고 야광봉들이 반짝이며 오프닝곡이 흐르는 순간, 어수선했던 체조 경기장은 근사한 공연장으로 변했다. 도쿄 돔 못지않은 거대한 함성이 들렸다. 신곡 ‘Jade’에는 엑스 재팬의 역사적인 첫 내한공연을 알릴 강렬함이 있었고, 나를 비롯한 많은 팬들이 ‘Dahlia Tour’를 떠올렸을 ‘Rusty Nail’로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화려한 키보드와 짜릿한 기타 솔로는 여전했다. 나도 모르게 15년 전을 회상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특히 반가웠던 곡은 ‘Silent Jealousy’와 ‘Kurenai’였다. 발라드처럼 조용하게 시작되다 폭발하는 드라마틱한 전개로 큰 충격을 안겨줬던 곡들이다. 요시키의 초인적인 투 베이스 드럼도 당시엔 매우 파격적이었다. 요시키만큼 빠르게 드럼을 치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의 연주가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라이브에서의 파괴력은 유효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하는 모습도 여전했고, 외모마저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요시키는 피아노와 드럼을 오가는 솔로타임 중간에 ‘아리랑’을 연주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스기조는 특유의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멤버들의 한국어 인사도 꽤 자주 들을 수 있었는데, 토시(Toshi)는 “감사합니다”, “소리질러” 같은 한국어를, 요시키는 끊임없이 “사랑해”를 외치며 객석에도 뛰어들었다. 관객들에게 던져준 물통은 셀 수 없을 정도였다. 신곡 ‘Born To Be Free’도 매우 훌륭했고, ‘X’가 연주될 때는 어김없이 양팔로 X자 모양을 그리며 모두가 “We Are X”를 외쳤다. 토시는 멤버들을 소개할 때 히데와 지난 7월에 세상을 떠난 타이지(Taiji)의 이름을 함께 외쳐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 곡을 끝으로 멤버들이 퇴장했다.

관객들은 앵콜을 외치며 ‘Endless Rain’을 합창했고 2층에서는 파도타기 응원을 펼쳤지만, 멤버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렇게 10분을 훨씬 넘겨 여자 한복을 입고 등장한 요시키를 볼 수 있었다. 또 하나의 깜짝 이벤트였다. 앵콜 무대의 첫 곡은 모두가 기다렸을 ‘Endless Rain’이었다. 토시는 한국어로 “진짜 고마워요” 라는 인사를 건넸다. 짧은 인사였지만 감동적이었다. 내심 기대했던 ‘Tears’는 연주되지 않았고, 피날레는 ‘Art Of Life’로 장식했다. 3악장으로 구성된 30분짜리 곡을 편집해서 연주했다. 모든 연주가 끝나자 ‘Forever Love’이 흐르는 무대에서 멤버들은 태극기를 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공연이 1시간이나 지연된 탓에 매우 늦은 시간이었지만, 관객 대부분이 자리를 지켰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공연은 아니다.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체조경기장의 열악한 사운드였다. 공연을 즐기는 내내 관객들의 귀는 편안하지 못했고, 밸런스도 좋지 못했다. 토시의 날카로운 고음은 여전했지만 음정이 다소 불안했고, 움직임도 적어졌다. 마이크를 자주 객석으로 넘기기도 했는데, 음정이 너무 높아 따라 부르기 힘든 경우도 있었다. 대곡지향적인 레퍼토리도 약간은 부담스러웠다. ‘Weekend’와 ‘Orgasm’ 같은 1990년대 곡을 연주했다면 흐름이 더 좋았을 것 같다. 확실히 엑스 재팬의 공연은 열정보다는 감성을 더 많이 자극했다. 이곳에 모인 관객 대부분은 옛 추억을 떠올렸고, 그들이 보낸 박수와 환호는 따뜻했다. 엑스 재팬과 함께 10대를 보낸 나로서는 아쉬움보다는 반가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내한공연 Setlist
01 New Intro / Jade
02 Rusty Nail
03 Silent Jealousy
04 Drain
05 Violin & Piano Solo
06 Kurenai
07 Born To Be Free
08 I.V.
09 X
Encore
10 Endless Rain
11 Art Of Life (2nd Movement)
12 Forever Love


요시키가 연주한 아리랑


앵콜을 기다리며 X를 외치는 관객들


한복을 입고 등장한 요시키

 


Art Of Life

본 후기는 제가 싸이월드 뮤직 (Cyworld BGM) 스페셜 섹션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이주의 공연으로 엑스 재팬 내한공연 후기를 썼습니다. 싸이월드 뮤직 스페셜 섹션에는 음악평론가 배순탁, 뮤지션 이한철, 빅마마의 이지영, 작가 생선(김동영) 등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음악 이야기들이 연재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주의 앨범, 공연, 뮤직에센셜에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진들은 싸이월드 뮤직 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칼럼 원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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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ystazo.tistory.com BlogIcon 만물의영장타조 2011.11.12 02:13 신고

    와~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러 오셨군요.
    저도 한때 X-Japan의 음악을 많이 들었었는데요. ㅎㅎ 골수팬은 아니지만요.
    전 주로 락발라드만 좋아했었습니다. ㅋ

    • Favicon of https://whitequeen.tistory.com BlogIcon 화이트퀸 2011.11.14 15:46 신고

      엑스 재팬은 발라드가 멋지긴 했죠. ㅎㅎ
      Tears와 Longing 같은... 이 날 사운드는 정말 괴로웠어요.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