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view

지적이고 따뜻하며 영롱한 울림, Fleet Foxes(플릿 폭시즈)의 'Helplessness Blues'


영국에서 더욱 사랑 받은 미국 밴드 플릿 폭시즈
미국 시애틀 출신의 플릿 폭시즈(Fleet Foxes)는 자국보다 영국에서 더 주목받았다. 밴드결성 2년만인 2008년에 공개한 데뷔작 ‘Fleet Foxes’는 여러 음악매체에서 만점 내지는 만점에 가까운 높은 평점을 획득했고, 더 타임즈와 빌보드, 피치포크, 모조 등 영국과 미국의 주요 매체 여섯 곳에서 2008년의 베스트 앨범 1위에 랭크되었다. 특히 영국 매체들의 호들갑스러운 찬사들이 이어지며 데뷔작은 큰 히트곡 없이도 영국 앨범차트에 64주간 머물렀고, 최고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빌보드 앨범차트에서는 최고 36위를 기록) 미국의 인디 레이블 서브 팝(Sub Pop)이 발견한 다섯 명의 젊은 청년들은 깊고 순수한 멜로디와 코러스로 순식간에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3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왔다. 성격 급한 매체들이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1   Montezuma  
 2   Bedouin Dress   
 3   Sim Sala Bim   
 4   Battery Kinzie   
 5   The Plains / Bitter Dancer   
 6   Helplessness Blues   
 7   The Cascades  
 8   Lorelai   
 9   Someone You'd Admire 
10   The Shrine / An Argument 
11   Blue Spotted Tail  
12   Grown Ocean  

순수한 포크 뮤직의 열정과 감성, 두 번째 앨범 ‘무기력 블루스’
지난 3년간 밴드에 큰 변화가 있던 것은 아니다. 메이저 레이블들의 적극적인 구애가 있었지만 로빈 펙놀드(Robin Pecknold)는 오히려 경계의 시선을 보냈고, 새 앨범 역시 서브 팝 레이블을 통해 발매됐다. (국내에서는 데뷔작과 마찬가지로 비트볼 뮤직에서 음원과 음반을 발매) 5월 3일에 디지털 음원이 공개되었고, 음반은 5월 19일에 발매될 예정이다. 또한 올해 1월, 블러드 브라더스(The Blood Brothers) 출신 모건 헨더슨(Morgan Henderson)의 가입을 알리면서 플릿 폭시즈는 6인조가 되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타이틀곡 ‘Helplessness Blues’를 무료 다운로드 형식으로 공개했다. 이어서 3월 22일에는 제인 로우(Zane Lowe) 쇼를 통해 ‘Battery Kinzie’를 처음 연주했다. 같은 달에 ‘Grown Ocean’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뮤직 비디오로 공개하여 팬들을 들뜨게 했다. 이처럼 2011년의 시작과 함께 계속해서 플릿 폭시즈의 소식들을 접할 수 있었다.



그들은 지나치게 정제된 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오히려 더 차분하고 서정적인 음악들을 완성시켰다. 브리티시 포크의 대부 로이 하퍼(Roy Harper)가 40년 전에 발표한 사이키델릭 포크 앨범 ‘Stormcock’으로부터 영감을 받았으며, 6시간 만에 녹음된 밴 모리슨(Van Morrison)의 대표작 ‘Astral Weeks’ 같은 느낌의 사운드와 완벽한 보컬을 원했다고 밝혔다. 커버 아트는 고향 친구이며 아티스트인 토비 리보위츠(Toby Liebowitz)와 크리스 앨더슨(Chris Alderson)이 작업했다. 앨범을 들어보기 전까지는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사운드이며,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곳에 머무르지 않으면서도 고유의 색채를 잃지 않았던 밥 딜런(Bob Dylan)과 닐 영(Neil Young)처럼 말이다. 우리는 플릿 폭시즈에게서 이상주의적 열의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여름과 어울리는 우아하고 장엄한 음악
첫 번째 곡 ‘Montezuma’가 흐르자마자 1969년의 우드스탁(Woodstock)을 떠올렸다. 땀냄새와 약 냄새가 진동하는 것 같지만 불쾌하지 않고, 어제의 광란을 잠시 잊은 듯 평화로운 그 해 여름의 아침 풍경을 말이다. 나직하고 청명한 소리, 비치 보이스(Beach Boys) 같으면서 가스펠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풍부한 코러스가 최근 음악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만돌린과 바이올린이 등장하며 이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Bedouin Dress’도 유별난 곡이다. 도어즈(The Doors)와 디셈버리스츠(The Decemberists)가 동시에 떠오르기도 했다. 은은한 멜로디와 섬세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Sim Sala Bim’과 ‘The Plains / Bitter Dancer’는 지난 여름날의 환상과 로맨스를 부르는 것 같다. 누구나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여름의 추억, 그들의 미묘한 음악 세계는 여름이라는 계절과 의외로 훌륭하게 매치된다.

발을 구르듯 경쾌한 리듬감의 ‘Battery Kinzie’와 깊이를 더한 타이틀곡 ‘Helplessness Blues’는 앨범 발매에 앞서 먼저 감상할 수 있던 곡들이다. 특히 ‘Helplessness Blues’는 ‘이번 앨범의 높은 완성도를 대변할 좋은 예시가 될 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작곡가이며 보컬리스트인 로빈 펙놀드의 성숙, 플릿 폭시즈 특유의 우아하고 장엄한 21세기 포크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소박한 마법’ 같은 유일한 연주곡 ‘The Cascades’를 지나면 앨범 내에서 가장 대중적인 ‘Lorelai’가 흐른다. 상냥한 보이스와 부드러운 멜로디, 풍성한 코러스가 돋보이는 아름다운 곡이다. 차분하고 서정적인 ‘Someone You'd Admire’와 ‘Blue Spotted Tail’은 음유시인처럼 고요하게 삶을 회고하는 곡들이다. 평균 2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가 믿기지 않는, 관조적인 모습이다.

실험적이고 사이키델릭한 ‘The Shrine / An Argument’는 8분이 넘는 대곡이다. 마치 타이틀곡의 확장판 같은 느낌으로 앨범 전체를 아우른다. 후반부에는 프리 재즈를 연상케 하는 클라리넷이 떨리듯 반복되어 기이한 소리를 낸다. 마지막 곡으로 자리한 ‘Grown Ocean’은 뮤직 비디오와 함께 감상하면 더욱 좋은데, 레코딩과 여행 기록들에 담긴 다양한 모습들을 통해 계절의 변화와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보도자료에서도 언급한 ‘청렴한 포크송’이며, 깊은 멜로디에 회고(懷古)의 감성을 담아낸 곡이다. 이 곡을 들으니 문득 한 달여 전에 감상했던 ‘세상의 모든 계절’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그것은 행복 언저리의 외로움을 그려낸 영국 작품이었다.

이번 앨범의 핵심은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와 견고한 하모니다. 자연스레 도노반(Donovan), 비치 보이스(Beach Boys), 크로스비 스틸스 앤 내시(Crosby, Stills & Nash), 닐 영(Neil Young)과 같은 거장들의 이름을 떠올리게 한다. 친근하면서도 독특한 포크 앨범을 완성시키며 두 번째 앨범의 부담감에서도 벗어났다. 창의적이고 의기양양한 모습은 마치 작년의 MGMT를 보는 것 같다.



지금까지 들어본 2011년의 앨범 중에서도 단연 으뜸
극히 개인적인 취향 혹은 감성인지도 모른다. 사실 ‘Helplessness Blues’ 앨범을 들은 첫날부터 단번에 느낌이 왔었다. (이제 겨우 5월이 시작되었지만) 트위터를 통해 2011년의 베스트 앨범 후보로 손색이 없다는 호들갑을 떨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앨범을 재생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확신이 생긴다. 지금까지 들어본 2011년의 앨범 중 단연 으뜸이다. 장르 구분을 좋아하지 않고 큰 의미도 두지 않지만, 유독 포크(Folk)로 분류되는 것들에 자주 빠지곤 했었다. 은유적 비판 속에서도 넘치는 위트, 세대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청자의 마음을 두드리는 음악, 밥 딜런(Bob Dylan)과 도노반(Donovan), 닉 드레이크(Nick Drake)를 시작으로 무수한 뮤지션들을 스스로 알아가도록 이끈 음악, 다정한 위로와 귀중한 조언을 건네는 오랜 동반자 같은 음악, 내가 사랑하는 그 음악 범주에 벌써부터 플릿 폭시즈란 이름을 추가하게 될 것 같다. 그들은 2011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Glastonbury Festival)에도 이름을 올렸는데, 국내에서는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번 앨범으로 플릿 폭시즈가 국내에서도 더욱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함께 들으면 좋을 앨범


 Fleet Foxes – Fleet Foxes (2008)
영국에서는 플래티넘을 기록했고 미국에서는 20만장 이상 판매된 플릿 폭시즈의 데뷔 앨범이다. 브리티시 포크와 아메리칸 포크 록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미국과 유럽의 무수한 음악 매체에서 2008년의 베스트 앨범으로 선정되었다. ‘White Winter Hymnal’과 ‘Quiet Houses’의 하모니가 인상적이며, 개인적으로는 차분한 ‘Tiger Mountain Peasant Song’과 ‘Oliver James’도 사랑스럽다. 올드팝의 향수를 간직한 것 같은 ‘He Doesn’t Know Why’와 몽환적인 연주곡 ‘Heard Them Stirring’도 놓칠 수 없다. [ 싸이BGM 링크 ]

 Evensong - Evensong (1972)
영국의 포크 팝 듀오 이븐송(Evensong)이 발표한 유일한 앨범으로, 플릿 폭시즈의 국내 발매를 맡은 비트볼 뮤직 덕분에 국내에서도 이 앨범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음원은 물론 CD는 LP 미니어쳐 사양으로 발매되었다. 아늑하고 다정다감한 ‘Dodos and Dinosaurs’만 들어보아도 이 앨범 사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서정적인 ‘Store of Time’과 ‘Sweetblar Road’, 이국적인 정서의 ‘Gypsy’와 ‘Smallest Man in the World’가 더해지면서 ‘정말 아름다운 앨범’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플릿 폭시즈의 이번 앨범이 취향에 맞는다면 ‘Firefly’ 같은 곡도 마음에 들 것이다. 미발표곡과 싱글 등 6곡의 보너스 트랙은 단순한 리마스터링 재발매 이상의 특별한 가치를 선사한다. [ 싸이BGM 링크 ]

 Simon Finn - Pass The Distance (1970)
조금은 난해하게 들릴 수도 있는 사이먼 핀(Simon Finn)의 애시드 포크 앨범이다. 이 희귀반 역시 비트볼 뮤직을 통해 국내에서도 소개되었다. ‘What A Day’나 ‘Laughing 'Til Tomorrow’, ‘Patrice’ 같은 편안한 곡도 있지만, ‘Jerusalem’과 ‘Big White Car’ 같은 격렬함과 몽환적인 ‘The Countryard’, ‘Fades (Paa The Distance)’ 등이 인상적이다. 이질적인 5개의 보너스 트랙들이 오히려 편하게 감상하기에는 더욱 좋다. 혼자 듣기엔 아까운, 숨은 보석 같은 앨범이다. [ 싸이BGM 링크 ]

추천곡
Bedouin Dress
Sim Sala Bim
Helplessness Blues
Lorelai
Blue Spotted Tail

추천앨범

 Big Phony - Kicking Punching Bags

 Jennifer Lopez - Love?

 낭만유랑악단 - Song For You

 서로 - New Vintage

 OST - Fast and Furious 5 - Rio Heist


본 리뷰는 제가 싸이월드 뮤직 (Cyworld BGM) 스페셜 섹션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저는 이주의 앨범으로 플릿 폭시즈의 2집 'Helplessness Blues'를 선정했습니다.  


개편된 싸이 BGM 스페셜 섹션에는 음악평론가 배순탁, 뮤지션 이한철, 정지찬, 빅마마의 이지영, 이미나 작가 등 유명한 분들의 다양한 음악 이야기들이 연재되고 있으니 여러모로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주의 앨범과 뮤직에센셜에서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매체가 웹인만큼 이왕이면 싸이월드 뮤직 페이지에서 많이 봐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칼럼 원문을 보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참고로 2011년 5월 첫째 주 이주의 앨범이었습니다.

 

Written By 화이트퀸 (styx0208@naver.com)
http://whitequeen.tistory.com
  • Favicon of https://ystazo.tistory.com BlogIcon 만물의영장타조 2011.05.11 02:22 신고

    아웅~ 샘플로 된 Bedouin dressㄹ르 듣는데, 따악~ 제 취향입니다.
    이들의 음악을 좀 더 들어봐야겠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blog.naver.com/earth6810 BlogIcon 2011.07.03 17:55

    벌써부터 올해의 앨범으로 꼽히기도 하더라구요 ㅋㅋ 많이는 듣지만, 음악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한데 ㅠㅠ 어쨌든, 사서 열심히 듣고 있는 앨범이에요 ㅋㅋ

    • Favicon of https://whitequeen.tistory.com BlogIcon 화이트퀸 2011.07.05 16:49 신고

      이 앨범 정말 좋아요 ^^ 개인적으로는 2011년 베스트 앨범 Top5는 확정인 것 같아요. 하반기에 엄청난 앨범들이 쏟아지지 않는 이상 최고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ㅎㅎ